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연희의 흥과 기예 잇는 젊은 인형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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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연희의 흥과 기예 잇는 젊은 인형극단
  • 윤민 기자
  • 승인 2021.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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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형극의 멘토를 찾아서’ 4 - 연희극단 음마갱깽과 음대진 대표

 

[뉴스피크]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디선가 스윽스윽 소리가 들려온다. 옆 유리 너머로 인형들이 지긋이 쳐다보고 있고,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자 간단한 책상과 컴퓨터 너머 장구 등 각종 악기와 소품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음마갱깽 음대진 대표가 멘티들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 뉴스피크
▲음마갱깽 음대진 대표가 멘티들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 뉴스피크

안으로 들어서니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조금 넓은 연습실을 소품방(공방), 인형방, 악기방이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는 가죽부터 다양한 소재와 용도에 따른 고풍스러운 7대의 미싱이 극단과 방을 마치 안내하는 듯 자리하고 있다.

▲ 극단 입구에서 방문객을 환영하는 온갖 인형들. ⓒ 뉴스피크
▲ 극단 입구에서 방문객을 환영하는 온갖 인형들. ⓒ 뉴스피크

그 짧은 여정의 끝에 있는 작은 작업실에서 한 명의 남성과 두 명의 여성이 작지 않은 나무, 이제 윤곽이 나오는 인형을 붙잡고 씨름을 하고 있다. 아까부터 들리던 정겨운 소리의 주인들이었고, 좁은 입구에서 음대진 대표가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 7대의 종류별 미싱이 극단을 안내해준다. ⓒ 뉴스피크
▲ 7대의 종류별 미싱이 극단을 안내해준다. ⓒ 뉴스피크

 

전통연희에 인형극이 있음을

 

음마갱깽은 7년 전인 2014년에 창단했다. 전통 연희를 바탕으로 한 인형극으로 공연과 인형극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젊은 극단이다.

그 시작에 남사당 이수자였던 음대진 대표가 있다.

음 대표는 장구가 너무 좋아 중학교 때 취미로 장구를 배우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때 김덕수 선생의 사물놀이에 매혹돼 덜컥 진로를 바꿔 버렸다. 그렇게 음 대표는 남사당놀이 남기문 선생 밑에서 한국 전통 민속공연 남사당놀이 이수자가 되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인형학교를 거쳐 음마갱깽을 창립했다.

▲ 다양한 경험은 디테일한 지도로 이어진다.  ⓒ 뉴스피크
▲ 다양한 경험은 디테일한 지도로 이어진다. ⓒ 뉴스피크

“연희에도 많은 분야가 있어요. 그중 하나가 인형극인데, 남사당 여섯 가지 종목 중 인형극이 있는 걸 모로는 분도 많았어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연희 쪽 인형극은 불모지였어요. 하지만 저는 남사당이다 보니 선생님 밑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인형극을 봐왔고, (그 인형들을) 현실에 인형을 업그레이드해야겠다. 현시대에 맞는 인형과 인형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음마갱깽을 만들어 덜미 기반으로 인형과 인형극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 목각인형 만들기는 쉽지 않다. ⓒ 뉴스피크
▲ 목각인형 만들기는 쉽지 않다. ⓒ 뉴스피크

음마갱깽은 합성어다. 음마는 동물에서 나는 소리고, 갱깽은 대장간에서 나는 소리로 ‘소리를 어루만지고 오브제를 만들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처음 음 대표의 뜻에 공감한 7명이 뭉쳤다. 모두 풍물, 탈춤, 피리, 태평소, 작곡 등 전공한 사람들이었고, 한명 두명 식구가 늘더니 최근 미술 담당까지 합류하면서 이제 음마갱깽은 13명이 되었다. 원래 연희팀이 많은 팀원을 필요로 하지만, 유독 음마갱깽은 대가족이다.

그렇게 흘러간 7년의 시간, 음 대표는 나름 만족해한다.

