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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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봄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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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크] 당나귀- 봄

요번에도 귀를 땅에다 붙이고, 그 간지러운 소릴 먼저 들어볼란다.
조심해야지, 귀때기가 땅에 달라붙어, 쭈욱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 파릇파릇 간지러운 소리를, 빨리 듣고 싶은 게다. 이렇게 환한 추위가 나를 휙 하니 지나갈 때면.
모두가 혼자만의 추위에 웅크려 가슴 펼 수 없을 때면.

두그닥 두그닥, 어찌 들으면 먼 길 돌아오는, 말발굽 소리 같기도 하다.
그 발자국 소리 점점 커져, 우리 동네까지 와서, 두꺼운 얼음장, 쾅쾅, 다 깨고,
얼은 눈물들 다 녹여 흘려보내고, 추워서, 추워서 안으로 오그라든 거, 다 활짝 펴주고, 기지개 펴게 하며.
결국은 다 풀어져 흐르게 한다. 어떤 미움도 다 용서해준다.
이제는 따스한 손 붙잡고, 어깨동무하며 실없이 웃어도 좋다 한다.

겨울이 뼈 속을 훑고 지나가는 저녁이면, 나는 또 땅바닥에 엎드려,
귀를 대본다. 귀가 언 땅에 달라붙어, 당나귀 귀처럼 쭈욱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겨울 저녁마다 땅에 엎어져,
그 간지러운 소리를 기다리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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