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사회가 만화로 채집돼 또 다른 목소리 만든다, 김성희 작가

‘헤매기의 피곤과 즐거움-어느 도시 수렵채집가의 일과 삶’까지의 어떤 만화가 이야기

2024-11-28     윤민 기자

[뉴스피크] 2024년 오늘의 우리 만화 대상은 김성희 작가의 <헤매기의 피곤과 즐거움-어느 도시 수렵채집가의 일과 삶>이 수상하였다. 오랜 강원살이와 3년간의 버스생활을 마치고 금호로 돌아온 김성희 작가를 금호의 옛 자취를 간직한 ‘위윌커피’에서 만나 <먼지 없는 방>에서 <해매기>의 피곤과 즐거움을 준 버스까지의 독특한 여정을 들어보았다.  

▲'헤매기의 피곤과 즐거움' 중 "나 이제 오춘기야!" ⓒ 뉴스피크

충동과 선택 

만화란 지극히 양면적인 매체이다. 너무나 가볍고 친근하고, 개인적이지만 또 너무나 사회적이고, 진지하면서도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만화가는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되고, 독자 또한 나름의 선택을 하면서 공감의 메시지와 즐거움이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인생이, 또 만화가 재미있는 건 그 선택이 항상 하나의 방향과 길을 따라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끔 우리안의 뭔가가 외치는 소리에 따라 어느 순간 저지르고, 또 그게 원래 자신의 모습이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모호함이 주는 선명성이 발로 우리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성희 작가와의 이야기는 바로 그 선택에서부터 시작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자신만의 작업을 만든다고 중고버스를 구입한 그 오춘기의 충동과 선택이 이전부터 있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성희 작가는 모든 순정만화 작가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 순정만화를 배경으로 만화가로의 여정을 이야기해주었다. ⓒ 뉴스피크

“보통은 엄청 예민한 친구들 아니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 할 수 있는지 모르잖아요.

그냥 대학을 왜 가야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집은 독립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단순무식하게, 그 당시는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게 무역학과라고 생각한 거예요. 무역학과를 들어갔는데, 글은 잘 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신문사 들어왔는데 그렇게까지 잘 써지지 않더라고요. 대신 만평 기자가 없는 거예요.” 

그렇게 김성희 작가는 만평을 그리면서 만화가로의 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만평을 직업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만평을 떠났다가 만평만 아니면 만화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대학 졸업하면서 만평만 아니면 되지 하고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어차피 IMF 때 졸업해서 남들도 취직도 못하니까.” 

 

만평은 만화에서도 풍자와 비판의 메시지가 가장 강한 분야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김성희 작가의 이전 작품을 보면 ‘만평’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가 모순처럼 들리기도 한다.  

“만평은 너무 사람을 판단하고 옳고 그름으로 얘기를 하잖아요. 희화화 한다는 건 굉장히 성숙하지 않으면 그냥 조롱 수준이고. 저는 사람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게 싫고, 또 사람이 좋거나 나쁘거나 할 때 굉장히 복잡한 상황과 그런 게 맥락이 있는데 만평 하나에 그걸 담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자신이 없었어요. 그렇게 하려면 정말 뛰어나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에 비해) 만화는 조금 진짜 내가 시간을 들여서 자랄 때까지 해볼 수 있겠다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 부천만화박물관에 있는 김성희 작가의 책들. ⓒ 뉴스피크

결정을 주저하지 않고, 실행은 즉각적이니 단순하다, 충동적이라는 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자신 안의 감정에 좀 더 세심하고, 충실하다고 할까? 그럼에도 버스를 구입한 건 아무래도 놀랍기만 하다. <헤매기의 피곤과 즐거움>의 시작이었고, 책소개에 따르면 ‘만화가는 늘 혼자 일을 하는데, 고립되지 않고 안전하고 풍요롭게 친구들 곁에서 작업하고’ 싶어서 버스를 구입했다고 한다. 

 

“제가 바꾸고 긁어모은 충동 모아놓은 거를 (거기에) 다 쓴 것 같아요.” 

만화의 시작은 그 충동과 주변 친구들의 반대로부터 시작한다. 거기에다 버스와 헤매기를 시작하자마자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었다. 사실사아 버스와 함께 맞이했던 환경과 자신에 대한 파도와 같은 성찰이 바로 표류와 헤매기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던 것이다.   

▲ 게르 정박지로 표현된 버스와 작가의 여정. ⓒ 뉴스피크

“버스를 타려고 마음먹고 있을 때는 만화를 그리려고 했어요. 나는 아주 흥미로운 모험을 할 거니까. 그런데 버스를 타고 이제 상황에 대처하고 대처하는 여러 가지들이 좀 극단적으로 흘렀잖아요. 

