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은 리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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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은 리더의 모습
  •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3.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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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수산스님
석가모니 부처님을 따르던 많은 제자들 가운데 특히 뛰어난 10분의 제자를 일컬어 10대제자라고 부른다. 그 가운데 흔히 다문제일(多聞第一)로 알려진 ‘아난’존자는 부처님의 마지막 25년을 함께 하셨던 제자였다.

그런데 ‘아난’이 처음부터 곁에서 시중을 들었던 시자(侍者)였던 것은 아니다. 부처님을 보좌하고 시중을 드는 요즈음의 비서실장의 역할을 담당하는 시자는, 처음에는 제자들 중에서 뛰어난 분들이 번갈아 맡았지만 그 중에는 부처님보다도 연세가 많은 분들도 있었기에 세월이 지나면서 새로운 시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부처님께서 사촌동생이기도 한 ‘아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제자들이 ‘아난’에게 시자로써 부처님을 모시도록 간곡하게 권유하게 되었다. 완곡하게 사양하던 ‘아난’은 결국 제자들의 희망을 받아들이되 다음의 세 가지의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새것이든 헌것이든 부처님을 위해 만들어진 의복을 받지 않겠다. 둘째, 부처님께 올려 진 음식을 받지 않겠다. 셋째, 일정한 시간이 아니면 부처님을 만나 뵙지 않겠다. 세 가지 조건에 대한 다른 제자들의 용인으로 드디어 부처님의 시자가 된 ‘아난’은 이후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때까지 늘 곁에서 보좌하며 정성껏 모시게 되었다.

그런데 왜 ‘아난’은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던 것일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난’이 의복이나 음식을 탐내었기 때문에 시자가 된 것이라고 비난하게 됨을 꺼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때를 잘 알아 부처님을 뵐 때와 부처님이 쉴 때를 구별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시자가 된 ‘아난’은 이후 25년간 추호도 오만한 마음을 내는 일이 없고, 한 번도 부처님께 꾸중을 들은 일도 없이 맡은 바의 소임을 충실히 지켜냈던 것이다.

오늘날의 직책으로 본다면 비서실장의 역을 맡았던 ‘아난’이었지만 그가 제시한 조건은 자신만이 특별취급을 받지 않고, 또한 언제든지 부처님을 뵙고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등의 특권을 갖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던 것이다.

부처님의 눈귀가 되고 손발이 되어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시자로써의 경계를 넘지 않았던 ‘아난’은 특히 오늘날 공직을 담당하고 있는 많은 공무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리더십이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동기를 부여하며 타인이 조직의 효과성과 성공을 위해 공헌하도록 만드는 개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리더십을 갖춘 고위공직자를 보기를 원한다.

지금 새 정부의 여러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로 정국이 시끄럽다. 이명박 정부의 청문회에서 반복되었던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도덕기준의 파괴는 실로 개탄스럽기 그지없었는데, 잠시나마 가졌던 새 정부에서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작은 희망 역시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자신의 조국을 닳아빠진 국가요 온통 가난만 지배하던 국가라는 기억을 갖고 있으며 군복무를 통해 자신에게 미국이 진정한 조국이고 자신이 정말로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스러워 했던 분의 장관직 후보의 사퇴가 1,000억 원에 이르는 ‘국적포기세’와 사생활 공개에 대한 부담감이 아니었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이 나라의 국방을 책임지겠다는 분이, 다른 많은 의혹은 차치하고, 천안함 사건 직후 국가애도 기간 중에 골프를 즐겼거나 연평도 포격 다음날 친구들과 일본으로 부부동반 온천여행을 다녀온 일이 없었기를 기대한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요즈음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하여 도발시 지휘세력까지 응징하겠다는 강력한 경고가 최선의 대응인지 의문이다. 남과 북이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치닫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정치적 해결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대화와 타협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불식시켜야 한다. 그러기에 이런 민감한 시기에 북한을 자극하는 한미군사연습은 너무도 아쉽기만 하다. 북한의 핵실험은 강력히 규탄해야만 한다. 그리고 전쟁연습도 중단해야 한다. 한미동맹만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말하지 못하는 리더가 팔로워들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상식을 지키며 비전을 천명하고 가치를 구현하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능력을 지닌 리더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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