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美 4] 금풍도사의 베를린마라톤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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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美 4] 금풍도사의 베를린마라톤 답사기
  • 윤민 기자
  • 승인 2012.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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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마라톤의 출발 모습. ⓒ 뉴스피크

베를린은 어떻게 마라톤대회를 축제화 하는데 성공했는가?
금풍도사가 (예전에) 참가했던 베를린마라톤을 대회 운영 관점에서 소개를 한다.

최대의 참가자와 거리의 볼거리

첫째, 베를린대회는 대회 성공의 첫번째 열쇠인 세계 최대규모의 참가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47,000명(조직위의 공식집계)의 참가자가 시가지의 주로를 달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이를 보기 위해 다른 이 보다 좋은 자리를 선점한 상태에서 구경하려는 성향이 발동하게 되어, 참가자 숫자가 주로의 관중 수를 결정하는 상호비례 관계에 있게 된다. 하지만 코스가 시외곽으로 빠지게 되면 관중 동원면에서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관중 없는 주로를 달리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결국 대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시키지 못하고 참가자 역시 감소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베를린 마라톤의 대회규모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참가인원 면에서 살펴보면, 1985년(제12회 대회)에 11,814명이 참가한데 이어 1997년(제24회 대회)에 18,514명이 참가하기까지 13년 동안 평균 17,000명 선에 머무르다 1998년부터 참가자가 27,000명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2000년에는 34,000명, 2001년에는 37,000명, 2002년에는 60개국의 해외 참가자를 포함해 41,000명이 참가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베를린 시는 젊은세대가 즐겨 타는 인라인 스케이트대회를 몇 년 전부터 마라톤행사와 접목시켰다. 마라톤 출발 40분 전에 먼저 출발한 7,000여명의 인라인스케이터 중 1위는 1시간 6분만에 결승선에 들어왔다. 즉 인라인 스케이터가 시속 30~40km로 빨리 달리기 때문에 대회운영에 지장이 없으므로 인라인 스케이트대회와 마라톤대회를 함께 병행함으로써 젊은세대를 마라톤대회장으로 끌어들여 참가자의 평균연령을 낮추었으며 주로의 관중들에게도 스피디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 해외의 유명 마라톤은 스포츠행사이자 거리의 퍼포먼스이고 또한 축제이다. 참가자들 역시 기록보다는 대회를 즐기기를 원한다. ⓒ 뉴스피크

신기록 행진과 안정적인 주로 관리

둘째로는 코스가 평탄해 신기록을 기대할 수 있는 코스이기에, 올해 대회에서도 신기록이 수립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세계마라톤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셋째는 3만명 이상의 참가자가 주로를 꽉 메운 채 달렸지만 답답함을 느끼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기록에 따라 참가자 번호표 색깔을 6개의 그룹(홍, 녹, 청, 갈, 황, 백색 순)으로 운영하는데, 번호표에 조그만 스티커를 붙여 색깔별로 출발장소를 지정해서 출발하도록 했다. 모든 참가자들이 대회 진행요원의 그룹별 출발에 협조를 잘해주어 출발지점에서 혼잡과 뒤엉킴 없이 물결 흐르듯 달릴 수 있었다. 사실 출발지점에서 4만 명이 넘는 인원이 출발한다면 주로가 막혀 초반기록이 상당히 뒤쳐질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5km부터 25km지점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어 22분대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출발지점의 기록순 출발제도가 제대로만 정착된다면 3만명 이상 참가한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고자 하더라도 기록이 비슷한 사람끼리 달리므로 서로 뒤엉키지 않고 물 흐르듯이 달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 생각된다. 

▲ 베를린은 아름다운 도시이다. 시대를 달리하는 아름다운 도시를 수놓고 있고, 마라톤은 그 도시의 파노라마를 거친 숨과 뜨거운 발로 구경할 수가 있다. ⓒ 뉴스피크

