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별식당, 스코펠로스 그리고 청소년영화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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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별식당, 스코펠로스 그리고 청소년영화캠프
  • 윤민 기자
  • 승인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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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다양성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

[뉴스피크] 

영화 이별식당. 아름다운 스코펠로스 섬이 배경이다.  ⓒ 뉴스피크
영화 이별식당. 아름다운 스코펠로스 섬이 배경이다. ⓒ 뉴스피크

영화 이별식당, 뮤지컬과 음식의 만남  

 

 

그리스 스코펠로스 섬 배경의 풋풋한 지중해 로맨틱 뮤지컬 영화 <이별식당>이 8월 27일 개봉한다. 

<이별식당>은 현시대의 씁쓸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아름다운 무대를 배경으로 새롭게 풀어놓았다. 거칠지만 그만큼 도전적인 영화이면서도 지금 우리를 자극하는 모든 것을 또한 담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이별이다. 미래에 대한 꿈으로 살아가는 요리사 해진은 마치 퇴사를 전달받듯이 카톡으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이런 믿기지 않은 현실에 익숙해졌다는 게 새삼 무섭게 느껴지는데, 요즘 세대라는 말처럼 해진은 연인과 함께 오려던 스코펠로스를 홀로 1년을 살기 위해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 이별식당의 메인 포스터.  ⓒ 뉴스피크
영화 이별식당의 메인 포스터. ⓒ 뉴스피크

그곳에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이별식당’을 열고, 주변의 이웃들과 친해지면서 낯선 곳에서 일상이 새롭게 펼쳐진다. 그러나 지중해의 아름다운 골목에 자리한 깔끔한 식당은 찾는 이 없고 오리지 해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한가하고 외진 식당을 (그렇기 때문에) 스캔들을 피해 고향으로 돌아온 그리스 톱 여가수 ‘일레나’가 찾으면서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진다. 해진은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아픔에 힘들어하던 일레나도 차츰 안정을 찾으면서 풋풋한 로맨스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전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맛깔스러운 음식과 아름다운 지중해의 풍경이 그 이야기에 어우러지면서, 한국의 빨리빨리 사랑과 인스턴트 이별이 남긴 상처가 그리스식 ‘시가시가(Ciga Ciga)’ 즉, 느리지만 상대방에게 젖어드는 진정한 사랑으로 요리되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현대의 이별과 사랑, 문화와 여행 그리고 음식까지 요즘 우리를 자극하고, 행복하게 하고, 또 동경하게 만드는 모든 게 거기에 있다. 또한 영화 맘마미아의 배경으로 사랑받았던 스코펠로스 섬은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감독은 여기에 뮤지컬이라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장르를 통해 이별과 사랑 그리고 풍경과 음식을 새롭게 버무렸다. 

영화 이별식당의 스틸컷.  ⓒ 뉴스피크
영화 이별식당의 스틸컷. ⓒ 뉴스피크

독특하고도 낯선 기획이며 시도라고 하겠다. 특히 이 영화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으로 제작된, 일반 상업영화로는 상상할 수 없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졌음을 생각하면 제작 자체가 놀라움인 영화인 셈이다.    

항공편도 없는 그리스 섬에서, 한국을 비롯한 그리스와 미국의 배우 그리고 독일의 촬영감독까지 국제적인 제작팀이 모여 한 편의 뮤지컬 영화(한국에서는 거의 시도하지 않는)를 만든 사연이 영화만큼 궁금해진다.  

 

 

청소년영화캠프에서 이별식당의 도전까지    

 

스코펠로스 섬의 여름 축제가 된 스코펠로스 국제청소년영화캠프의 폐막식 겸 상영회. ⓒ 뉴스피크
스코펠로스 섬의 여름 축제가 된 스코펠로스 국제청소년영화캠프의 폐막식 겸 상영회. ⓒ 뉴스피크

