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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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더미
  • 소풍 기자
  • 승인 201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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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더미

머리 위 강은 광활하여 저쪽 기슭은 보이지 않았다.
강물이 흐른다는 것은, 남은 무서움에 뒤꿈치까지 흘려보내는 법.

너는 강물을 오르는 계단 더미, 동시에 그만큼 높이에 바라볼 수 있는 풍경,
전부.
너를 오르다가, 신천지에 홀려, 무서움도 몰랐다가, 꽃이었다가,
내 것으로 취하려면, 언제 사라진 나비로 날아다니다가, 그러다 풀어져 함께 흐르다가.

길이란 여행자의 지친 발바닥과, 저편을 향한 응시가 전부일 뿐.
생각해보면 너에게 향한 모든 길들은 널 닮아 있었다. 아니, 어쩌면 너에게로 가는 계단 더미가, 너의 전부이지 않을까. 

새는 하늘이었다.
나는 너다. 
 

* 시인 신승우(申承祐)
1972년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나 장안대학 응용미술과에서 공부했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다. 2001년 ‘장애인 근로자 문화제’에서 시 부문 금상, 2004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 사단법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 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기도 장애인 극단 난다 대표,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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