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사이에 극복해야 할 이질감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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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사이에 극복해야 할 이질감은 없어요”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4.04.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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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저자 신은미 씨의 ‘통일 수다’
“색안경 벗고, 편견 내려놓으면 다독여 주고 싶은 사랑 생겨요”

“북녘동포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편견과 선입견을 내려놓고, 바라보면 있는 그대로 보여요. 상처가 보입니다. 다독여 주고 싶은 사랑이 생겨요.”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란 책을 펴낸 ‘통일 전도사’ 신은미 씨의 말이다. 신은미 씨는 15일 6.15수원본부와 통일나눔이 주최한 강연을 통해 북녘에 다녀온 뒤 달라진 자신의 생각과 삶을 아줌마다운 수다로 풀어냈다.

“민족이니, 북녘동포니, 통일이니 하는 단어조차도 떠 올려 본적이 없는 사람”이었던 그녀는 유난히 여행을 좋아하던 남편을 따라 지난 2011년 10월 북한에 처음 갔다고 했다. 지금까지 6차례 60여일에 걸쳐 평양과 개성 같은 도시는 물론 북녘땅 구석구석을 여행했단다. 북녘에서의 경험을 얘기하기 전 그녀는 자신의 집안 내력부터 소개했다.

▲ 신은미 씨는 “북녘땅에는 이상야릇한 도깨비만 사는 줄 알았다”며 “이질감을 확인하러 간 땅에서 동질감만 느끼고 왔다”고 털어놨다. ⓒ 뉴스피크

경북 대구, 아주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경북 대구가 고향이고, 아주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이다. 할아버지는 목사였고, 외할아버지는 목사이면서도 제헌국회의원 출신으로 4선을 한 보수 정치인이다. 더구나 아버지는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6.25때 최북단까지 진격했던 군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전쟁얘기를 들으면서 무찌르자 공산당은 자연스런 생각이었어요. 제 시대에는 반공교육을 받았는데, 모범학생이었거든요.

공산주의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 반공 교육을 한 게 아니라 반공교육은, 무찌르자 공산당 = 무찌르자 북녘동포 였어요. 북녘동포는 뿔난 도깨비였어요. 제가 매스컴을 통해서 본 북녘 모습도 인민군들이 일사분란하게 전쟁연습을 하거나, 인민들을 헐벗고 굶주리는 모습이었죠.”

전세계 사람 누구나 여행할 수 있는 북한 땅인데

‘대체 북한 사람들은 우리와 얼마나 다른가, 얼마나 이질감이 깊은지’를 확인해 보고자 했던 남편과의 북한여행은 준비 과정부터가 놀라움의 시작이었다.

“인터넷 서치하면서 보니까 북한 관광 모집 여행사가 미국과 유럽엔 많이 있는 거예요. 남편조차도 처음 안 거예요. 남한 국적을 제외한 전세계 모든 나라 사람에게 여행이 오픈돼 있었어요. 그것도 60년 전부터요. 그걸 몰랐던 거죠.”

관광상품도 너무 다양했다. 맞춤 관광, 독립 관공, 패키지 관광···. 기념비적인 건축물만을 구경하는 패키지여행도 있다. 평양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비행기가 프로펠러 비행기인데 전 세계에 2대 밖에 없어 그 비행기 자체가 관광상품이 돼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금강산, 묘향산, 백두산, 칠보산, 구월산 같은 산만을 구경하러 가는 여행도 있고요. 북에는 아직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아 오염되지 않은 강들이 있어요. 강을 여행하는 상품들도 있어요.”

