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감 민주진보 후보 단일화 '망신살'... 교육자치의 위선

* 글 : 노민호 (사)자치분권연구소 시민교육원장(사학명문 노민호아카데미 원장)

2026-05-05     노민호 (사)자치분권연구소 시민교육원장
▲ 노민호 (사)자치분권연구소 시민교육원장.

[노민호의 자치(自治)통찰=뉴스피크] 이번 경기도교육감 진보후보 단일화 과정을 본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정당이라는 것이 비록 후져 보여도 썩어도 준치다.

말이 백여 개지, 이름뿐인 단체들이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주관했다. 결과는 망신살이었다. 진 사람도 승복이 안 되고, 이긴 사람도 뒤가 찝찝한 단일화. 이런 구조를 설계하고 집행한 사람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나는 끊임없이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을 비판해 왔다. 그런 내가 이번 단일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게 허접해 보이는 민주당 공천 과정이 그나마 낫다는 사실이다.

본질을 짚자. 우리 사회는 위선의 땅 위에 교육자치 선거를 세웠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간여할 수 없다. 교육에 정당의 입장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일종의 유교식 명분이다. 이게 얼마나 황당한 주장인가. 국가 교육정책의 최종 명령권자는 당적을 가진 대통령이다. 당적을 가진 대통령은 심지어 당적을 유지한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교육자치는 당적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정책에는 정당의 색깔이 들어가도 되지만, 자치교육에는 안 된다. 이만한 모순이 어디 있는가. 이만한 위선이 어디 있는가.

물론 막걸리 한잔 기울이며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에 정치가 끼어들면 안 된다"는 말은 나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이 현재의 제도로 가능하긴 한가. 그것을 묻고 있는 것이다.

정당배제 기준은 더 황당한 결과를 만들었다. 노조 서너 개가 교육감 선거를 좌지우지하는 일이 계속 생긴다. 단일화를 주도했던 단체들은 끊임없이 교육감에게 '청구서'를 내밀었다. 이게 우리가 원하던 교육자치의 현실이겠나?

정당공천 배제가 교육감 선거에 맞는 일인지 논의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정당원 자격을 유지한 사람이 장관을 하는데, 교육자치는 그것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의 정치인 출신이 계속 출마한다. 현직 경기도교육감도 이명박 비서실장 출신이다. 한 대학 총장 3년 경력을 자격이라고 들고 교육감을 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 기준인가.

정당공천을 배제하려면 그 자리를 시민사회가 채워야 한다. 우리는 이게 약하다. 없다는 게 아니라, 매우 취약하다는 뜻이다. 미국 시민단체의 압도적 다수는 기업 감시 운동을 한다. 우리 시민단체는 거의 모두가 행정감시만 한다. 의회도 잘 보지 않는다. 이런 토대 위에서 정당공천 배제가 정말로 옳은 일인가.

대통령은 당적을 가진다. 이건 이해하는 사회가, 교육감은 절대 당적을 가지면 안 된다고 한다. 사실을 사실이라 말하지도 못하면서 백년대계를 논한다. 위선이다.

이번 단일화 망신은 그 위선의 땅 위에서 자라난 결과물이다. 백 개의 시민단체가 모여도 결국은 정당만 못한 것이 우리 시민사회의 현주소다. 이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백년대계는 그 다음에 논해도 늦지 않다.

* 글 : 노민호 (사)자치분권연구소 시민교육원장(사학명문 노민호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