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알려주는 좋은 교육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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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알려주는 좋은 교육 2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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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함께하는 교육이다

 

▲ 놀이는 같이 하는 것이다. 서로 도구를 비려주면서 놀이는 공동작업이 되어간다. ⓒ 뉴스피크

놀이는 함께하는 교육이다

그때쯤 가벼운 토닥거림이 제법 심각한 논쟁이 되었다. 처음 만들어기로 했던 것은 레이싱 경기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수업의 목표는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만드는 이들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싶어하고, 그것을 옆의 친구와 협의해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방법을 깨우쳐간다. 그러니 수업시간은 자기들끼리 토론과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 남자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하는 바람에 동물 경기장을 만들기로 결정이 되었다.

계림이도 옆에서 한참을 강아지 무덤이라고 모래덩어리를 다듬고 있던 것을 보면 그 결정에 그다지 불만은 없는 듯하다.

▲ 꼼꼼한 계림이가 작은 건물을 만들고 있다. ⓒ 뉴스피크
그러다가 생각만큼 잘 안만들어지나 보다. 소위 말하는 비상사태이다.
윤재의 목소리가 커진다.
“뱅글뱅글 돌아가야지! 하늘로 날아가냐!”
경기장을 만들어 놓았는데, 마음대로 오가는 에디가 불만스러웠나 보다.
남자 아이끼리 투닥거릴 때, 계림이는 옆에서 자기만의 무엇을 만들고 있다.

그렇게 투닥거리면서도 손과 발을 쉬지 않으니, 경기장이 조금씩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때는 교실 안에 있는 모든 장난감과 도구가 수업의 재료가 되고, 창작의 소재가 된다. 여기저기의 서랍과 상장에 있는 모든 것들을 뒤적이고, 꺼내오면서 경기장과 건물 이곳저곳에 배치하고, 구성을 해본다. 한 아이가 공룡인형도 꺼내오면서 “이것도 해!”하면, 다른 아이는 그게 제법 괜찮은지 호응을 한다.

▲ 윤재가 커다란 통으로 모래를 다지자 다른 아이들도 호기심을 보인다. 또래효과가 시작된 것이다. ⓒ 뉴스피크

그러고는 자기도 뭔가를 찾아 교실을 바쁘게 오가다가 새로운 것을 찾아와 경기장을 장식한다. 이때 선생님은 관찰자이자 조정자이다. 아이들이 만들려고 하는 것의 방법을 알려주고, 새로운 것이 가능함을 알려주고, 상상력을 발휘하면 복돋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온전한 설계자이자 건축가로 그 공간에서 상상력을 발휘하고, 다시 친구, 또는 자기 자신과 이야기를 하면서 무언가를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각자 또는 같이 하는 수업 또는 놀이가 한없이 진행된다. 그 놀이는 수업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이 만든 것을 부모님에게 설명하는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재미있고, 자신들이 만든 것에 대한 성취감이 있기 때문이리라.

▲ 윤재는 이제 델타수업의 전문가이다. 손놀림에 주저함이 없다. ⓒ 뉴스피크

창의적인 교육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하나의 수업이 끝났다. 가끔 엄마들은 놀이만 하다 가는 한 시간이 아깝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처음 이야기했던 좋은 수업이라는 문제로 되돌아가보자.
미술, 놀이와 퍼포먼스가 왜 우리의 관심을 끌까?

그건 재능과 잠재력을 깨워줄 중요한 하나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미술과 예술, 놀이와 퍼포먼스는 사물과 재료 그리고 체험을 통해 느낌과 경험을 하게 해준다. 그러면 체험과 오감을 통해 두뇌가 자극이 되고, 두뇌의 기초회로가 발달하는데, 이게 누가 시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참여해서, 몰입해서 자발적으로 하다보면 재미를 느끼고, 만족감을 느끼면서 정서적으로도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옛말에도 있지 않나, 재미를 느끼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고.

▲ 장난기 많은 에디는 기발하다. 작은 모래덩어리를 쌓아 빌딩을 만들고 있다. ⓒ 뉴스피크
미술은 만 가지 방식이 있다고 한다. 사실 아이들의 표현과 놀이 중에 미술이 빠진 것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어쩌면 아이들의 놀이와 생활 뿐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우리의 표현과 생활의 도구를 보면 미술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은 게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할 정도이다.