▲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 씨는 말했다. “의료나 철도 같은 공공성 있는 사업을 민영화할 게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을 민영화 했으면 좋겠습니다.”ⓒ 뉴스피크

김치 얘기만 했을 뿐인데, 하나라고 동포애 느껴

그녀는 과연 북에서 무얼 보고 무엇을 느꼈기에 송두리째 삶이 바뀌었을까. 북녘 여행에 대해 그녀는 민족애를 깨닫고, 남북 화해와 통일이 가져올 축복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정을 주고받는 사람, 내 동포를 만났습니다. 정과 사랑을 듬뿍듬뿍 나누고 왔어요. 이 모든 것이 같은 동포로서 민족적 정서를 공유하기에 맘이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도 통일을 얘기해요. 무슨 당 간부가 하는 얘기가 아니에요. ‘6.15, 10.4선언 시대로 돌아가야 되요. 그때는 통일이 되는 줄 알았어요. 정말 그 시절이 꿈만 같아요, 평화로운 통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 애길 하는 거에요”

무엇보다도 그녀가 북녘에서 확인한 것은 동포의 끈끈한 정이었다. 그녀는 “북녘땅에는 이상야릇한 도깨비만 사는 줄 알았다”며 “이질감을 확인하러 간 땅에서 동질감만 느끼고 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치를 먹으며, 그래요 ‘평양 김치가 제일입니다’, ‘개성 김치가 제일입니다’, 전 그랬죠. ‘전라도 김치가 제일’이라고, 그러면 들어봤다고는 해요. 김치 얘기만 했을 뿐인데, 하나라고 느끼는 거에요.

고구려, 구주몽, 백제, 신라 얘기를 하는데 똑 같은 선조를 모시고 민족적 정서를 고유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희노애락에 눈물짖고 웃고, 찬거리를 걱정하고, 자녀교육을 밤낮으로 신경 쓰고. 제가 가서 발견한 건 남이고 북이고 해외동포는 민족적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거예요.

남과 북 사이에 극복해야 할 이질감은 없어요.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하고요. 분단의 아픔을 메고 버겁게 사는 한겨레, 내 민족, 내가 사랑해야만 하는 내 이웃이로구나···.”

▲ 신은미 씨가 북녘에서 찍어 온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남성이 여자친구인 듯한 여성의 손을 끌어주며 인사인스케이트 타는 걸 도와주는 장면이다. ⓒ 뉴스피크

‘아, 여기가 남파공작원 자녀들 가르치는 학교죠’

여행도중 일어났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다른 아닌 아무한테나 마구마구 말을 잘하는 남편 정태인 씨에 얽힌 사연이다. 그녀는 ‘시한폭탄 같은’ 남편의 막말이 걱정돼 북한에 함께 여행하기로 했다는 설명까지 곁들이며 이렇게 털어놨다.

“평양에 만경대혁명학원이 있어요. 만경대학명학원은 혁명열사 자녀들을 교육시키는 학교에요. 그 학교에 갔다니 해설원이 막 설명하고 있는데, 남편이 ‘아 여기가 남파공작원 자녀들 가르치는 학교죠’하니 제가 가슴 철렁 안합니까. 동해바다를 여행할 땐 조그마한 전마선이 떠 있요. 그걸 보더니 ‘저 조그만 전마선을 타고 그 많은 탈북자들이 내려 왔구만’ 이러는 거예에요.

김일성종합대학에 가면 도서관 앞에 김정일 위원장이 친필로 ‘두 발은 내 땅에, 눈은 세계를 보라!’라고 써놓았어요. 그걸 해설원이 근엄하게 설명하는 데 ‘아니, 인터넷도 안 되는 세상에서 뭔 세계를 봐’ 이러는 거예요.

친구들이 북에 있는 교회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보라고 해 봉수교회를 갔어요. 전 평양 한 복판 예배당에 앉아 눈물 흘리는 제 모습을 발견한 거예요. 이들이야 말로 내가 정말 사랑해야 할 형제자매인데, 정말 어리석게 배척했지, 하며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기도하고 있는데, 여기저기 사진 찍고 다니던 남편이 목사님에게 ‘목사님! 이 교회 진짜교회에요, 가짜 교회에요’ 그러는 거예요.”

