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2층버스’ 장애인 편의 몇점?

2층버스가 승강장에서 너무 멀리 정차···장애인 좌석 앞 손잡이 때문에 불편

2017-02-16     이민우 기자

[뉴스피크] 장애인인권단체들의 이동권 쟁취를 위한 오랜 투쟁의 결과 저상버스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도입이 확대된 2층버스에도 장애인 좌석이 마련됐다.

지난 6일 경기도와 수원시는 시민의 안전하고 편리한 출퇴근길을 위해 ‘수원~서울’ 구간 2층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이른바 ‘굿모닝버스정책’의 일환이다. ‘수원~서울’ 구간 2층버스는 2개 노선으로 G5100번(경희대~강남역), 7770번(수원역~사당역)이다.

이번 2층버스는 일종의 저상버스다. 장애인과 노약자, 어린이 등 교통약자들도 타고 내리기 쉽게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도록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2층 버스가 저상버스로 도입된 것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단체들의 목숨 건 투쟁의 결실 중 하나다. 지난 2016년에도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경기420공투단)’ 소속 장애인들은 경기도청 점거 농성을 비롯해 수원역 육교 고공농성, 단식투쟁 등을 전개하기도 했다.

앞서 경기도가 지난 2015년 도입했던 2층 버스들은 통로가 좁아 전동휠체어는 물론 수동휠체어로도 탑승하는 데 불편이 커 생색내기라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이번에 수원 구간에 도입된 2층 버스들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지난 10일 오후 (사)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수원시지부 엄의수 지부장(전동휠체어 사용), 해뜨는아침장애인IL센터 신창호 소장(수동휠체어 사용), 수원새벽빛장애인야간학교 신승우 교장을 비롯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직접 용남고속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G5100번 2층버스에 탑승해 불편사항은 없는지 꼼꼼히 점검했다.

우선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맞은편에 위치한 ‘경희대학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미리 버스 탑승 시간을 알아보고 현장에 도착해 정류장 주변의 탑승환경을 살폈다. ‘경희대학교’ 정류장은 일반 정류장보다 규모가 컸다. ‘G5100번 2층버스’ 운행 정보를 알기 위해 안내문을 찾아보았는데, ‘G5100번 2층버스 운행안내’ 라고 된 종이가 맨 앞쪽 승강대 비가림시설(캐노피) 투명창에만 조그맣게 붙어 있다.

▲ 해뜨는아침장애인IL센터 신창호 소장(수동휠체어 사용)이 ‘경희대학교’ 버스정류장에서 ‘G5100번 2층버스 운행안내’ 가 담긴 종이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휠체어에 앉아서는 약간 올려다 봐야 한다. ⓒ 뉴스피크
▲ ‘경희대학교’ 버스정류장에 G5100번 2층버스가 도착했다. 하지만 버스가 승강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버스정류장 앞엔 불법정차돼 있는 트럭이 보인다. ⓒ 뉴스피크
잠시 후 G5100번 2층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왔다. 그런데 승강장에서 너무 멀리 차를 세워 비장애인들도 도로까지 내려가 승차해야 했다. 휠체어는 아예 접근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신창호 소장은 “버스가 장애인이나 노약자도 탑승하기 편하도록 승강장에 가깝게 정차돼야 하는 데 그런 일이 거의 없다”며 개선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버스기사에게 휠체어를 탄 채 탑승할 수 있도록 요청하자, 비장애인들이 승차한 뒤 버스를 뒤로 후진했다가 다시 승강장에 가까이 세웠다. 버스기사는 운전석에서 내려 뒷문에 설치된 장애인 승하차 탑승용 발판을 수동으로 펼쳐줬다. 전동으로 된 발판은 고장이 잦아 수동으로 설치한 것이다.

수동휠체어를 탄 신창호 소장이 먼저 탑승해 휠체어용 좌석으로 된 곳의 편의사항을 점검한 뒤 바로 내렸다. 1층 15명, 2층 59명이 탈 수 있는 74인승 버스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단 1명만 탈 수 있기 때문에 다음은 전동휠체어를 탄 엄의수 지부장이 탑승했다.

수동휠체어는 버스 안에서 장애인 지정 좌석에 자리를 잡을 때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전동휠체어는 장애인 좌석 쪽으로 자리를 잡을 때 좌석 앞쪽에 위치한 손잡이 때문에 불편했다.

▲ 해뜨는아침장애인IL센터 신창호 소장(수동휠체어 사용)이 ‘경희대학교’ 버스정류장에서 G5100번 2층버스에 탐승했다. 신 소장은 휠체어 앞쪽 손잡이가 위협적이라고 했다. 장애인 좌석은 휠체어가 탑승하지 않을 경우엔 버스 벽면에 설치된 의자를 내려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 뉴스피크
▲ (사)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수원시지부 엄의수 지부장(전동휠체어 사용)이 G5100번 2층버스에 탑승했다. 장애인 지정 좌석 앞에 있는 손잡이 때문에 불편함이 있다. ⓒ 뉴스피크
엄의수 지부장은 “휠체어좌석 앞쪽에 있는 ㄱ자 모양의 철제 손잡이가 너무 커 자리 잡는 데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신창호 소장도 “휠체어 좌석 앞에 있는 손잡이는 수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필요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급정차 했을 때 얼굴과 정면충돌할 것 같아 위협적이다”고 말했다.

휠체어 탑승이 끝나자 버스기사는 장애인 승하차 탑승용 발판을 접고 출발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좌석에 자리 잡으면 안전띠를 묶어 줘야 하지만,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그냥 버스를 운행했다.

신승우 교장이 ‘회사에서 2층버스 운행과 장애인 탑승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버스기사에게 묻자 ‘그런 적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승우 교장은 “버스가 승강장에 가깝게 정차하는 위치는 물론이고, 장애인이나 고통약자가 탑승할 때 버스기사가 해야 할 역할 등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해뜨는아침장애인IL센터 신창호 소장(수동휠체어 사용)은 “버스정류장의 인도 보도블럭쪽 높낮이에 따라 뒷문 승하차 발판의 경사가 급해 수동휠체어로는 타고 내리기 곤란한 경우도 있다”며 세심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 뉴스피크
신창호 소장은 “버스정류장의 인도 보도블럭쪽 높낮이에 따라 뒷문 승하차 발판의 경사가 급해 수동휠체어로는 타고 내리기 곤란한 경우도 있다”며 세심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날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된 것은 ▲‘G5100번 2층버스 운행안내’를 더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위치에 최소한 2군데 이상 게재 ▲버스의 정류장 진입시부터 승강장 옆에 교통약자가 편리하도록 정차 ▲장애인 좌석 앞 손잡이 축소 또는 제거 등 조정 필요 ▲장애인 탑승시 버스기사 역할에 대한 철저한 교육 등이다.

한편,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G5100번 2층버스 개통식에 소식을 알리면서 “이용하시다가 불편하거나 개선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