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근대 장애인사 - 장애인 소외와 배제의 기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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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근대 장애인사 - 장애인 소외와 배제의 기원을 찾아서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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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권 교수가 종합적·미시적으로 살펴본 근대 장애인의 삶
▲ <근대 장애인사 - 장애인 소외와 배제의 기원을 찾아서>(사우).

[뉴스피크]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장애인의 삶을 담아낸 책이 발간돼 주목된다. 바로 역사 속 장애인의 삶을 연구하는 데 매진하고 있는 정창권 교수(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초빙교수)가 펴낸 <근대 장애인사 - 장애인 소외와 배제의 기원을 찾아서>(사우)다.

전작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2005),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2011)에서 저자는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장애인 복지정책과 삶의 모습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이번에 펴낸 <근대 장애인사>는 근대 장애인사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한편, 관찬사료와 신문·잡지, 문학작품, 일기·문집류, 외국인 견문록 등을 토대로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장애인의 삶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근대에 이르러 장애인의 삶은 크게 위축됐다. 조선시대만 해도 장애인 복지정책과 사회적 인식이 근대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조선시대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배제되지 않고 더불어 살았고, 양반층의 경우 정1품 벼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처지에 맞게 직업을 갖고 자립하도록 했고, 자립이 어려운 장애인은 나라에서 직접 구제했다.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직업이 많았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쳤다. 당시 장애인은 단지 몸이 불편한 사람일 뿐, 사회적 편견은 크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능력이 뛰어나면 존경과 대우를 받았고, 장애인들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근대, 특히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상황이 급격히 달라진다. 식민지 백성의 삶은 고단했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장애인에게는 더욱 가혹했다. 고문이나 태형으로 인해 장애를 입는 사람도 많았다. 산업사회가 시작되면서 산업재해와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인 수도 늘어났다.

“근대화, 산업화, 식민지 상황으로 인해 장애인의 수가 급증한 반면 복지정책은 거의 시행되지 않았다. 장애에 대한 인식도 매우 부정적으로 바뀌어서, 이제 장애인은 동정과 비유의 대상을 넘어 놀림과 학대, 배제의 대상이 되었다. 그 결과 장애인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장애인은 잔질, 독질, 폐질, 병신 등 몸에 병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장애인은 불구자, 그러니까 뭔가를 갖추지 못한 사람, 몸의 기능에 이상이 있어 쓸모가 없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장애인을 놀리는 수준을 넘어 학대하고 배제하게 되었다. 때문에 장애인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었다.

더구나 이른바 우생학이 알려지면서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심해졌다. 우생학은 찰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 창시했다. 우생학은 인류의 유전적 소질을 개선하기 위해 탄생한 것인데, 유전적 질병이나 심각한 장애를 가진 사람의 출산을 억제하는 명분으로 이용되었다. 1907년 미국을 필두로 스위스, 캐나다, 유럽 여러 나라, 일본에서 우생학을 법률로 제정했다. 당시 이들 나라에서는 장애인과 중독자에게 강제로 불임시술을 단행했다.

우리나라는 1910년대 후반에 일본을 통해 우생학을 받아들였다. 1920년대 초반 우생학은 대중매체에 등장한 이후 일반인에게 널리 보급되었다. 우생학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과학적 토대를 제공했다.

이처럼 근대는 장애가 핸디캡이 되고, 지금과 같은 편견과 차별, 배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였다.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장애 문제는 근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근대 장애인사를 살펴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장애인 문제의 기원을 파악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근대의 장애인은 어느 시대보다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열악한 상황에서도 의병·독립운동가, 교육자, 예술가로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이들이 있다. 이 책 3부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삶을 개척해나간 이들을 짧은 평전 형식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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