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1라운드를 마치고 2라운드로 접어들었습니다.
1라운드의 정점은 지난 12월 9일이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은 압도적인 국회의 탄핵 가결로 박근혜의 대통령직은 정지되었습니다. 진실을 요구했던 우리 국민들의 승리입니다.
그리고 지난 1월 1일, 2017년 첫 날에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는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갑자기 자처했습니다. 대통령직에 있던 지난 4년간 기자간담회 자체도 거의 없었고, 설사 가뭄에 콩나듯 있다 하더라도 자유로운 질문 자체를 수용하지 않아 ‘불통’이라는 비판을 내내 받았던 박근혜의 행보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후 펼쳐진 2라운드의 시작이었습니다.
박근혜는 “(나의 해명을) 귓등으로 흘린다, 완전히 나를 엮었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억울하다’며 탄핵 사유와 특검 수사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특공대를 보내라’고 지시했다는데, 이미 공개된 ‘청와대-해경 교신록’에는 ‘특공대’라는 말이 등장도 하지 않습니다.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손사래쳤던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현재 박근혜의 직접지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백보를 양보하여 이렇게 ‘억울한 일’이었다면, ‘반성과 사죄’를 읊조렸던 그간의 세 차례 대국민담화는 모두 무엇이란 말입니까? 국회 탄핵을 피해보고자 했던 ‘거짓말 담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사실만 다시 확인된 셈입니다.
2라운드의 두 번째 주자는 박근혜 대리인 측인 서석구 변호사입니다.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 민심이 국민 민심이 아니다”라는 기가 막힌 주장을 늘어놓았습니다. 촛불주도세력이 민주노총이라서 문제라는데 이건 또 무슨 해괴한 말입니까? 그들의 표현대로 하면 ‘개돼지’에 불과한 우리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민심’이 아니라는 것입니까? 국회에서 새누리당도 합의하여 진행 중인 ‘특검’에 대해서도 ‘중립성이 의심된다’는 궤변을 펼쳤습니다.
박근혜의 대리인이니 이 모든 주장은 그대로 박근혜의 심경이겠지요.
그리고 2라운드의 세 번째 주자는 바로 친박좌장 서청원 의원입니다.
누가 뭐래도 서청원은 박근혜의 가장 든든한 후견인입니다. ‘친박좌장’이니 ‘박근혜의 20년 경호실장’이니 하는 세간의 말들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지 무려 두 달여간 침묵만 지키던 서청원이 드디어 등판했습니다.
연일 ‘악성종양’이니 ‘정치적 할복’이니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사실은 서청원 또한 반성이나 사과, 사죄 한 마디 없다는 것입니다. 이 엄동설한에 무려 11차에 걸쳐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의 분노는 애시당초 안중에도 없다는 그야말로 뻔뻔하기 짝이 없는 작태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2라운드에 들어서서 그나마 우리 국민들의 최대 성과는 이른바 ‘대한민국 원조보수’라는 저들의 민낯을 똑똑히 확인했다는데 있습니다.
‘급격한 변화를 반대하고 점진적 개혁을 추구한다’는 일반적인 ‘보수주의’의 정의는 저들에게는 조금도 가당치 않습니다. 법치주의에 기반하여 사회의 질서를 더 원칙적으로 옹호하기는커녕, 거꾸로 헌정질서를 조롱하고 짓밟으며 오직 개인의 사리사욕만 챙기고 그렇게 쌓아온 더러운 권력을 어떻게든 지켜보자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입니다.
저들이 일방적으로 주장해왔을 뿐, ‘보수’이기는커녕 오직 ‘친일과 분단’에 기생하여 한국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아온 ‘적폐의 몸통’이라는 사실만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저들의 말을 그대로 빌린다면 ‘대한민국의 악성종양’인 셈입니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2라운드의 끝은 아마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일 것입니다. 2라운드의 교훈은 분명합니다. 이 ‘악성종양’들을 도려내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없습니다.
글 :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