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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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 소풍 기자
  • 승인 201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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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처음부터 그녀의 가슴에 집착했다.
쉴 새 없이 물고 빨았다. 그녀를 통해서 세상이 들어왔다.
아니, 그땐 전부였다. 그녀가 없으면 나도 없었다.
잠시라도 그녀가 없으면, 그냥 울었다.

언제 부터였던가. 그녀의 가슴이 낡아 보이고,
이전 같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다른 놀이를 하다가, 그녀와 만남을 잊은 적도 있었다.

아침에 해가 솟듯, 다른 여자를 알았고, 사랑에 빠졌고,
저물면 밤이 오듯 이별을 맞았던, 늦은 술상처럼 어질러지던 날들.

세월이 흘러 내가 만났던 세상의 모든 여자는, 한 여자에게서 출현함을 알았을 때,
늙은 여자는 당뇨로 온몸이 부어 있었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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