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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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4.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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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수산스님.

불교의 계율은 사실 출가 수행자들이 단체 생활을 하면서 그들의 화합을 깨뜨리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막고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첫 번째는 ‘살생하지 마라.’라는 항목이며 계속해서 ‘도둑질 하지 마라.’ ‘거짓말 하지 마라.’ ‘삿된 음행(쾌락을 추구하는 정상적이지 않은 성적 관계)을 하지 마라.’ ‘술 마시지 마라.’의 다섯 가지가 바로 불교의 오계이다.

오늘날 일반 신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은 오계 내지는 십계가 보통이지만 스님들에 있어서는 250여 가지가 넘는 많은 항목들이 전해지고 있다. 어느 종교든 마찬가지겠지만 성직자라면 계율이란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하는 ‘위대한 속박’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여러 경전에서 석가모니는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

언젠가 어느 제자가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걱정스런 도반들이 용한 의사에게 보이니 어느 특정 고기를 먹는다면 나을 수 있다고 하였다. 나을 수 있다는 말에 도반들이 그 고기를 구해 먹이고자 하였지만 정작 본인은 거절하였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을 위해 다른 생명을 해치게 되는 것으로 ‘살생하지 마라.’는 계율을 어기게 되기 때문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도반들이 석가모니에게 사실을 알리자 오히려 석가모니는 그 제자를 찾아가 죽음을 기다리지 말고 고기를 먹고 건강을 회복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수행하여 자신의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다른 중생들에게 돌려주는 것이야 말로 출가수행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하셨다.

불교의 계율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단지 글자에만 얽매이지 말고 그 항목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헤아리고 실천하는 지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훔치지 마라.’라는 항목을 잘 지키는 것은 다만 내 것이 아닌 것을 억지로 차지하지 않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아프고 힘들어서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때로는 내가 아프고 손해 보더라도 아낌없이 베풀어 주는 자비로운 마음을 내어야 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진실 된 말을 용기 있게 내뱉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침묵도 거짓말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교의 계율이 이러한데 사회에서의 법률은 다를까? 같은 ‘살인’일지라도 과실인가 고의인가에 따라 형량에 차이를 두는 것을 법률에 있어서의 융통성으로 이해한다면 과연 잘못일까? 지난 몇 달 동안 온 나라를 혼돈에 빠뜨리고 있는 정부 각료의 인사문제를 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잊는다. 대승불교에서 중요한 수행법 가운데 하나로 고통 등을 참는 수행을 ‘인욕바라밀’이라고 하는데, 뉴스를 볼 때마다 그야말로 인욕바라밀을 닦는 시간에 다름이 없었다.

등장부터 퇴장까지 온갖 역겨운 코미디로 우리를 짜증나게 했던 어느 후보자는 법과 원칙을 교묘히 자기중심으로 왜곡하여 국민을 우롱하였다. 연봉이 9천만 원이 넘었던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온갖 비리에도 모자라 봉급이 적어 노후 자금으로 사교육 업체의 주식에 투자했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북풍공작과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람을 이 나라의 정보기관 수장으로 앉히려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는 아마도 우리 보통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압권은 총리 후보자에 대한 기준이 너무 엄격하여 총리될 사람이 없으니 국민들의 눈높이를 좀 낮추어야 한다는 정신 나간 관료의 헛소리다.

이참에 공직자 후보에 대한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고 하는 정치인을 보며 모든 국민들이 당연히 여기는 법과 상식을 자기 입맛에 맞게 왜곡하려는 뻔뻔함에 그저 나라가 걱정이다.

종교인으로서 내부에서 하는 말은 사회와 별개라는 혹세무민의 극치를 보면서 정말 이 나라가 걱정스럽다. 나는 스님이지만 한 번도 사찰 안과 밖에서의 언행의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직자들도 동의한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들에게도 불편함과 아픔을 주지 말고 보통 사람들의 생각인 상식을 벗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성직자들의 언행이요 그것이 바로 계율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종교뿐만 아니라 사회 어느 집단이나 마찬가지다.

이젠 소통까지 바라는 것은 사치인 것 같다. 그저 상식을 벗어나지만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럼에도 그들은 달이 아닌 손가락만 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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