영화 <맘마미아>를 보지 않았어도, 그 영화의 아름다운 배경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그리스의 푸른 바다와 절벽, 그 찬란한 태양과 바람이 느껴지는 섬은 스코펠로스Skopelos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말 멀고도 먼 곳이다. 그리스 직항이 거의 없기 때문에, 먼저 유럽이나 중동의 공항을 가야 한다. 그곳에서 아테네로 가는데, 거기서 스코펠로스까지는 두 가지 방법이 준비되어 있다. 하나는 아테네에서 비행기를 타고 스키아토스를 간 다음 다시 스코펠로스로 가는 여객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아테네에서 몇 시간 거리에 있는 볼로스 항구에서 스키야토스, 스코페레로스를 왕복하는 여객선을 이용하거나, 그곳보다는 아테네에서 가까운 만토우디라는 작은 항구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천에서 로마를 거쳐 아테네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자정 전후이다. 이곳에서 다시 스키아토스 행 비행기를 발권하는데, 출발시간이 몇 시간 뒤인 새벽 4시. 어디로 움직이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결국 공항에서 밤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몇 시간을 서성이다 프로펠러가 달린 작은 비행기를 타고 두어 시간 만에 스키아토스 공항에 도착했다. 

스키아토스 섬의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 두 마리. ⓒ 뉴스피크
스키아토스 섬의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 두 마리. ⓒ 뉴스피크

버스보다 조금 큰 비행기에서 내리니 공항 같지 않은 너른 공터에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만 덩그라니 세워져 있다. 멀리 보이는 작은 창고와 같은 건물에 들어서니 바로 짐들이 나오고 있다. 가방을 찾아 다시 문을 나서니 도로와 택시가 대기 중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도로까지 작은 문 2개만 나서니 정말 간편하기는 하다. 택시를 타고 15~20분 정도 기분 좋은 그리스 섬의 풍경을 만끽하고 달리니 스키아토스 항구에 도착한다. 이제 시간은 7시, 스코펠로스로 가는 여객선은 11시에 들어온다. 아직 항구에 빼곡하게 들어선 가게들은 그날의 영업을 준비하기 전이었기에, 골목과 골목 사이의 풍경과 그곳을 지키는 고양이들을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한다. 가볍게 샌드위치를 시켜 가볍지 않게 아침 식사를 한다. 그리스의 음식들은 놀랄 정도로 푸짐하고, 맛깔스럽다. 

스키아토스 역시 맘마미아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항구 곳곳에는 촬영지를 여행하는 요트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주변의 맑은 풍경, 투명한 바다를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드디어 거대한 여객선이 항구로 들어선다. 사람들과 차로 빼곡하다. 알고 보니 스코펠로스는 스키아토스보다 더 큰 섬이다. 주민들이 공항을 반대했기에 이곳 스키아토스에 공항이 세워진 것이다. 

영화캠프에는 약 20~30여 명의 전세계 영화인이 참여한다. 스코펠로스예술재단의 사무실에 교육과 영화 편집이 한참이다.  ⓒ 뉴스피크
영화캠프에는 약 20~30여 명의 전세계 영화인이 참여한다. 스코펠로스예술재단의 사무실에 교육과 영화 편집이 한참이다. ⓒ 뉴스피크

다시 몇 시간, 인천을 출발한 지 30시간이 넘어 다시 2시간이 더해진 시간에 스코펠로스 항구에 도착한다. 항구 양옆으로 넓고 시원한 해안이 펼쳐지고, 부드럽게 올라가는 언덕에는 붉은 지붕과 하얀색의 건물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그 풍경과 나른함이 하루 하고 반나절의 피로를 달래주기는 한다.  

치솟아 오르는 언덕의 끝 무렵, 항구와 해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스코펠로스예술재단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안에는 아이들과 전세계에서 모인 영화인들이 시끌벅적하게 토론하면서 영화를 편집하고 있다. 가장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청소년영화캠프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영화캠프 폐막식. 참가한 아이들이 단체사진을 찍는다. ⓒ 뉴스피크
영화캠프 폐막식. 참가한 아이들이 단체사진을 찍는다. ⓒ 뉴스피크

이 국제영화캠프가 시작된 지 벌써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예술재단이 만들어진 것은 그보다 한참 전이었다. 예술 관련 편집자 출신인, 지금 예술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질 여사의 어머니가 이곳에 터를 잡고 재단의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금융 관련 일을 하던 질 여사가 어머니를 찾아 이곳을 방문했다가 그리스의 여유와 스코펠로스의 아름다움에 반해 떠나지 못하고 정착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아득하게 먼 그리스의 섬은 한국의 한 영화인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이곳을 찾으면서 우리와 이어지기 시작했다. 동아방송예술대 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임왕태 교수였다. 질 여사는 임 감독에게 섬 사람들과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영화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하였고, 마침 대학에서 국제청소년영화캠프를 시작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던 임 감독은 캠프를 제안하고, 그 밑그림을 그려주었다. 탄탄한 인연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는 헝가리의 촬영감독 등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락이 닿는 각국의 영화인들에게 캠프를 알렸다. 다만 장비도 없고, 예산도 부족한 재단의 상황을 고려해 장비를 가지고, 자비로 그리스까지 와줄 것을 요청했다. 

