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군공항, 화성시 이전 추진 자체가 적폐”
“생명 평화의 땅 만들려면 온몸 던져 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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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군공항, 화성시 이전 추진 자체가 적폐”
“생명 평화의 땅 만들려면 온몸 던져 싸워야”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7.0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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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스님과 황대권 선생, 송산도서관에서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 강연

[뉴스피크] “수원군공항의 (화성시) 이전 추진 자체가 적폐입니다.”

“수원의 아픔도 품고, 화성의 평화로움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생명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수원군공항 폐쇄도 충분히 검토할 만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전 실상사 주지)이 지난 5월 18일 한 말이다.

▲ 도법스님은 국방부의 수원군공항 화성시 이전 추진 방식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근본적으로 위배되는 적폐”라고 꼬집었다. ⓒ 뉴스피크
이날 저녁 도법스님은 화성시 송산면 사강리 소재 송산도서관 대강당에서 ‘전투비행장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아래 ‘범대위’, 위원장 윤영배) 주관으로 열린 ‘수원군공항 문제, 평화를 묻다’ 강연을 통해 “수원군공항 이전 추진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국방부는 ‘촛불 승리’로 박근혜 탄핵(파면)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2월 16일 수원군공항 이전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화성호)를 선정해 발표했다. 화성호 주변 우정읍 매향리나 송산면, 서시면, 팔탄면, 마도면 등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물론 화성시와 화성시의회의 입장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었다.

세월호에서 파생된 ‘촛불 승리’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새 정부가 줄기차게 강조하는 것이 ‘적폐 청산’임을 밝힌 도법스님은 “힘 센 사람이 약자를 짓밟고, 위에서 아래를,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함부로 취급하는 게 적폐”라며, 국방부의 수원군공항 화성시 이전 추진 방식을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근본적으로 위배되는 적폐”라고 진단했다.

도법스님은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사회를 위해 평화의 대장정에 나선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일행으로 ‘416희망 순례길’(세월호 순례길) 중 이날 경기도 화성에 도착했다.

강연에서 도법스님이 제시한 화두는 ‘생명’, ‘안전’, ‘평화’였다. 도법스님은 “화성이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는 생각이다. 위기다. 하지만 위기는 처해 있는 주체들의 노력에 따라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화를 사고하고 행동할 때 평화는 실현될 수 있다”

특히 도법스님은 “20세기에는 풍요와 편리, 민주화가 진행됐지만, 과정은 반생명적이고 평화적이지 못했다”면서 “생명이 안전하고 평화로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21세기에 국가, 종교,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생명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 바로 ‘천만 촛불’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도법스님은 “천만 촛불은 인간답기 위한 마음으로, 평화를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움직였고 타올랐다. 정치인·종교인·자본가들이 한 것이 아니라 평화를 희망하는 엄마·아빠, 청춘남녀, 소년소녀들이 해냈다”면서 “국민의 승리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하는 건 ‘평화의 승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 촛불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416 세월호와도 잇닿아 있다”면서 “평화만이 희망이다. 힘들지만 평화롭게 가야 한다. 평화를 사고하고 행동할 때 평화는 실현될 수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반드시 평화의 꽃을 피워내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다짐이 촛불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그 과정을 거쳐 정권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새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이 사안(수원군공항 이전)이 과거엔 불가피하게 진행됐더라도, 이제 깊이 반성하고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며 인간이 품위를 누리도록 풀어가야 합니다.”

수원군공항 문제 해결하려면 ‘안보논리’ 넘어서야

▲ <야생초 편지>의 저자이자 생명평화활동가인 황대권 선생은 “군축, 평화사상을 바탕에 깔로 실천해야 오래 간다. 안보프레임에 갇히면 백전백패다”고 강조했다. ⓒ 뉴스피크
수원군공항 문제를 해결하려면 ‘안보논리’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도법스님은 “안보의 주체는 국방부나 군인이 아니라 국민이다. 농민이고, 어민이다. 국방의 주체가 바로 국민이다”면서 “수원의 아픔도 품고, 화성의 평화로움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도법스님은 “수원군공항 폐쇄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면서 “폐쇄하는 것이 국가안보와 지역공동체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안보와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해 현재 수원군공항의 다른 대안을 찾자는 노력으로 더 좋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생초 편지>의 저자로 유명한 황대권 선생(영광핵발전소 안전성확보공동행동 대표, 생명평화운동가)도 함께 참여한 강연을 통해 군축 평화사상을 강조하면서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대토론회를 제안했다.

특히 황대권 선생은 “군축, 평화사상을 바탕에 깔로 실천해야 오래 간다. 안보프레임에 갇히면 백전백패다”면서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짜놓은 판 밖에서 싸워야 쉽게 안 진다. 그게 바로 군축, 평화다. 이 주장을 할 정도로 화성시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응원했다. “수원군공항 이전이 아닌 폐쇄를 지지한다”는 뜻도 밝혔다.

