끝나지 않은 불행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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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불행의 역사
  • 범상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2.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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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범상스님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범상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오래전 어떤 분의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우리에서 개·고양이·돼지·토끼·염소·닭·오리 등을 키우고 있었다. 개와 고양이는 서로 앙숙이라고 하는데 함께 키우는 것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새끼 때부터 함께 키우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그렇게 키워야만 농장을 지키는 개들이 가축들은 보호하고 산짐승들을 쫒아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농장과 논밭으로 내려오는 멧돼지까지 물어 죽이는 사냥개들이 토끼·염소·돼지들과 한우리에서 지내는 것을 보면서 교육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실감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교육이 잘못 활용될 때는 참으로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 인류역사에서 잔혹한 전쟁들은 종교와 이념갈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종교전쟁은 신을 대신해서 사람이 치르는 전쟁을 말한다. 그래서 신의 소명을 받은 사람은 신을 대신해서 전쟁을 치른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고, 자신의 양심이나 가치관이 아니라 오직 신의 명령에 의해서 ‘인종청소’를 단행하며, 그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념갈등의 조작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독일의 나치당의 문헌에는 유대인·러시아인·폴란드인은 더러운 벽에 붙어있는 바퀴벌레이므로 선량한 아리아인이 뭉개버려야 할 기생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당시 바르샤바의 하수구에 유대인을 생매장하고 시체의 악취를 막기 위해 생석회를 쏟아 붇는 일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서 실재로 ‘기생충박멸작업’을 했다고 생각했다.

우리 역시 6.25공간에서 이승만이 정적을 재거하기 위해서 악용했던 빨갱이논리가 특정종교와 민중들 사이에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확대되면서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켰고, 반공의 이름으로 자행된 수많은 학살에 대해서 살인(殺人)이라는 일말의 죄의식은커녕 구국(救國)과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성스러운 일로 인식되었다.

이웃사촌으로 오순도순 살던 사람들이 서로밀고하고 개인적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죄 없는 사람을 빨갱이로 몰아서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며, 심지어는 그 사람들의 재산과 가재도구까지 강탈했으니 그야 말로 모든 이성이 반공으로 마비된 시대였다.

여기에 대해서 박명림은 “오래된 공통의 역사와 문화, 핏줄을 갖는 동족이었기 때문에 -중략- 한 번 갈라진 과거의 동일체는 그 갈라진 절반의 소멸이 원래의 자기 전체성을 회복하는 지름길 이라고 사고하게 되어 적의는 증폭된다”고 진단하며, 우익은 공산주의자들을 소멸시키려했고, 공산주의자들은 반대로 생각했던 것이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었다고 했다.

위의 역사적 사실들은 인간의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서로 죽이고 죽였던 그들도 사람이다. 그래서 분명히 선(善)을 행하려는 본능적 의지는 살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 한 발짝을 들여놓은 이상 양심의 가책을 덮기 위해 더욱더 비이성적 논리로 무장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시켰을 것이다.

지금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이념논쟁은 불행했던 과거의 연장으로서 빨갱이 소리만 들어도 경기(驚氣)를 일으켰던 시대를 살았던 분들과 우리사회를 또다시 혼란과 불행으로 몰고 가는 일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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