작업실을 제 스스로 만들어본다 라는 거 그것으로 되게 현장이 바뀌고 근데 그 현장이 코로나 와중이고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까 나는 왜 작업실을 필요로 하냐 보니까 나 정말 만화를 좋아하는 걸까?

정말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지잖아. 자꾸 그러면서 버스를 하면서는 이제 만화를 그만둬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랬고 버스를 탄 다음 탄 거는 이제 두 차례 이제 버스를 뒤엎어 버린 이후에 이 정도면 내가 팔아도 완성해서 팔았다. 내가 이거 책상 제대로 만들었다고 누구한테도, 나한테도 말할 수 있어서 그래서 판 거예요. 남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때 ‘야! 이제 다 만들었으니까 진짜 다니는 거야?’ 하면, ‘아니, 다 만들었으니까 이제 팔 수 있을 것 같아. 그만둬도 돼.’  더 이상 하고 싶은 게 없더라고.” 

▲시도를 했으니까 포기를 배웠다는 말이 참으로 깊게 다가온다. ⓒ 뉴스피크

자기의 행동에 절대적인 확신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대부분 아마 이게 내 선택이야, 내 마음이야 하고 믿으면서 선택하고 움직이는 법이다. 그럴 때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아마 후회하지 않거나? 재빨리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 어쩌면 믿음에 대한 보상심리로 끝까지 후회 없어 하면서 붙잡고 있을 수도 있다. 비록 본질에 대한 질문까지 만나게 되는 헤매기에도 불구하고 김성희 작가는 자기의 만족을 판단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해메기의 끝은 어쩌면 즐거움인지도 모르겠다. 

“막상 내가 이걸 좋아서 선택했는데 선택한 순간에 내가 너무 힘들고 외로운 거예요. 고독할 수 있었다면 그걸로 자족하고 아무 문제가 없었을 건데 제가 외로워한다는 걸 안 거예요.

근데 해야 되는 거예요. 어쩔 수 없어. 그리고 그 선택이 잘못되었거나, 선택을 즐길 수 없는 상황적 환경에 나를 몰아넣은 것.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지만 외로움의 문제를 마주할 수 있어 저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모험이었지 않았나? 그리고 그만 하니까 ‘나는 뭘 한 걸까? 그리고 한 사람 2~3년 떠나고 자기 자리로 돌아오려니까 주변 환경도 많이 바뀌고 어떻게 같이 평온을 찾고 싶은데 평온을 찾는 방법이 또 창작하는 것밖에 아는 게 없으니까.”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야기들 

그렇게 3년의 헤매기를 끝내고 다시 제자리에 돌아온 작가. 그 고민은 파트마다 모노톤의 색이 바뀌는 만화를 통해 은근하게 보는 이들에게 스며들어온다. 

“감정의 색톤을 좀 바꿔 해봤어요. 그러니까 외로움으로 지칠 때 주변에 초록이 필요했고, 초록에는 자연도 사람도 포함 되었고 그래서 넘길 수 있었고. 최종의 마젠타는 와인 색이잖아요. 어떤 성숙한 색이고 그거를 갈망했던 마음이고, 그 모든 것에 맨 마지막에 검은색으로 돌아온 건 다시 (돌아온 것을).”

▲모노톤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바뀌는 색은 보는 이 마음의 색도 따라 움직이게 한다. ⓒ 뉴스피크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순간으로 바뀌는 모호한 자신의 감정을 살피는 사람이니 다른 이들의 마음에 관심이 낮을 수 없을 듯하다. 그건 대학 때부터 꾸준히 쌓아온 김성희 작가만의 여정이라 할만하다. 

▲색은 가끔 만화 속 소재와 참 잘 어우러진다. ⓒ 뉴스피크

“제가 대학 들어갔을 때 저희가 X세대라고 불렸고 우리는 이제 개인의 발견들을 하던 시기였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거에서 한 개인부터 찾아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만화뿐만 아니라 문화가 그런 질문으로 흘러가 있었고 만화는 그런 면에서 제작 환경이 혼자잖아요. 그 누구보다 개인적인 화두로 시작해서 이렇게 내가 사회 속에 산다 그런 개념으로 저는 풀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다채로운 만화를 통해 사회 속에 살아가는 개인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풀어낸 것이다. 

