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25개 지역교육청 교육장 ‘호소문’ 발표
“학교폭력, 아이들에게 죄를 물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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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25개 지역교육청 교육장 ‘호소문’ 발표
“학교폭력, 아이들에게 죄를 물어서는 안 됩니다”
  • 김동수 기자
  • 승인 2012.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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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에 학생부 기재 보류 관련 특정감사·중징계 방침 철회 호소
“교과부의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교생활기록부 기제 지침 철회돼야”
 

“아이들의 행동은 모두가 다 학습된 것입니다. 학교 폭력은 사회 폭력을 반영한 것입니다. 진실로 아이들에게 죄를 물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는 죄가 없습니다. 부적응 행동은 개인적 자질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제도의 문제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지침과 관련해 경기도내 25개 지역교육청 교육장들이 27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채택한 호소문의 한 대목이다.

경기도내 25개 지역교육청 교육장들은 교과부가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의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보류와 관련 특정감사를 벌이고, 중징계 방침을 발표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교과부에 방침을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교육장 긴급회의에는 수원교육지원청 김국회 교육장, 성남교육지원청 이현숙 교육장, 안양교육지원청 이준영 교육장 등 도내 25개 지역 교육청 교육장들이 전원 참석해 호소문을 채택해 발표했다,

교육장들은 “아이가 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외침이다”면서 “사회에 대하여 구조를 요청하는 SOS 신호”라고 강조했다.

“부모와 놀고 대화하는 경험이 결핍된 아이들이 이 신호를 보냅니다. 성적 지상주의 때문에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이 신호를 보냅니다. 우리는 너무 일찍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가르기 때문입니다.”

이어 교육장들은 “사회 양극화 현상 때문에 꿈을 만들고 실현시켜 주는 통로로서의 교육사다리가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며 “인간보다 성적과 서열을 우선함으로써 교육이 오히려 인간소외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장들은 또한 “보통 우리는 학생이 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이유가 그 학생이 본래부터 못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며 “그러나 교육이 견지하는 인간관은 ‘아이에게는 죄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아이들을 부적응 행동으로 내모는 것은 사회 양극화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 학벌주의에 따른 지나친 서열 경쟁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이라는 게 교육장들의 생각이다. 특히 현실적으로는 현행의 대학입시 제도가 우리 아이들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교육장들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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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부적응 행동은 ‘난 이렇게 무시당하고 있고, 차별당하고 있고, 꿈을 빼앗기고 있고, 방치당하고 있습니다.’라는 항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고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UN아동권리위원회 역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상황에 대해 ‘아주 경쟁이 심하다’에서 ‘심각한 경쟁’으로 단계를 높이고, 이로 인한 문제가 누적되고 있으니 완화가 필요하므로 그 심각성을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을 권고한 바 있음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장들은 “이와 같이 구조나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교육의 패러다임을 경쟁교육에서 협력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교육장들은 대학의 구조를 개혁하고 대입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학교를 나눔과 배움과 돌봄의 책임교육 공동체로 재구조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교육장들은 “학교폭력 가해 행위가 유발하는 피해가 워낙 충격적이어서 우리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가해학생에 대해 벌을 주고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교육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장들은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은 정의롭지도 않고 법 상식에도 어긋나고 교육적이지도 않다고 보인다”며 교과부에 이번 조치를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다.

교육장들은 또한 “교과부에서는 가해학생의 긍정적인 변화모습을 함께 기재하여 낙인효과를 방지함으로써 상급학교 진학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고 했지만 입학 사정에서 그것이 고려될까 의문”이라며 “최소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대로 졸업 전 삭제심의 제도나 중간삭제 제도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금 학교현장에서는 학교폭력 문제가 아니라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록 문제를 놓고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본말이 전도된 느낌입니다. 하루 속히 학교폭력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이 학교 현장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개선안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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