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새로 읽다’ 연재를 시작하며

송강호 - ‘삼국지, 새로 읽다’(1)

2014-03-14     송강호(삼국지 칼럼니스트)

▲ 조선에 전래된 삼국지의 한 모습, 4대기서의 일종인 모종강 평본. ⓒ 송강호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으니 이 말의 유래가 어찌되었든 간에 삼국지에는 지모를 풍부하게 하는 내용이 있어서 읽은 이로 하여금 알게 모르게 그 같은 책략을 배우게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삼국지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권모술수를 즐겨 쓰는 꾀 많은 조조 같은 인물을 폄훼하고, 어리석고 무능한 듯이 보이는 유비를 존숭하여 그를 따르는 관우, 장비, 조운 그리고 공명 등이 중심이 되는 소위 촉한정통론이 이야기의 본질을 이루고 있다.

연의 저자인 나관중이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나 유비 집단에 대한 문학적 승리가 작품 전반에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역사에서는 조조가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대중들의 마음속에는 덕망을 지닌 유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삼국지는 그동안 재능 있는 이들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과거 박태원, 박종화, 김구용을 비롯해서 근래에 이문열, 황석영 작가에 이르기까지 문단의 대표적인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한학이나 중문학을 전공한 이들도 적지 않게 작업에 참여하였다.

또한 삼국지는 소설 장르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나아가 만화와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 연재하는 <삼국지, 새로 읽다>는 이미 고전이 된 삼국지를 온고지신의 미덕을 발휘하여 새롭게 풀어보려는 뜻도 얼마간 담겨있다.

고전이 우리 속에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언어가 새로워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의 풀이와 해석이 필요하다. 때로는 이야기 중심으로 때로는 해석학적 관점에서 때로는 시사성 있는 글과의 연계로 다양하게 삼국지의 외연을 넓혀 볼 생각이다.

* 필자소개
송강호 : 삼국지 칼럼니스트, 번역비평가. 국내 삼국지 역본에 대한 제반 문제를 검토하고 번역비평의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평론으로 <삼국지를 찾아서>, <삼국지 번역비평의 오해와 진실>이 있으며, ‘난중일기로 보는 삼국지’ 등 다양한 주제로 삼국지 강의를 펼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