적절한 먹거리와 흥겨운 볼거리

넷째, 10km지점부터 시기적절하게 사과 조각과 벗긴 바나나 토막을 매 5km마다 제공해 30km이후에 허기짐을 미리 방지할 수 있었으며, 25km 이후 급수대에서는 현역 군인들이 열심히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급수대 곳곳에 준비된 따끈따끈한 홍차도 마시면서 달릴 수 있었다. 베를린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42km지점의 빌헬름교회 근처 광장에서는 참가자를 기다리는 가족과 시민들을 위한 공연과 맥주시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다섯째, 다양한 볼거리와 퍼포먼스가 함께 한 대회였다. 나 역시 42km지점에서 둘째 딸이 건네준 대형 태극타월을 허리에 두르고 축구선수의 골 세레모니를 하듯이 양손을 벌려 지그재그로 비행하는 모양을 지으면서 달렸다.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결승선을 통과하니, 텔레비전 방송국의 카메라맨과 리포터가 인터뷰를 청해오기도 했다. 텔레비전에 나왔는지 확인을 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기분은 좋았다. 언제 내가 태극기를 휘두르고 시가지를 달릴 수 있단 말인가? 마라톤도 대회에 참가해서 달리기까지 모든 것을 내가 직접 기획 연출하며 출연도 하는 종합예술이다. 어떠한 운동 종목이라도 마라톤만큼 즐기지는 못하리라고 자신한다. 월드컵 덕분에 베를린에서 한국 태극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 날의 태극기 연출은 대성공이었다고 자평해 본다. 

▲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열정을 사랑합니다. ⓒ 뉴스피크

결승선을 지나도 대회는 즐겁다

여섯째, 결승선을 지나면서 받은 서비스가 베를린대회의 가장 잘된 부분이라 강조하고 싶다.
결승선을 지난 후 자원봉사자가 걸어주는 메달을 목에 걸고 10여m 안으로 걸어오니 아마 100여명 이상 됨직한 수많은 완주자들이 간이침대에 누워있다. ‘이 모든 사람들이 아파서 누워있는 것인가?’‘무슨일이 벌어졌기에 저 많은 사람들이 침대에 누워있는가?’ 생각하면서 지나치려다 걸음을 잠깐 멈추고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베를린의 대학생들이 완주자들을 위해 마사지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완주자들이 한 곳에서 막히지 않도록 원활하게 진행시키는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받으면서 안쪽으로 걸어오니 시상대처럼 여러 곳에 설치하여 베를린 마라톤 완주를 기념할 수 있도록 사진촬영을 하는 곳이 있었다. 이는 샘플사진을 집으로 배달해 받아보고 마음에 들면 신청하는 유료 사진 촬영을 하는 곳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어 몸에 지닌 태극기와 태극타월을 두르고 기념사진을 좔영했다.
더 안쪽으로 걸어가니 이미 물품보관 트럭행렬이 장사진을 치고 완주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방을 찾아 간이 샤워장이 설치된 대형천막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은 후 자원봉사자가 씌워준 방한용 은박지를 깔고 잔디밭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이 모든 것이 격리시설 안에 있어 완주자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요 권리다. 무릉도원에 누워있는 것 같은 무한한 행복감에 취해본다. 누워서 어느 정도 쉬고 나니 허기가 져서 더 이상 누워있기가 거북해 일어나 조금 움직이니 생맥주를 무료로 시음하는 곳에 여러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나도 그 틈에 끼어 맥주컵을 받아들고 한잔 마셨다.(마시고자 하면 얼마든지 더 마실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파스타를 실비(3,000원 정도)에 구입하는 줄에 서서 5분 정도를 기다린 후에 파스타 한 접시를 들고 한가한 자리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파스타를 맛있게 해치운다.

▲ 인라인스케이트뿐만 아니라 외발자전거까지 대회에 참가를 한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놀라운 게 아니라, 이렇게 다채로운 참가자를 원활하게 이끄는 대회의 운영이 경이롭다. ⓒ 뉴스피크

그 다음에 뭐가 더 있나 고개를 기웃거리니 한쪽에 여러 줄로 서있는 무리가 보이기에 그쪽에 가서 줄을 선다. 무얼 서비스를 하나 살펴보니 번호표를 보여주면 완주증 양식에 매 5km 구간의 시간과 등위(전체, 연령그룹별) 완주기록이 인쇄되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원, 이런 세상에!" 4만명 가까이 달렸다는데 그 많은 완주자 기록이 벌써 제공된다는 말인가? 믿기지 않는 사실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IT강국 한국도 이런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을텐데…. 실행된다면 참가자 입장에서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 본다.
완주기록증을 받아들고 오면서 여성완주자를 보니 손에 조그만 노란 국화꽃을 한 송이 들고 걸어오고 있다. 여성 완주자들은 모두 노란 국화 한 송이씩 들고 걸어오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제 각국의 마라톤대회는 여성완주자에게 예쁜 꽃 한 송이를 제공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가고 있다. 좋은 제도라고 생각된다. 지난 4월에 참가했던 튤립의 나라 네델란드의 로테르담 마라톤에서는 결승선을 향해 달려오는 아빠에게 부인이나 자녀가 꽃다발을 안기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는데, 이제 남성에게도 완주기념으로 꽃 선물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 도시와 도로의 곳곳에서는 달리고, 구경하는 이들이 혹시라도 무료할까봐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보기만으로도 흥겨운 거리악단의 모습. ⓒ 뉴스피크
결승선의 서비스는 베를린대회가 왜 명품대회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105리 길을 달려와 피곤하기 그지 없는데 지친 몸을 이끌고 기록칩, 기념메달, 대회기념품 등을 받으러 이곳저곳을 찾아가야 하는 우리네 현실과는 전혀 다른 주최측의 서비스라고 보고싶은 것이다. 몇 발자국만 움직이면 모든 서비스를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었다. 완주자가 결승선을 지나면서 받는 서비스는 마치 자동차공장에서 생산라인을 거치면 차가 조립되어 라인 끝에서 완성차가 나오는 것과 같다. 동작 경제의 원칙에 따라 자동차공장의 생산라인 개념을 도입한 베를린대회의 결승선 운영은 단연 돋보였다. 

