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전투비행장 폐쇄로 평화·상생 이루자”

‘수원군공항(수원전투비행장) 폐쇄를 위한 생명·평화회의 출범 기자회견

2017-07-20     이민우 기자
 “화성 동부는 찬성, 서부는 반대라는 식으로 이간시켜서는 안 된다”

[뉴스피크] “문재인 정부는 국방과 외교, 통일, 경제 등 모든 부문을 검토하고 지혜와 역량을 모아 수원과 화성,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상생을 지킬 수 있도록 ‘수원군공항 폐쇄’를 검토하길 바랍니다. 이로써 대결과 갈등, 전쟁위기를 넘어 모두에게 생명과 평화가 넘치고 이웃과 이웃이 손잡고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경기도·수원시·화성시 지역의 86개 종교·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수원군공항(수원전투비행장) 폐쇄를 위한 생명·평화회의(아래 생명평화회의)’가 20일 오전 수원시 세류동 소재 수원전투비행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지난 2월 16일 국방부가 수원군공항 이전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성시 화홍지구(화성호, 매향리 옆)를 선정한 이후 수원시와 화성시 양 지자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수원시 쪽은 찬성 분위기이지만, 화성시 쪽은 반대 움직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국방부가 수원군공항 이전 예비이전후보지를 발표한 때 박근혜 정권 말기로, 당시는 대통령(박근혜)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었기에 졸속 추진됐고, ‘수원군공항 이전’ 추진 자체도 ‘적폐’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3월 처음으로 집담회를 열고 갈등과 대립을 넘어 상생의 방안으로 '수원군공항 폐쇄'로 의견을 모아 공동입장문을 발표했으며, 대선후보자에 대한 공개질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국정과제제안 등의 과정을 거쳐 공식 출범에 이르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종훈 목사(경기정의평화기독교행동),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처장, 윤영배 ‘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 상임위원장, 전만규 매향리 평화마을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 등 각계 인사 4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화성시민들의 수원군공항 이전 반대, 님비현상으로 보면 안 된다”

여는 말씀을 한 정종훈 목사는 “화성시민들의 수원군공항 이전 반대를 님비현상으로 보면 안 된다. 화성과 수원은 안보논리에 의해 수십년 동안 고통을 인내해왔다”며 “이제 수원군공항의 이전 문제가 시급해진 지금 그 고통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없애는 것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누군가 수원군공항 폐쇄는 ‘맨땅에 헤딩’이라고 말합니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합닏. 그러나 저희는 맨땅에 머리를 부딪히고 머리에 피가 나는 어리석은 일이라 하더라도 이 길이 생명평화의 가치를 이루는 길이기에 끝까지 갈것입니다. 수원전투비행장만이 아닌 또 다른 지역에서 들려오는 생명평화의 외침과 연대하며, 시민의 안전 확보가 우선인 참된 안보를 이루는 길, 생명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이 길을 갈 것입니다.”

서주애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은 전투기가 지날 때면 소음으로 전화통화도 못할 정도였다. 또 전투기가 많이 지나간 날이면, 아이가 전쟁 일어나는 것 아이냐고 불안해 하기도 했다”면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그 고통과 아픔을 모른다”고 말했다.

“54년간 미군폭격기의 사격 훈련의 소음과 고통에 시달렸던 화성시 매향리 주민들에게 수원전투비행장의 피해를 떠넘길 수는 없습니다. 수원과 화성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은 수원전투비행장 폐쇄입니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요구한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평화의 길로 가면 됩니다.”

 “화성 동부는 찬성, 서부는 반대라는 식으로 이간시켜서는 안 된다”

화성시 동부지역에서 온 정기용 동탄마을신문 ‘여울’ 대표는 “병점에 사는 사람 일부와 수원 사람들은 수원전투비행장 이전에 찬성할 수 있다. 그러나 화성 동부는 찬성, 서부는 반대라는 식으로 이간시켜서는 안 된다”며 “화성 동쪽에 살더라도 내 지역이 아닌 곳으로 이전한다고 찬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방부의 일방적 수원군공항 이전 강요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수원군공항 폐쇄’ 요구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되는 이른바 ‘안보논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홍성규 화성민주포럼 대표는 “안보문제는 더이상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만능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국방비 지출이 북한을 넘어선지 40년, 지금은 30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는데도, 입만 열면 ‘안보타령’이냐”고 꼬집었다.

홍성규 대표는 “그런 논리라면 만약 경기도 전체를 군사기지로 만들면 안보문제가 해결되겠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제 안보와 국방문제 역시 공개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며 “이번 ‘수원군공항 폐쇄’ 촉구가 그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미경 화성여성회 서부지부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원시와 화성시의 갈등과 대립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국방부까지 공식적으로 가세했다”며 “이런 와중에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모여 한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주목해 달라.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함께 ‘평화와 상생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명평화회의는 이정희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과 정한철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수원군공항 이전이 아닌 ‘군공항 폐쇄와 군축’ 등 평화를 위해 시민과 함께 평화 의제를 발굴하고 공유하며, 현안 대응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생명평화회의는 “수원군공항 이전 사업은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국가안보의 중요사안을 지자체의 의견으로 결정하고, 그 과정에 국방부는 뒷짐지고 수원·화성 두 지자체가 알아서 갈등을 풀라는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방식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생명평화회의는 “수원·화성시민의 피해와 근심이 여전한 가운데 대도심 내 공군전투기지를 그대로 둘 수도 없다. 수원·화성시민 모두의 피해를 해소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수원군공항 폐쇄’를 적극 검토할 것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생명평화회의는 이날 기자회견 전에 대표자회의를 열고 주요활동계획으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검증 및 개정활동’, ‘군공항 이전관련 법적 대응활동’, ‘예비이전후보지 환경 및 사회영향조사’, ‘수원전투비행장과 탄약고 등 운영에 대한 정보공개 및 대응활동’, ‘국정감사 및 2018 지방선거 주요 의제화’, ‘시민토론회 개최' 등을 논의해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