《몹쓸 년》《먼지 없는 방》《똑같이 다르다》《오후 네 시의 생활력》《너는 검정》《나, 김마리아》는 사회 속에 개인을 발견하였고, 《내가 살던 용산》《떠날 수 없는 사람들》《섬과 섬을 잇다》《빨간약》에서는 개인이 모여 사회의 만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2012년에는 삼성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담은 《먼지 없는 방》으로 부천만화대상 교양만화상을 받기도 하였다. 계속 이어져 온, 항상 우리 옆에 있지만 결코 다가가기 쉽지 않은 화두가 적지 않지만 김성희 작가는 소재를 찾거나 애써 만들지 않았다. 단지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을 뿐이다. 

▲ '먼지 없는 방'. 열아홉 살에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남편을 백혈병으로 잃은 정애정 씨의 이야기를 만화로 들려준다. ⓒ 뉴스피크

“따로 공부한다기보다는 항상 주변에 친구들이 제 대화 속에서, 어쨌든 학교 신문사 때 관계했던 선배들이나 분들이 다 노동운동을 하셨고 그분들과의 관계 속에서, 난 거기에 어떤 면에서는 게으르고 날라리지만 친구들은 다 그래서 계속 듣고 생각하게 되는 게 자연스럽게. 그리고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저희 때 인문고에 취업반이 생겼어요. 졸업 시기에 지금 학생들 산업체 실습하는 학생들처럼 그렇게 다니거든요. 그래서 공장 경험을 해봐서 어디에 산재 문제나 그런 것들이 어떻게 공장 안에서 대우를 받는지도 알고 그러다 보니까 그리고 활동하는 친구들한테 계속 듣는 그런 맥락의 사건들이 다 이어진 거예요.” 

멀리 떠나기 위해 간 대학에서 만평을 만났고, IMF 때 들어온 사회에서서 만화가로 살기 시작했고, 이어진 인연은 거친 사회를 거친 그림으로 따뜻하게 그려내며 도시생활자에서 버스 속 창작유목민으로 여전히 움직이고, 살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채집되어 그의 세상에서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개인을 보듬는 사회 속 또 다른 그물망이 되고자 하는 듯하다. 충동은 작가마저 받아주는 그물망이 되었고, 개인적인 일탈은 다시 너무도 사회적인 공감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만화는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가장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매체가 되고, 작가는 도시와 사연의 수렵채집생활자가 된 것이다. 그 생활력, 한 책이 나오는 데 최소 1년에서 3년까지 걸리는데도 살아남는, 남들을 한번 가는 배터리를 3년간 8번 교체하면서도 완성해낸 생활력은 수렵채집 도시생활자의 가장 기본이고 그건 만화를 만드는 과정에도 그래도 투영된다. 

▲2016년 스마트폰을 만드는 대기업의 하청공장에서 파견 노동으로 일하다가 시력을 잃은 청년 노동자의 이야기를 그린 르포 만화책이다. 만화는 노동자 건강권을 지키는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활동가 ‘박행’과 피해 당사자 ‘이진희’의 이야기를 교차로 그린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관 ‘2020년 다양성만화제작지원사업’ 선정작. ⓒ 뉴스피크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는 굉장히 취재를 오래 했죠. 그래서 창원까지 찾아가고 입원했을 때 병원에도 같이 며칠 있어보고 어쨌든 개인적인 친구가 대학을 휴학하고 잠깐 알바(아르바이트)했던 순간에 사고를 당한 거거든요. 시력 상실한 진이라는 친구는 글 쓰는 거 좋아하고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어요. 그리고 사람이 절망만 이렇게 주구장창 못 하거든요. 어떤 순간 적응의 순간이 있으면 어떡하든 자신의 삶에 오늘을 잘 살려고 노력을 해요. 그 친구도 그런 상황에 저를 만났고 그래서 자기가 그땐 어땠고 어쨌든 지금은 이렇게 지내고 있다 뭐 그렇게 하고 같이 얘기를 좀 많이 봤죠.”  

하지만 채집에도 무게가 있다. 모아온 이야기와 사연이 자기를 짓누를 때도 있을 법하다. 자신의 고민 역시 마찬가지이니. 

“그때 조금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먼지 없는 방> 같은 경우도 3년, 4년 걸렸고, 또 메탄올을 실은 <문 밖의 사람들>은 좀 더 작업 시간이 짧았지만 이 어떤 면에서는 노동 건강연대 활동가 친구가 처음 그러니까 그곳에 들어가서 활동가의 수습 기간부터 일을 어떤 식으로 발견해내고. 그러니까 메탄올 사건은 정말 발견해낸 사건이었거든요. 파편화된 비정규직 산재였기 때문에 기록이 안 남을 수 있는 걸 흔적을 찾아서 발견해 놓은 거예요. 이미 시력 상실된 친구에게 ‘당신이 산재다’라는 걸 알려주게 된 그러니까 그 과정을 처음부터 밟으면서 친구라서 발견하게 되면서 … 저는 활동가들의 숨은 노력들에 대해서 어떤 내용이 있는지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주인공을 두 사람으로 배치를 한 거였어요.