결국 인류가 쌓아놓은 자산은 놀이를 통해 가장 많이 배우고, 또 다채로워질 수 있는 법이다. 마치 사자가 놀이를 통해 사냥법을 배우듯.

그렇지만 재미를 느끼려면 스스로 참여해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놀이교육이라도 선생님의 원맨쇼가 되기 싶다. 90년대 중반 이후 인지학습, 선행학습이 유행했고, 후반에는 놀이식 교육이 유행하였지만, 말만 놀이교육이지 인지교육에 껍질만 바꾼 것이 많다. 이는 어쩌면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안타까운 성향과도 일맥상통한다. 일반적으로 아이와 애착관계는 형성이 안되면서, 또한 과보호가 심각하다. 참으로 모순적이지만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 주위의 모든 것이 작업의 재료가 된다. 아이는 작은 방을 쉴새없이 뛰어다니며 혹시 필요한 것, 재미난 게 없는지를 찾아다닌다. ⓒ 뉴스피크
그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놀이터, 특히 모래가 있는 곳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저분하기 때문이고, 또 해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놀이터는 아이가 문제해결을 배우는 공간이다.

다른 아이를 만났을 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가? 공간이 부족할 때 어떻게 놀 것인가? 어울려 노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우는 것인데, 엄마는 공부해야 한다고 놀이터에 가지 못하는 게 한다.

아이에게 해결할 문제를 주고, 생각할거리를 주는 것.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동기부여를 하고,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것만큼 좋은 수업과 선생님이 없는 것이다.
이는 교실에서도 똑같다. 

▲ 모래를 다져 건물을 다지기 위해서는 손과 힘이 발달해야 한다. 아이들의 소근육, 대근육 등 발달단계에 따른 적절한 과제가 제시되어야 즐거운 수업이 될 수 있다. ⓒ 뉴스피크

모래놀이와 좋은 수업

 간단한 모래놀이에서 발견한 좋은 수업의 조건을 생각해보자. 먼저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나 환경이 필요하다. 두번째로,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는 수업과 과제가 제시되어야 한다. 세번째는 목표는 있을지언정 결과물이 정해지지 않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성취감과 함께 놀이로서의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이는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몰입하는 좋은 놀이에서 항상 발견되는 것이기도 하고, 좋은 수업을 찾는 연구에서도 관찰되는 것이다.

▲ 작업의 막바지. 놀이는 섬세한 공동작업이 되어 있다. ⓒ 뉴스피크
미술교육자들은 좋은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처음 계획(스케치)와 똑같이 최종 결과물이 산출되지 않은 수업이어야 하고, 미술적 몰입이 발생하는 수업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당연히 아동의 능동적인 참여와 의미있는 창작활동의 과정으로 이루어진 수업이며, 아동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반응이 나오는 수업일 것이다. 결국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수업을 말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들 역시 가장 만족스러운 미술 수업은 아동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스스로 활동을 구성해 나간 수업(63.2%)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동과 교사, 아동과 아동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한 미술 수업(23.1%)이라고 답한다.

델타수업의 과정이나 놀이터에서나 우리는 아이들이 노는 것에서 좋은 수업, 창의적인 예술수업에서 필요한 조건을 알 수 있다. 엄마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만 있다면 수업이 그 조건에 충족시키는지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저 한 시간의 놀이이고, 쉽게 투닥거리고, 즐거운 시간이지만, 스스로 협의하고, 생각하고, 창조하면서 그들만의 무언가-동물경기장-를 만들어낸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하나의 경험이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인정하지 못할 뿐이고, 실행하지 못할 뿐이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좋은 수업이란 결국 아이들에게 즐거운 기회와 환경을 주는 것이다. 

▲ 작업을 마치고, 촛불을 켜 경기장을 비추는 것으로 그날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절로 그려진다. ⓒ 뉴스피크

 

참고자료
좋은 미술 수업에 대한 초등 교사의 인식 조사 연구
_ 2010년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김현미
석사학위 논문

취재협조
미술로 생각하기 대구 만촌교육원

사진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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