▲ 북녘에서도 여성들 사이에서는 쌍꺼풀 수술을 하는 게 인기란다. ⓒ 뉴스피크

남쪽에 와서 통일을 얘기했더니, 종북, 좌빨이래요

북한여행을 다녀온 뒤 ‘통일 전도사’가 돼 남녘 곳곳을 다니며 강연하면서 이른바 색깔론이나 ‘종북’ 공세에 시달렸던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졌다.

“그런데 남쪽에 와서 통일을 얘기했더니, 종북, 좌빨이래요. ‘그래 난 많이 달라졌다. 난 우리 북 동포는 호적에서 파 내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냉소적이고, 증오의 눈빛으로 발라봤다. 그런데 북녘땅을 다녀와서는 민족애가 생겼고, 지난 날 어리석게 살아왔던 내 삶을 회개 했다. 그런 엄청난 변화가 온 게 좌빨이고 종북이니, 그럼 나 종북할 게’ 그랬더니 그 다음날 인터넷 매체에 떴어요. ‘재미동포 신은미 아줌마 드디어 종북을 선언하다’ 그렇게 됐습니다.”

의료나 철도가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을 민영화해야

자유롭게 북녘을 오고갈 수 있는 조건인 재미동포답게 남쪽사회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색다른 제안도 했다.

“지금 해외동포 이산가족들은 언제든 북녘을 찾아가 만나고 있어요. 의료나 철도 같은 공공성 있는 사업을 민영화할 게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을 민영화 했으면 좋겠습니다.”(박수)

남북화해와 통일에 대해 논의하면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의 눈치를 보는 현실에 대한 탄식도 나왔다. 남북화해와 통일은 남북이 서로 자주 만나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북녘에서는 통일의 주어가 우리에요. 그런데 남녘에서는 통일의 주어가 주변 4대국이에요. 저는 정치적 식견이 없어 모르겠지만, 그저 아줌마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애들이 싸우고 화해해야 하는 데 옆집 아저씨한테 찾아가 ‘제가 동생이랑 싸웠는데 화해해도 될까요’하고 이웃아저씨한테 물어보고 다닙니까. 우리가 싸우고 비정상적으로 원수처럼 지내놓고선 화해하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죠.”
 

▲ 신은미 씨가 북녘에서 찍어 온 사진. 한 소녀가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 뉴스피크

그녀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는데, 그 대상이 바로 북녘동포”라며 “그 동포들에게 다가서서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분단의 장벽, 마음 속 장벽을 무너뜨리고 그들을 바라보고, 서로 이해하고 상처를 다독거리면서 사랑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일단 많이 만나야 합니다. 서로 이해하게 되고, 서로 아픔도 보이고, 어떻게 하면 함께 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거든요.”

친일, 친미하면서 형제자매와 잘 지내자는 친북이 왜 잘못인가

특히 그녀는 “일제시대, 집 잃은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견뎌왔고, 그런 일본과는 협조니, 용서니, 화해니 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형제자매를 이해 못하고 다독여 주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토로했다.

“친일도 하고, 친미도 하는데, 형제자매하고 잘 지내자는 친북이 뭐가 잘못됐습니까. 우리가 잘 먹고 잘 사니까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데 그렇지 않아요. 반쪽 몸뚱아리로 비적상적인 삶을 살고 있거든요. 한반도가 하나로 연결 돼 한 몸뚱이가 될 때 더 많은 발전과 축복의 일들이 막 일어납니다. 저는 이미 통일된 조국에서 살고 있는 심정이에요. 남과 북이 다시금 사랑을 회복하는 그 날까지 해외동포로서 미약하나마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한편, 수원화성박물관 영상교육실에서 열린 이날 강연에는 윤기석 목사(6.15경기본부 상임대표, 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와 유은옥 통일나눔 상임대표, 이종철 6.15수원본부 대표, 신용승 민족문제연구소 수원지부 고문, 김인호 수원환경운동센터 대표, 황인성 (사)수원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을 비롯해 각계 시민 13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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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주 2014-04-23 11:45:18
좋은 강연이었네요. 기사도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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