▲ 이미 대회가 아니라 축제이다. 갑자기 다스 베이다가 나타나고, 지쳐버린 참가자와 느긋하게 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완주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보는 이들 역시 응원과 즐김을 포기하지 않으리라. ⓒ 뉴스피크

놀라운 대회전후의 서비스

일곱째, 베를린 마라톤 스폰서의 한 업체인 일간신문사 ‘슈피겔지’에서 실시한 다음날 발행되는 완주기록이 실린 신문배달 서비스(2.5유로:3,000원)가 재미있다 싶어 과연 몇 일만에 배달되는지를 테스트 해볼 겸 신청했는데, 정확히 열흘만에 집으로 배달되었다. 베를린 마라톤은 거품을 빼고 51유로(칩 사용료 포함 61,000원)로 참가비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 대회측에서 제공하는 기념 티셔츠가 없으며 본인이 직접 엑스포장에서 구입해야 한다. 담배 1갑이 시중에서 4,000원 정도인 점과 독일의 물가를 감안할 때 참가비는 거품을 많이 제거했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엑스포장에서 베를린 의대가 제공하는 인상적인 서비스를 목격했는데, 트레드밀(러닝머신)을 설치해 놓고 담당 의사가 상주하면서 체력측정을 무료로 실시하는 것이었다. 꼭 테스트 하고 싶었던 사항인데 안타깝게도 신발과 반바지가 없어 참여하지 못했다.
여덟째, 대회 당일 날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번호표나 완주메달만 있으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마라톤 당일에는 번호표나 완주메달이 지하철 티켓이 된다. 뉴욕마라톤도 지하철회사와 연계해서 이러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베를린도 동참하고 있었다.
아홉째째, 텔레비전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 동안 TV 중계방송을 했는데 엘리트 선수들이 완주한 후에도 마스터즈 전 참가자들까지 계속 중계하여 우리나라의 마라톤방송과는 전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 도로를 가득 메운 사람들. 도시를 보고, 또 사람을 보니 세상에 이보다 진귀한 곳이 없다. ⓒ 뉴스피크
참고로 영국 뉴캐슬에서 열렸던 Great North Run 하프마라톤대회는 35,000명의 참가자가 완주했는데, BBC TV에서 4시간 동안이나 중계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 이제는 마스터즈 참가자들도 텔레비전 중계시간에 비춰준다. 런던 마라톤대회는 BBC TV에서 5시간 동안 중계방송한다.
열번째, 독일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시행하는 나라이다. 베를린 마라톤대회 역시 환경을 생각하며, 환경을 중시하는 마라톤대회였다. 특히 예년에 비해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기록을 세우자며, 참가자에게 보내는 책자에 환경마라톤을 이룩하자고 공지하는 등 환경보호를 실천하며 중시하는 마라톤행사로 부각시키고자 하는 조직위의 노력이 돋보였다.

▲ 결승점과 출발선은 항상 사람으로 붐비기 마련이다. 그들을 불편없이 이끄는가 하는 것이 바로 대회의 운영능력이고, 대회의 질이자 수준이라 하겠다. ⓒ 뉴스피크

열한번 째, 15km 이후부터인가 매 5km마다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어 소방호스를 통해 물을 가늘게 뿌려주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날 날씨가 쌀쌀한데다 구름이 끼어 달리는 내내 더위를 느끼지 않아 소방호스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지만, 이날 만일 해가 났더라면 아마 가장 인기있는 서비스가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 태극기 퍼포먼스를 하면 베를린 시내를 달리는 금풍도사. ⓒ 뉴스피크

 

글 금풍도사 (나금풍) 정리 윤민 사진 방창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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