▲ 목각인형이 만들어지면 그 다음은 옷을 만들고 연기를 배우게 된다. ⓒ 뉴스피크
▲ 목각인형이 만들어지면 그 다음은 옷을 만들고 연기를 배우게 된다. ⓒ 뉴스피크

“목표를 많이 이뤘다. 전통극 쪽에서도 인형극 분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부와 기관에서 하는) 지원사업 분야에서도 인형극이 명시된 지원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통인형극은 덜미다!’ 라는 걸 관객들에게 계속 각인을 시킨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잘했다! 그리고 앞으로 갈 길은 더 멀다. 하하“

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지원사업을 들 수 있다. 2000만원 줄 테니까 공연 만들고 1년 만에 그걸 상업화 시키라는 과제는 사실 공연을 아예 모르는 지원사업이라는 것이다. 굉장히 소모적이고 힘든 환경이라서 구조 자체를 바꾸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현실적인 중간목표를 갖게 되었다.

 

더 많이, 더 단단하게

 

▲ 인형 만들기부터 연기까지 모두 배워야 하는 인형극. 시간을 짧고 배워야 할 것은 많다. ⓒ 뉴스피크
▲ 인형 만들기부터 연기까지 모두 배워야 하는 인형극. 시간을 짧고 배워야 할 것은 많다. ⓒ 뉴스피크

음 대표는 말한다. 음마갱깽 외에 어린 친구들이 전통 인형극 팀을 여럿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다양한 인형극도 좋지만, 전통 덜미 팀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더 확대되고, 더 강해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이들이 전통연희단을 만들고, 더 많은 공연을 한다면 당연히 환경은 좋아지고 인식을 달리지고, 시장은 넓어질 것이다. 하지만 음대표는 그것보다 먼저 한국 전통 인형극이 경쟁력, 생존력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자신의 것을 바탕으로 웬만한 환경의 변화와 부침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번 창의인재 인형극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멘토링도 그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멘티들은 전통 쪽에서 한 명, 마임을 전공한 한 명, 연극인이 한 명이 참여하고 있다.

사실 전통연희 인형극은 단지 인형을 깎을 줄 아는 것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전통인형극만이 가진 색감뿐만 아니라 재담조나 장단 등 여러 가지를 알아야 전통인형극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멘티들을 위한 일정이 촘촘할 수밖에 없다.

먼저 힘겹게 나무 인형을  만들고 나면 그 인형을 위한 전통 복장을 만들고, 그 뒤에 조정하는 법과 연기 등이 차례로 이어질 예정이다. 사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그 모든 것을 배우기에는 정말 부족한 시간이다. 그렇지만 참여한 멘티들의 열정과 노력에 섬세한 노하우가 더해진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다고 음 대표는 생각하고 있다.

▲ 음 대표의 세심한 교육에는 멘티들이 새로운 극단이자 연희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 뉴스피크
▲ 음 대표의 세심한 교육에는 멘티들이 새로운 극단이자 연희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 뉴스피크

“옆을 싹 밀어주시고, 귀 모양을 잡아주세요. 약간 사람 귀보다 두툼해야 돼요. 귀가 잘 깨지거든요.”

 

이야기를 하던 음대표가 직접 시범을 보여준다. 깎는 방법부터 까다로운 부분을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까지 어느 정도 마무리를 해준다. 약간 답답한 듯했던 깎는 소리가 시원하게 울려 퍼진다.

 

“이 뒷부분 다 날리는 거죠?”

“여기만 살릴 거예요.”

“여기서 잡아서 작업하면 편해요. 그리고 이걸로 다 날리면 돼요.”

▲ 귀중한 배움의 시간, 깎고 다듬는 소리가 리듬이 된다.  ⓒ 뉴스피크
▲ 귀중한 배움의 시간, 깎고 다듬는 소리가 리듬이 된다. ⓒ 뉴스피크

선반에서 다른 장비를 추천해준다. 슥슥슥~소리의 경쾌함이 더해지기 시작한다.

‘어디를 깎아야 할지 모르겠어!’ 라던 투정, 어떤 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답답함 등 서툴고, 어색하기만 했던 것들이 빠르게 정리되고,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자연스러운 동작과 손길은 소리부터 달라지게 한다.

쿵, 딱, 스윽~!

귀를 자극하는 즐거운 소리와 음향이 계속 들리는 작업실. 절로 몸이 흔들거리고, 마음이 흥겨워진다. 거친 작업실에서 이미 소리는 장단이 되고 있다.

그곳은 노력과 전통의 기예가 만나 새로운 연희가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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