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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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하나
  • 노세극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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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세극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노세극(6.15경기본부 홍보위원)

 거리에는 낙엽이 뒹굴고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낮게 깔리고 
늦가을 정취 물씬 풍기며
겨울로 가는 길목을 재촉하는 
2013년 11월 수유리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겠다고 
일신의 안일을 돌보지 않고 
온 몸으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 바친
조상을 둔 탓에 
어엿이 독립된 나라가 되었음에도
대접은 고사하고
태어날 때부터 고생고생하며
살아온 신산한 세월 

고생도 모자라 탄압까지 받은
모진 세월이 이제나 끝나나 했건만 
세상의 시계 바늘은 거꾸로 돌아가는지
친일파들의 후손이 여전히 판을 치고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 떳떳하게 
살 수 있는 날은 멀기만 하다. 

수유리 뒷골목 선술집에서
승봉 형님과 대낮부터 소주를 마시며  
지나온 60여년 고난의 세월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도 가슴이 아파
세상에 대한 분노와 한탄이 뒤섞여 
통음을 하며 같이 통곡을 하였다. 

4.19의 정기어린 수유리에서
이렇게 주저앉을 수 없지
정신을 차리며 살자 하고 문 밖을 나오는데 
바깥 날씨는 급기야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며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우산 하나 밖에 없어
형님이 내게
가을비 맞으면 감기 걸린다며 우산을 건네 주신다

아니 무슨 말씀이신지요?
나는 전철을 타고 가면 괜찮으니
형님이 집까지 걸어가는데 우산이 없으면 안 되지요 

형님과 옥신각신 
형님이 우산을 훽 던지고 손사래 치며
종종 걸음으로 가버리신다

멀찌감치 형님이 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옷깃을 여미며 비를 맞으며 가는데
내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내린다. 

에이 못된 형님아 감기 걸려라
전철을 타고 오는 내내
우산을 바라보며 
형님 생각에 목이 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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