“생명·평화의 땅 만들려면 온몸 던져 싸워야”

황대권 선생은 1970년대 당시 수원시 서둔동에 있던 서울대 농대를 다녀 수원전투비행장의 폐해를 잘 아는 인물이며, 염태영 수원시장의 대학 선배다. 황대권 선생은 영광의 경험을 소개하며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할 수 없을 정도의 논리가 필요하다. 엄청나게 공부했다. 그래서 발전소 직원들을 만나 논의하고 주민들도 설득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드러내 놓고 토론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이 세상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깨우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삶에 대한 인식이 엄청나게 커집니다. 세상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생태적 세계관, 평화적 세계관을 갖게 됩니다.”

이어 “비행장이 이전되면, 나와 이 땅과 무슨 관계가 있는 지 제대로 공부하고 토론한다면 인식과 삶의 수준이 높아지고 지역 발전에 대한 대안도 나올 것”이라면서 “지역의 정치인이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힘을 보여 주고, 정치논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을 깨우치는 것도 여러분”이라고 조언했다.

“여러분이 군공항을 폐쇄하고 생명 평화의 땅을 만들려면 감동을 줘야 합니다. 돈도, 힘도, 지식도 없지만 송전탑을 막아낸 밀양 할머니들처럼 온 몸을 던져 싸워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국방부조차도 ‘저기 비행장 지으면 더 손해보겠는 걸’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생명·평화의 길을 제시한 강연에 이어 송산면에서 농사를 짓는 이상배 시인의 사회로 시민들의 질의에 응답하는 ‘즉문즉설’도 진행됐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수원사람들의 안전과 화성사람의 평화까지 이뤄낼 수 있는 것은 폐쇄”라는 데로 의견을 모아지는 분위기였다. 집집마다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는 깃발을 달아 화성시민이 한 마음이라는 걸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 도법스님과 황대권 선생이 지난 18일 밤 화성시 송산도서관 대강당에서 ‘수원군공항 문제, 평화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 아래 강연을 한 뒤, 송산면에서 농사를 짓는 이상배 시인의 사회로 시민들의 질의에 응답하는 ‘즉문즉설’을 하고 있다. ⓒ 뉴스피크
▲ 박민철 화성시 군공항이전대응담당관은 ‘수원군공항 문제 경위’ 상황보고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시 이전, 꼭 필요한가?>라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화성시의 동의 없이 수원시장이 단독으로 국방부에 이전 건의를 했고, 국방부가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옹지구를 선정했다. ⓒ 뉴스피크
“평화와 생명의 땅, 대한민국 서해안 화성을 지켜 달라”

한편, 이날 행사에는 윤영배 범대위 위원장, 통일운동가인 한상렬 목사, 김용 더불어민주당 화성갑 지역위원장, 이홍근 화성시의회 부의장, 홍성규 화성민주포럼 대표, 박민철 화성시 군공항이전대응담당관을 비롯해 지역 이장들과 단체 대표, 농민 등 1백 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사회는 범대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정한철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맡았다.

강연에 앞서 윤영배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다. 전투비행장이 화성호로 들어온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같은 참사가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전투비행장이 다시는 생명과 평화의 땅 화성으로 온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 그날까지 여러분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민철 화성시 군공항이전대응담당관은 ‘수원군공항 문제 경위’ 상황보고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시 이전, 꼭 필요한가?>라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화성시의 동의 없이 수원시장이 단독으로 국방부에 이전 건의를 했고, 국방부가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옹지구를 선정했다”면서 “수원전투비행장 이전사업의 실체는 수원시의 수익사업이자 기득권의 이익추구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박민철 담당관은 “수원 발전을 위한 화성시민의 희생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화성은 수도권 2천5백만의 휴식처이자 바다정원, 평화와 치유의 땅이다. 아이들의 꿈이 있는 미래의 땅, 생명의 땅 대한민국 서해안 화성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강연회를 지켜본 홍성규 화성민주포럼 대표는 “수원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우리 화성시민들에게 성찰과 울림의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면서 “단순한 군공항 이전 반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상생, 평화와 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함께 나눌 때 결국 ‘수원군공항 폐쇄’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16희망순례단은 19일 청원초등학교 정문-궁평항(오전 11km)-화옹방조제-매향리 평화생태공원(오후 11km)까지 행진해 전만규 매향리평화마을건립추진위원장 등 주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20일에는 매향리 평화생태공원-노진1사거리-평택으로 넘어가는 구간(7.5km)까지 화성시 지역 순례가 이뤄져 화성시민들의 동참이 예상된다.

인천-안산-화성-평택을 거쳐 팽목항에 이르는 해안선을 순례와 성찰의 길로 조성하고자 시작한 순례는 이번이 두번째로 지난 15일 시작됐다. 앞으로 53일에 걸쳐 총 800여km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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