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의 노고를 아끼지 아니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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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의 노고를 아끼지 아니할 때이다
  • 박길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2.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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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길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박길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2000년 6월 15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던 민족통일의 기운이 2010년 5월 24일 “남북관계 전면 중단”을 골자로 한 5.24조치 이후 거의 원점으로 회귀한 채 2년 반이 흘렀다. 5.24조치의 빌미가 된 천안함 사건이나 그 밖의 여러 원인(遠因)들과 관련하여 그것이 정당한가 아닌가, 유효한가 아닌가를 두고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입장은 판이하게 갈리지만, 5.24조치로 인한 남북 관계의 경색은 결국 우리 민족의 장래에 대한 심대한 손해로 현실화되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러는 사이에 북측에서는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이라는 대격변이 진행되었다. ‘3대 세습’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누구도 현실화된 북한 정권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 개선이나 우리 민족의 궁극적인 통일에 결코 종속변수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주변강국도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를 전제로 대북 정책을 모색하고, 진행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언제나 우리 민족의 안위나 장래보다 자국의 이익 내지 한반도 혹은 그 주변에서의 영향력의 유지와 증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예견하였듯이 그 과정에서 외톨이가 된 건 현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하나뿐이다. 돌이켜보면 현 정부로서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단(事端)들을 돌보기 위해서라도 대북 정책은 강경보다 더한 절대경색으로 동결시켜 둘 필요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민족의 화합과 통일의 방향으로 나아가기에는 통일지성지수도 통일감성지수도 모두 부족했던 것이 현 정부라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우리는 2013년의 신체제 혹은 신 정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에 유력한 후보자 두 명 모두 현 정부와는 다른 대북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점을 자타가 공언(共言)하고 있다. 그분들의 말을 믿어 주어서든, 아니면 그분들이 자기 말을 공언(空言)으로 돌리지 못하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든, 결국 힘을 써야 하는 것은 우리들 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해 볼 수 있는 것이 종교인들의 역할이다. 현재의 경색된 국면이 주로 정치, 군사적인 영역에서부터 빌미를 만들어왔던 것임에 비추어 볼 때, 이를 풀어갈 역할을 민간부문 특히 종교인들이 앞장설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고, 여전히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북의 취약 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남북 관계 경색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남한의 7대 종단(기독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민족종교협의회)의 수장들은 북한의 조선종교인협의회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하여 경색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제반 사업 추진을 논의한 바 있다.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는 없었으나 물밑에서 진행된 종교인들의 남북 교류와 화해 협력 노력은 한줄기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이어오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도 북한 종교 관련 기구에서는 남한의 종교인 및 종교단체에 우호적인 접촉 제의를 해오고 있으며, 실제로 11월 중에 몇몇 종단 실무자들이 방북하여 성과 있는 실무 회담이 진행되어 필자도 그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었다.

최근의 남북 상황을 해방 직전의 암흑기와 비교해 볼 수 있다. 해방이 되기 직전에 많은 어설픈 지식인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위력에 굴복하여 ‘조선의 독립’은 요원한 일이라고 판단하면서 친일의 길로 나아갔다. 그러나 그 암흑의 정세 속에서도, 막연한 희망과는 다른 차원에서, 일본의 패전과 조선의 해방을 감지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대체로 종교인 또는 종교적 예지력이 단련된 지성인들이었다.

마찬가지로 남북 관계가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지금의 시점에서 통일이 머지않았음을 ‘경고’하는 종교인들이 많다. 그들은 여러 차례 방북을 통해 북측의 실상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분들이지만, 현 정부 혹은 일부 보수 세력이 말하는 ‘북한 체제의 급격한 변화’를 전제로 한 통일을 전망하는 분은 거의 없다. 공존과 평화를 전제로 한 통일이란, 최상의 통일방안이자 유일한 통일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희망어린 예견’이 아니라 앞서 말한 남한의 정치 일정 때문에라도, 이제 곧 남북 교류와 화해 협력의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움츠렸던 많은 통일운동 단체들이 다시금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나서서 줄탁동시(啐啄同時)의 노고를 아끼지 아니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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