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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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 김준혁 교수
  • 승인 2013.0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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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 수원시민 추모문화제에서 낭독한 편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며 편지글을 낭도하고 있는 김준혁 교수. ⓒ 뉴스피크

* 이 글은 23일 오후 고 노무현 대통령의 4주기를 맡아 수원시 연화장에 위치한 추모비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공개된 것입니다. 글은 김준혁 교수(경희대학교 휴마니타스 칼리지)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쓴 편지 전문입니다. [편집자 주]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행복하십니까?
저희들을 두고 저 하늘에서 홀로 행복하십니까?

이렇게 여쭈어보는 저희도 야속합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시릴 당신께
모질게 물어보는 저희도 안타깝습니다.

제가 당신을 만난 것은 꽤 오래전입니다.
87년 온 나라가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길거리에 나가 민주주의를 외칠 때
당신 역시 부산에서 시민들과 거리에 나가
민주주의를 세우려고 하다 감옥에 갔을 때
저는 우연히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부산에서 전두환의 오른팔인 허삼수를 꺾고
민주주의 심장인 부산을 만들겠다고
홀연히 일어난 그 시절 저는 당신을 어렴풋이 보았습니다.

아직 촌티가 가시지 않은
젊은 변호사 출신의 초선 국회의원인 당신은
5공 청문회에서 민주주의 파괴의 주인공인 학살자 전두환에게
국회의원 명패를 던졌습니다.

국민을 학살하고 분단을 극대화한 장본인이
아무런 죄도 없는 우국의 지시인척하는 거짓에
당신은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던진 명패는 단순히
노무현이란 이름이 들어있는 이름판이 아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친일파들 세상과
해방 이후 미군정과 친미파
그리고 이승만 독재에서 박정희 군사독재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에 이르는
오욕과 분노의 역상에 대한
거대한 투쟁이었습니다.

당신의 분노와 외침 그리고 행동은
우리 역사에서 외세와 기득권에 대한
항전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그로부터 세상은 변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민중들의 거리에서 투쟁은 더욱 조직적이고
노동자, 농민, 지식인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하나가 되어 보다 높은 투쟁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한 너무도 큰일이었습니다.

당신이 또 다시 저의 가슴에 들어왔습니다.
기득권을 나눠먹기 위해 야합한 3당 합당에서
당신은 ‘이의 있습니다’ 라고 소리쳤습니다.

민중들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린 그들과
당신은 절대 하나가 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이제 민중의 적이 되어 버린 그들과
당신 일대 대결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실천하였습니다.

바보 노무현!
당신을 사람들은 그렇게 부릅니다.
저도 당신을 그렇게 부릅니다.

지역 차별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를 꿈꾸었던 당신은
정치인으로서 당선 가능한 지역을 거부하고
당신을 좋아하지만 표를 줄 수 없다는
당신의 고향 부산에서
당신은 바보처럼 계속 몸을 던졌습니다.

결코 굽히지 않는, 결코 굴복하지 않고
결코 타협하지 않는 살아있는 영혼이
깨끗한 영혼을 가지고,
이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증거를 여러분께 보여줌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단 하나의 증거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외쳤지만 결국 정의는 이기지 못했습니다.
왜냐구요? 그 잘난 기득권들이
남북을 양분하다 못해
동서를 찢어 놓아
노무현, 당신같은 분들이
부산지역에서 당선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기운을 잃지 않았습니다.
‘농무가 밭을 탓할 수는 없다’며
잘못된 현실로 당신의 패배를 전가시키지 않고
오히려 당신의 부족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이런 바보같은 정치인이 어찌 이 나라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날 밤 저는 당신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136번째로 글을 남겼습니다.
영원히 당신과 함께 올바른 길을 가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노사모의 회원이 되어 당신과 함께 하였습니다.

이후 당신은 대한민국의 제 16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
그것이 바로 노무현 당신이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무혈 혁명이 바로 이겄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대통령이 된 순간부터
보수와 수구의 압력은 거세졌습니다.

당신이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을
그들은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자본과 강대국이라는 미국 역시
당신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남는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음모를 꾸몄습니다.
탄핵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을 청와대라는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오판이었습니다.
당신을 잃고 싶은 않은 백성들은
촛불을 들고 광학문으로 대학로로
온 산하에 가득했습니다.

민주주의의 힘을 그들과 우리 모두가 알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게 굴복하지 않고
우리 민족의 힘으로 통일하자고 외치며 휴전선을 건넌 당신
불평등을 평등으로
지배가 아닌 열린 행정으로
600년 사대를 없앤 자주의 함성으로
세상을 바꿔놓고자 하는 당신을
그들은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퇴임 이후
백성들의 사랑과 지지를 더욱 받는
전직 대통령을 그들은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봉하마을에서
환한 미소를 띠우며 막걸리 한잔을 나눌 때
그들은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당신의 미소가 아수라의 형상으로
당신이 민초들과 이야기하는 잔잔한 목소리는
그들에게는 굉음으로
당신이 장군차를 심으로 흘리는 땀들은
그들에게는 거대한 폭우로
당신 손녀를 태우고 달리는 자전거가
그들에게는 거대한 탱크였습니다.

자신들의 극악함이 당신의 밝음으로
더더욱 드드러졌습니다.

그대로 당신은 살해 당한 것입니다.

그들의 음모와 거대한 힘이
당신을 죽음으로 몬 것입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압니다.
당신이 꿈꾼 세상을
백성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대동세상을 꿈꾼 정여립이요
당신은 백성의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홍경래요
당신은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기치를 높이 든 전봉준이요
당신은 남북의 통일을 염원하는 백범 김구요
당신은 민주주의 가득한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장준하였습니다.

이제 당신을 보낸 슬픔을 거두고
당신의 뜻과 이상을 계승하겠습니다.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이
우리도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행복하십시오.
우리가 잘 할 것이니
의구심으로 불안해 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당신을 사랑하고 믿었듯이
당신도 우리를 사랑하고 믿으십시오.

머지않아 이 땅에 노란 풍선과 바람개비가 곳곳에 날리고
불신과 거짓이 사라지고
평화사 사랑이 가득할 것입니다.
당신과 함께 우리들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이제 편히 행복하소서!

간절히 기원합니다.

2013년 5월 23일

당신을 떠나 보낸지 4년 된 오늘
당신을 사모하는 김준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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