 … 제가 매번 사건 당사자들한테 피해 당사자들한테 물어보거든요. 좀 친해지면 ‘어떻게 이렇게 괜찮냐?’ 막, 이렇게 물어보면 ‘괜찮지.’ 근데 그게 좀 자연스럽게 알겠더라고요. 매 순간의 삶이니까 저도 이런 건강한 생명력을 보는데 제가 기록한다고 힘들다고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건강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요.”  

▲ 김성희 작가. ⓒ 뉴스피크

만화와 작업의 속도에 관한 이야기 

만화 속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만난 순간을 그리다보니 아무래도 질문과 답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어떤 물음에도 지체 없이, 해맑게 답이 돌아온다. 평소에, 그리고 작업의 순간에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하는구나 생각 한편에 원래 말을 잘하나 하는 궁금증이 절로 일어난다. 

“옛날에는 왜 나는 왜 나는 말을 잘 못했거든요. 그리고 초등학교 때 애들이 때리겠다고 하니까 ‘왜 때리냐?’ 했는데 애들이 동그랗게 모여서 회의를 해줬어요. 왜 때리는지를 논의를 하고 답을 해줬는데 내가 말이 없어서 그런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말을 말이라는 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거거든요.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고 그래서 나는 아직 창작을 해야 되는 사람 난 뭘 해야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때리려니 왜 때리려나고 묻고 그걸 또 회의를 해서 알려주고, 그때부터 ‘말’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게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놀랍고도 독특한 여정이 아닐 수 없다. 만화가에 필요한 게 바로 그런 게 아닐까? 

▲김성희 작가가 참여한 '내가 살던 용산'. 함께 세상과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만화가가 적지 않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 뉴스피크

“(만화가는) 자기가 어떤 왜 창작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알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왜 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자기한테 물어보고 대답은 대답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질문 속에서 나온 게 이 창작의 결과니까. 계속 질문과 답이 답 속에서 답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현 사회와 산업화의) 열린 창구 자체가 만화의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주 다채로운 삶을 산 여러 사람이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들이에요. 진짜 살아있는 경험 진짜 흥미로운 이야기, 진짜 잘 그린다를 떠나서 매력적인 그림이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는 거잖아요. 처음에 우연으로 만화가가 됐더라도 점차는 나는 어떻게 계속 왜 창작을 하려는지 질문하지 않고는 못 간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림이냐 만화냐의 질문보다는 그래서 이게 더 중요한 생각이 듭니다.” 

 

문득 왜 대상을 받게 되었나라는 무례한 질문이 생각이 떠올랐다. 거칠고 느리지만, 예민하고, 깊은 작업들이었지만, 그중 이번 헤매기는 가장 사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는 진짜 예전에는 그래도 그러니까 내가 사회에 필요한 작업을 해서 사람들이 ‘그런 작업도 필요하다’ 라는 인정 때문에 나한테 준 줄 알았는데, 이거는 정말 온전히 정말 나를 위해서 작업을 해서, 실을 제 작업한 거 중에서 가장 부끄러워했거든요.

내가 정리해야 될 것들과 그리고 언제나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은 내 나름의 소망이 항상 컸는데 제 딴에는 제일 재밌는 방식으로 막 했어요. 너무 개인적인 마음이라 갖고 그래서 수상이 됐다 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의 우리 만화상 심사위원들은 왜 지극히 개인적이고, 충동적인 한 만화가의 이야기를 올해 작품 중 첫 번째로 꼽았을까? X세대의 오마주일까? 다만 작가의 이번 작품에는 경계를 넘어서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버스로의 직진과 오래 유지된 충동, 오춘기는 아무래도 그 경계에 딱 맞는 듯하다. 

