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칼럼- 탈북자 인권을 보는 두 시각
상태바
이주현 칼럼- 탈북자 인권을 보는 두 시각
  • 이주현 목사
  • 승인 2012.0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현 목사(매원감리교회,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이주현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뜨거운 감자’라는 말이 있다. 먹긴 먹어야 하는데 이러지고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를 두고 한 말이다. 이 시대 그러한 이슈가 있다면 바로 탈북자 인권 문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의 인권이야 당연히 지켜져야 되고 보호되어야 할 일이다.

그들에게 동포애적인 관심과 보살핌을 갖는 일은 누구도 반대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단순하지 않은 문제를 단순히 바라보면 반드시 오류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번 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탈북자의 북한 송환을 반대하는 단식 투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탈북자 인권문제는 광화문 네거리에 나가서 촛불시위를 하고 규탄집회를 한다고 해서 해결 될 일이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한국전쟁 이후 60년에 걸친 미국의 대북 경제봉쇄 정책부터 시작해서 역사와 이념, 그리고 외교적인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문제다.
 
오죽하면 유엔 사무총장인 반기문 총장께서도 “민감한 이런 경우는 공개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조용하게 물밑에서 외교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도 어떨 때는 효과적이다”(YTN)라는 말을 했을까? 탈북자의 인권 문제는 민감한 문제이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 가지가 아닌 두 가지 방법, 두 개의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땅에서 탈북자의 인권문제에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을 보시라. 그들에게는 오로지 한 가지 시각과 방법만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목청만 높이고 소란만 피울 뿐, 실제적으로 성과를 내거나 탈북자의 인권을 개선하는데 도무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른바 실효성 문제다. 실효성 문제는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애정과 성찰을 통해 나타나는 진정성의 문제이다.  

지난 2월 13일, 언론에 탈북자 34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북으로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이 탈북자 인권에 대한 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북으로 송환될 경우 극심한 체벌과 극형을 당할 수도 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은 평소에 탈북자 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박선영 의원으로 하여금 단식 투쟁을 하게 하였다, 중국대사관 앞에다 텐트를 치고 무려 11일 간의 단식을 하고 끝내 탈진하고 말았다. 그가 단식을 하는 동안 김문수 지사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방문하여 격려하였고, 대통령께서도 친히 전화를 해서 격려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11일 동안 서울의 중국대사관 앞은 탈북자 인권을 걱정하는 인도주의와 인권운동의 중심지요, 아울러 북한과 중국을 성토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러면서 박선영 의원께서는 이미 ‘사할린의 꽃’, ‘납북자의 수호천사’라는 별명에다 ‘탈북자의 대모’라는 명칭이 생겼고, ‘야만과의 전쟁’으로 치르고 있는 ‘여전사’로 둔갑해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법을 전공한 감동적인 휴머니스트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분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른바 정치적 성과나 유명세를 통한 신분 상승 따위를 두고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그동안 보여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나 사할린 동포 문제, 독도 운동 등에서 보여준 태도 때문이다. 또한 그는 이번 총선에 출마를 포기한 상태가 아닌가? 

문제는 ‘그 분의 노력과 희생이 뭘 남겼는가’ 이다. 그동안 평화 콘서트를 열고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들어 북한과 중국의 반인권적인 태도를 비판함으로 탈북자 인권문제를 공론화 시키는데 일조를 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를 성치 않은 몸으로 방문하여 탈북자 인권 문제에 대한 세계 여론을 환기시키는 역할도 해냈다. 그런데 딱 거기 까지다. 34명의 북송 문제로 불거진 단식투쟁이었지만 그들은 결국 북송되고 말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더욱 어려워진 탈북자 인권문제다. 그나마 돈으로 허용되던 일들마저 중국은 아예 문을 걸어 잠갔다. 국경 경비도 강화되었다. 탈북자 인권 문제로 소란을 떤 결과물들이다. (한겨레신문 3/20일 3면, “북송반대 시위, 탈북자의 시선은” 참조) 

이러한 소란이 벌어지는 동안 소위 진보진영은 졸지에 비겁한 사람들이 되고 말았다. 왜 그렇게 분명한 인권 문제에 입을 닫고 있느냐, 는 식의 논리로 말이다. 정말 진보진영은 탈북자 인권문제에 관한한 생각이 없는 비겁자인가? 정말 그런가? “차라리 입이라도 다물고 있었더라면 자신의 가족을 돈으로 빼내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힌 어느 탈북자 여대생(24)의 슬픈 사연이 가슴을 울린다. 차라리 탈북자의 인권문제에 관한한 그들 표현대로 비겁자가 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기본부(대표 윤기석 목사)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