스포펠로스 예술재단과 청소년영화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질 여사. ⓒ 뉴스피크
스포펠로스 예술재단과 청소년영화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질 여사. ⓒ 뉴스피크

과연 올까 했는데, 스코펠로스의 아름다운 풍경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자 조건이었다. 세계의 영화인들이 속속 그리스를 찾았고,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간 영화를 만드는 마법과 같은 캠프가 개최되었다. 영화캠프는 마을 어린이들이 매년 여름에 참여하는 여름 예술학교가 되었고, 주민들에게 자신의 아이들이 뛰놀고 배우는 국제적이며 소중한 영화의 학교가 되었다. 당연히 마을 주민들은 자원봉사나 카메오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캠프에 참여하고 있었고, 아이들의 영화를 상영하는 마지막 날 저녁은 그 섬에서 가장 큰 마을 축제가 되었다. 

결국 캠프의 어머니인 질 여사와 아버지인 임왕태 감독이 뿌린 씨앗은 이제 마을의 소중한 일상이자 여름의 풍경이 되었고, 처음 캠프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이제 영화학교를 졸업한 영화인이 되거나 마을과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청년이 되어 있다. 

스코펠로스 숙소에서 만난 임왕태 감독. ⓒ 뉴스피크
스코펠로스 숙소에서 만난 임왕태 감독. ⓒ 뉴스피크

임왕태 교수는, 아니 감독은 교육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자신의 영화, 특히 뮤지컬 영화의 꿈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비록 지원 사업이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작은 씨앗이 마련되었기에, 임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그곳에 담는 도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자신이 잘 알고, 또 새로운 무대를 만들 수 있는 스코펠로스는 그 도전을 위한 또 다른 밑거름이 되었다. 

사람을 모으고, 그리스에서 배우들 오디션을 보고, 주연배우가 준비되면서 드디어 스코펠로스로 떠났다. 물론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쉽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난관이었고, 어려움이었다. 일단 턱없이 부족한 비용이 문제가 되었고, 각국에서 모인 스태프의 조율과 마을 주민과의 소통 또한 쉽지 않았다. 비용을 관계로 해결하고, 부딪힘을 인내로 수습하면서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영화를 촬영하였다. 

이별식당의 임왕태 감독과 김전한 작가. ⓒ 뉴스피크
이별식당의 임왕태 감독과 김전한 작가. ⓒ 뉴스피크

모든 게 부족했고, 목표는 아쉬웠다. 그렇지만 임 감독과 스태프들은 도전으로 만족했다. 

익숙하지 않는 뮤지컬로, 각국의 스태프가 모이고, 현지 주민의 협조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평가는 많이 다를 수 있지만, 이런 도전이 쌓이면 한국 영화의 다양성은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익숙하지 않다고, 무언가 부족하다고, 만듦새가 어색하다고 도전을 포기한다면 그 순간 새로운 영화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모인 영화 자원봉사자와 임왕태 교수가 마을 주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스피크
전세계에서 모인 영화 자원봉사자와 임왕태 교수가 마을 주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스피크

 

 

이별식당 Farewell Restaurant

 

장        르 | 로맨틱뮤지컬, 드라마

감        독 | 임왕태

출        연 | 고윤, 에이프릴안

제        작 | 미스터로맨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Skopelos Foundation for the Arts, 아전인수

공동제작 | 이야기의숲, HATCH FILM, 서울예술대학교

제        공 | ㈜에스와이코마드, 미스터로맨스

배        급 | ㈜에스와이코마드, 아이 엠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95분

개봉일시 | 2020년 8월 27일

 

2019 인도 차트라파티 시바지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최우수 로맨틱영화상 수상)

영화 이별식당 공식 포스터. ⓒ 뉴스피크
영화 이별식당 공식 포스터. ⓒ 뉴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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