▲ 무료한 일상처럼 흘러가는 모험, 그 속에 작가의 고민이 여과없이 투영되고 기록된다. ⓒ 뉴스피크

“저는 저의 많은 만화가들 선배들을 보면서 그러니까 어떻게 어떤 그분들의 시기에 그 만화를 하고 또 좀 뒤로 물러나 계시잖아요. 저는 저의 독자가 되실 분이 누구일지 모르지만 그냥 같이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었고 지금 나에게 간절한 이야기를 매 순간마다 해나가는 창작자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들이 그렇게 나이 먹은 대로 자신의 창작을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좀 막상 제가 더 나이 들어 보니까 얼마나 그게 힘든 지를 느끼는데 그러니까 같이 나이 먹는 만화를 그린 것 재미있게 봐주신 거? 이건 아닌 것 같고 왠지 모르겠습니다.(하하)”

지극히 개인적인 40~50대의 충동과 일탈은 누구나 꿈꾸는 것일 수도 있다. 거친 듯 섬세하고, 가벼운 듯 깊은 김성희 작가의 만화는 어쩌면 시대의 자화상일 수도 있을 듯하다. 지난 10년은 그 이전 몇 십 년보다 크고 놀라운 변화를 경험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모두 분주하게 적응하는 때, 가장 절실하고, 가장 힘겹게 생활하고, 창작하고, 결정해야 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 충동과 일탈 그리고 돌아옴의 과정이, 그 남겨진 기록에 대한 사색과 풍경에 대한 만화계의 응원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사회가 변화하고, 시스템이 달라져도 만화도 계속되고, 우리의 생활도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김성희 작가의 그림 스타일 자체가 그런 시간과 생각을 잘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매번 그려지는 대로 그려갖고 저도 저는 똑같이 이렇게 자기 복제가 아니라 이렇게 계속 그 스타일로 그리시잖아요. 어떤 만화를 보면 그리고 정말 대단하고 부럽고 저는 바로 이렇게 어제 그린 그림은 오늘 그림 똑같이 안 그려질 것 같습니다.

유일한 카피 없는 작가. 내 친구들 몇몇은 내가 내 거 카피하다 맨날 그런 말들을 해요. 한 번도 그런 일을 당해본 적도 없고 그러니까 통으로 나를 좋아하면 좋아하고 그런 거예요. 

그리고 더 잘 그렸다란 말도 없어요. 그림 잘 그린다는 말은 정말 정말 누가 그거는 못 들어보고요. 매번 누군가의 이야기 대상으로 만화를 그릴 땐 제가 하는 인사가 ‘죄송합니다. 실물 보다 분명 못 그릴 거예요.’ (그래서) 제 만화를 봐주시는 분들 그러니까 신기하고 고맙고요.”

▲ 자신의 만화를 보는 독자들이 신기하고 감사하다는 김성희 작가. 그 만화와 만화가가 우리는 신기하고, 또 감사하다. ⓒ 뉴스피크

마지막으로 자신의 만화를 보는 독자에게 한마디를 남기면서 인터뷰는 마무리되었다. 

"약간 예전에 항상 미안했어요. 하루.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사회적으로 이 사람들이 몰라도 되는 사건들을 알려주는 게 많아 불편한 만화에 대해서 약간 미안했고. 그리고 또 불편한 만화지만 이 사건을 같이 우리가 알고 있다 기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만화를 가졌던 분들에게도 되게 감사했고. 어떤 만화는 어떤 면에서 글과 그림으로 있어서 뉴스나 뉴스 보도나 결은 소설이나 어떤 장르보다 독사에게 쉽게 알려주는 측면이 있어요. 

그런데 또 이야기 주인공의 사건으로 보기 때문에 또 감정도 깊게 분담을 깊게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좀 힘든 만화를 이기도 한데 읽어주셔서 신기해도 감사하고 그리고 또 앞으로도 창작이란 건 만화라는 건 다채로운 거니까 세상에 이런 이런 문화도 있다는 거에 항상 호기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그런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인터뷰 때 나눴던 모든 이야기가 마지막 한 마디에 다 담겨있는 듯하다. 아마 사회를 살아간다면 김성희 작가의 이야기에 항상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듯하다. 그리고 우리가 그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만화로 만들어주는 것에 대해 감사를 한다. 

 

사진_김영민 기자 

 

▲ '헤매기의 피곤과 즐거움'. ⓒ 뉴스피크

헤매기의 피곤과 즐거움

저자: 지은이: 김성희

출판사: 한사람연구소

출간일: 2024-01-21

분야: 만화

정가: 20,000원

 

2020년, 김성희는 멀쩡한 집을 두고 버스를 한 대 덜컥 사서 작업실로 꾸미고는 버스 작업실에서 작업하겠다고 선언했다. 버스와 씨름했던 3년이 넘는 시간 일부를 다큐멘터리 <도시 수렵채집가와 로드워커들>이라는 작품에 담았고, 버스 작업실을 마련하고, 고치고, 친구의 담벼락으로 달려가고, 결국은 팔아 치운 버스 작업실 전체 여정의 기록을 모아 <헤매기의 피곤과 즐거움>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