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악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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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악한 정치
  •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2.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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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한 부인이 무덤 앞에서 슬피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본 공자가 제자를 보내 부인의 사연을 알아 오게 하였는데, 왜 그렇게 슬피 울고 있느냐는 제자의 질문에 부인이 답하였다.

“제가 이렇게 슬피 우는 것은 옛날 저의 시아버님께서 이 자리에서 호랑이에게 물려 돌아가셨는데, 그 후 제 남편도 그렇게 죽었으며, 지금 제 자식까지 이렇게 죽음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들은 제자가 그러한 이유가 있는데도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렇지만 이곳에는 포악한 정치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포악한 정치는 호랑이보다도 무섭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공자가 말한 ‘포악한 정치’란 무엇일까? 나는 ‘포악’이란 말이 글자 그대로 단지 사납고 악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주권을 부정하고, 국민의 권리를 빼앗으며, 언론통제로 제대로 된 정보제공을 막는 것이 오늘날의 ‘포악한 정치’라고 생각한다.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포악한 정치의 주인공이 단지 거기에 머물지 않고 무능력에 빠져 있다면 그것은 국가의 총체적 위기상황이다. 그런 위기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오늘의(2012.12.12.) 정부가 너무도 한심하다. 어제 저녁까지도 거의 모든 언론에서는 정부당국자의 말을 빌려 북한의 로켓발사가 자체결함으로 연내에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수리를 위해 발사대에서 조립 중이던 로켓을 떼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아침에 속보로 전해진 북한의 로켓발사 소식은 국민뿐만 아니라 아마도 정부당국자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 같다.

언론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는 국민들이야 당연히 그렇다고 해도 인공위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통과 우방국과의 정보공유에도 불구하고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한 정부의 안보무능은 아무리 비난받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당 대변인의 차양막을 친 현장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냐는 정부옹호 발언에 한심하다는 생각을 넘어 분노마저 느낀 것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싶다.

지난 며칠 동안 그토록 보도했던 로켓발사 소식은 결국 대선정국에 이용하려는 나쁜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올바른 정보수집 능력도 없는 정부가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일부러 위기감을 조성했고, 그와 함께 대부분의 언론들이 정부의 의도대로 받아쓰기식 보도를 한 것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 국민들이 더 이상 ‘북풍’에 휘둘려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이미 성숙한 국민의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집안의 어른과 식사를 하며 정국에 대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 분께서 야당의 대북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기에 그 이유를 여쭤 보았다. 어떤 사건이나 어떤 언급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가에 대한 나의 질문에 그분은 소위 보수언론에서 주장하는 ‘퍼주기’, ‘자존심’, ‘안보의식’이 의심스럽다는 말씀이셨다.

참으로 답답한 것이 어떤 사실적 근거를 들어 설명해도 이미 그분은 당신의 주장이 옳다는 확신에 빠져 있기에 설득이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물론 결국은 나의 논리와 설득력 부족 때문임을 인정해야 하겠지만 굶어 죽어가는 동포를 살려야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좋은 소리도 듣지 못하면서 그럴 필요가 있냐는 답변에는 할 말을 잊었다.

물론 나의 생각만이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조차 인정하지 않고 무엇보다 인간의 죽음에 무관심할 수도 있음을 엿보게 되어 참으로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 분을 설득시키지 못한 나의 잘못도 있지만, 그런 그릇된 신념을 갖도록 만든 것은 정보력부재와 안보무능의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공한 잘못된 정보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변명일까?

포악한 정치란 국민을 포악하게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이 포악한 성품을 갖도록 방조하는 것도 포함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포악한 정치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안보를 정권유지에 이용하고 국민을 전쟁의 위협으로 두려워하게 하는 정부는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

추신 ; 그나저나 로켓발사 준비를 미사일발사 준비로 브리핑했던 관계자와 세계에서 10번째로 위성을 발사하여 세계 10대 우주강국이 되겠다던 ‘가카’의 심정이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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