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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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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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적인 게 아니라 담합적인 한국노사관계에 대한 도발적 논쟁 열기”

“현대자동차(현대차) 노사관계는 대립적이거나 갈등적인 게 아니라 담합적이다.”

▲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 표지. ⓒ 매일노동뉴스
10년간 현대차 노사관계 탐구에 매진해 온 박태주 박사가 내린 진단이다. 박태주 박사가 쓴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내일노동뉴스 발행)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 갈등은 담합을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다.

임금인상은 물론이거니와 사내하청(비정규직) 역시 대표적인 노사 담합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임금 인상은 연대에 대한 외면과 교환됐고, 비정규직은 이른바 ‘고용안정’과 맞바꿨다. 그리고 담합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외부로 전가됐다. 외부에는 사내하청(비정규직) 노동자 외에도 협력업체 노사, 심지어 소비자들까지 포함된다.

이 책은 박태주 박사가 현대차의 단체협약에 의거, 주간연속 2교대제 관련 노사 자문위원을 지내며 현대차 노사관계의 본질을 파헤친 책이다. 박 교수의 현대차 노사관계 분석에는 오랜 노동운동 경험과 영국에서 익힌 전문가의 시각이 녹아있다.

현대차에서 노조가 결성된 건 1987년이다. 노사관계가 형성된 지도 27년째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현대차 노사의 ‘계급전쟁’은 양측이 다 패배했다는 게 박교수의 분석이다.

잘나가는 기업도 노사관계라는 렌즈로 접근하면 패배했다고 진단할 수밖에 없다. 내부노동시장의 비효율성과 경직성, 비정규직 노사갈등, 잦은 파업,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 등으로 인해 이른바 ‘현대차 리스크“(Hyundai risk)라고 할 만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조 역시 패배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다. 노조가 쌓은 기반이라는 건 기실 물가에 쌓은 모래탑에 지나지 않는다. 높은 임금과 안정된 고용은 회사가 잘나가는 상태를 반영할 뿐이다. 파도가 밀려오면 모래탑이 쓸려가듯 경기부진이 닥치면 고용안정도, ‘연봉 1억원’의 신화도 함께 사라진다.

높은 임금은 현대차 노조의 성공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현대차 노조의 패배는 비롯됐다. 고용불안과 연대의 실종이 그것이다.

글로벌 허브 전략과 사회적 연대의 회복이 관건

현대차 노사관계가 ‘노’도 패하고 ‘사’도 패한 전쟁이었다면 변화는 필연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현대차 노사관계가 바뀌어야 한다면 누가 먼저 뀌어야 하고 변화의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박 박사는 사용자의 변화 없는 노사관계의 변화는 물거품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현대차에서 노사관계의 파행이 회사의 일방적인 책임이라는 의미라기보다는 회사가 노사관계에서 사회적 강자라는 인식을 반영한 진단이다.

그렇다면 사측의 변화는 뭘 의미할까. 그건 바로 노조를 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참여시키려는 노력이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자기 입맛대로 설정하고 노조에게 강요하는 ‘원칙’이 아니라 노사가 공유하는 ‘비전’이다.

현대차 노사관계의 비전은 크게 글로벌 허브 전략과 사회적 연대의 회복으로 정리된다. 글로벌 허브 전략은 국내공장을 현대차라는 다국적 기업의 모공장(mother factory)으로 자리매김을 하려는 전략이다. 즉 고용안정과 경쟁력의 교환을 축으로 현대차 고유의 생산방식과 노사관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의 성장은 현대차 노사라는 자신들의 아랫목만 데웠을 뿐 바깥 노동자들이 차지한 윗목은 여전히 냉골이었다. 노사의 사회적 역할 부재야말로 현대차 노사가 국민기업, 국민노조가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차 노사관계는 한국 노사관계의 유형설정자(pattern setter)라고 말해 왔다. 현대차가 우리나라 노사 양측의 대표선수들이 벌이는 ‘각축의 땅’인 까닭이다. 따라서 현대차 노사관계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하나의 기업’이라는 미시적인 차원에 결코 머무르지 않는다.

현대차 노사관계가 바뀌면 한국의 노사관계가 바뀐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현대차 노사관계라는 프리즘을 통해 한국 노사관계를 살펴보기 위한 시도이자 한국 노사관계를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노사관계는 각종 모순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일종의 살아 있는 생명체다. 이 책은 한국 노사관계가 필요로 하는 논쟁을 촉발하는 도발이다.

◆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 박태주 지음, 2014년 6월 23일 발행, 매일노동뉴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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