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이와 규리의 기다림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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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이와 규리의 기다림과 도전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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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하남 미술로의 요리수업 풍경

▲ 오늘은 월남쌈을 만드는 수업이다. 요리수업은 손가락 조작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 뉴스피크

누구를 위한 미술수업

토요일 오전.
주말을 기다린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갑게 들어선다. 그런 모호하고도 이중적인 표정은 아이들만의 특권이 아닐까?

친구와는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반가워 하는 선생님은 인사를 않자 엄마가 묻는다.
“왜 인사 안해?”
“부끄러워서!”
어수선하고 즐거운 준비시간이 지나고, 어는 순간 아이들이 방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수업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은 주로 요리수업이다.

강 규리 7세의 여자아이이다. 이제 다닌 지 2달이 막 넘어가고 있다.
황 석민, 웃는 얼굴이 참 좋은 7세의 남자아이이다. 미술로 생각하기는 이제 1년이 되었다.

▲ 웃는 모습이 좋은 석민이. 석민이가 일찍 온 날 원장 선생님은 교실에서 글씨를 한 번 써 보게 하였다. 그런데 힘의 집중이나 소근육 발달이 조금 아쉬어 보였다. 그래서 따로 토요일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 뉴스피크

규리는 6세 겨울에 친언니가 좋다고 추천해서 다니게 되었는데, 워낙 말이 없고 내성적이라 조금 나아질까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석민이 엄마는 미술로 생각하기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미술을 조금식 하는데 굳이 또 시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가까워지자 초등학교 때에는 미술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못하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어 비로서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석민이와 규리가 미술로 생각하기를 찾게 된 과정은 여느 부모님과 다를 바가 없다. 아파트와 맞벌이와 같은 환경은 아이들을 외롭게 만들고, 또 정보는 넘쳐나게 만들기 마련이다. 그렇게 다니게 된 미술 학원이지만, 단지 아이들만을 위한 학원은 아니다.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고, 또 부모는 자신이 몰랐던 아이를 알게 되고, 더불어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사실 석민이는 먼저 다니던 친구가 있어 같이 다니고 있지만, 그 친구와는 금요일 수업을 하고 있고 토요일 수업은 선생님이 새로 짜주신 것이다. 또래에 비해 활달하고, 덩치도 제법인 석민이지만, 대근육에 비해 소근육 발달이 조금 부족하다며, 손가락을 이용한 수업을 1시간 정도 더 권유를 해서 일주일에 두 번씩 수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내성적인 규리는 원래 그림을 좋아했고, 그런만큼 미술로 생각하기 수업 시간을 기다리고, 또 좋아한다고 한다.

물론 몇 달만에 아이가 변화가 있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래도 어째든 올해에는 계속 다닐 생각이다. 엄마로서는 직장을 다니느라 많이 못 놀아준 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규리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가져가 아빠에게 자랑도 하고, 제법 자신감도 생기는 듯해서 엄마로서 고맙기도 하다.

그저 미술학원으로 생각하며 처음 다니기 시작했지만, 같이 오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통해 부모 자신도 함께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 조용한 규리. 수업시간에도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원장 선생님은 규리 같은 아이 중에 안이 강한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 뉴스피크

미술수업에서 아이와 부모가 찾은 것은?

석민이는 형제가 없다. 게다가 주택에 살다보니 친구도 별로 없다.
외로운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미술로 생각하기 시간에는 지나치게 활달하기까지 하다. 익숙한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금요일은 특히 극성이어서, 마지막에 수업을 정리하는 선생님이 진행을 못할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선생님이 특별히 제지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엄마는 그게 참으로 고맙다.

옆의 규리 엄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한다. 규리와 석민 엄마는 너무 늦게 오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석민 엄마는 엄마가 데리고 노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보니 좀더 일찍 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라는 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규리 어머니는 뭐를 길러 보겠다고 시작한 것이기 보다, 아이의 성격이 좀 바뀔까 하는 생각 뿐이다. 아이가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밖을 나가면 말이 아예 없어서 치료를 받기도 했었다고 한다. 마침 언니의 아이가 미술로 생각하기를 오래 다녔는데, 그래서 그런지 표현력이 좋은 것 같았다. 어쩌면 규리로 미술로 생각하기를 다니면 표현력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석민이도 그저 친구와 어울려 노는 시간이라서 오는 것이다. 창의성이라는 것이 수업으로 길러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친구가 있는데, 요즘 그림에 심취를 해 있다.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변하더니, 모든 것을 갑자기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게 오래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갑자기 폭발하는 것 같다. 잘 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신감이 좋아 보인다.

사실 변하지 않으면 만만치 않은 학원비 등이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눈으로 확인되지는 않지 않는가. 다만,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렇지만 석민이 엄마는 그럴 때마다 어떤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콩나무시루에 물을 부으면 시루 밑으로 물이 모두 흘러버린다. 아무 필요없는 것 같은데, 그 스쳐가는 물에 콩나물이 쑥쑥 자란다. 콩나물에 그 물이 필요하고 효과가 있는 것이다.

아이들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지금 이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 같아도, 콩나물의 물처럼 아이들이 자랄 수 있는 충분한 영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정말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 규리는 성장과 치료가 같이 진행되고 있었다. 치료는 별다른 게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함으로써 정서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현대인은 모두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 ⓒ 뉴스피크

엄마의 불안과 아쉬움

석민 어머니가 이야기를 계속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서 물어보면 항상 선생님들은, “잘 해요.” “잘 놀아요.” 하고 대답을 한다. 그렇지만 잘 모르겠다.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그러다보니 우리 주위의 부모님들은 누가 옆에서 이야기를 하면 귀가 얇아 많이 흔들린다.

석민이의 경우 잘 생각해서 6살이 되면서 놀이학교에서 나왔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많이 놀고 좋아할 것 같아 놀이학교로 보냈는데, 아이가 잘 적응을 못하고 힘들어했다. 계속 수업이 30분 단위로 이어지고, 바뀌는데, 그것을 적응하는 것에 힘들어했다. 그런데 아이의 담임은 수업이 계속 바뀌다보니, 아이의 상황을 잘 몰랐다.

그래서 놀이학교를 그만두고, 몇 달 집에 있다가 지금은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유치원을 다니면 아이들도 나름의 수준이 생기는데, 아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한글을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순간 되면 폭발하고,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아이와 엄마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내 아이는 뒤쳐진게 되어 버린다. 그리고 주변에서 그렇게 생각하면, 아이가 먼저 실망하고, 포기하게 된다.

가슴에 남는 이야기이다.
부천대학교 전성수 교수는 아이들에게 굳이 한글을 가르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한글에 흥미를 느끼고, 그때가 되면 쉽고 빠르게 익히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괜히 서둘러서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다보면 어렵고 힘들게 한글을 익히게 되고, 아이들은 배움을 싫어하게 되고, 결국 부모에게 복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한다.

그렇다. 애들의 성장과 교육에는 항상 때가 있는 것이고, 모든 애들은 자신만의 특징과 장점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주위의 어른들이 그것을 기다려주지 못할 때 아이는 상처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아이 교육의 가장 큰 장애는 어른의 조급함이 아닐까?

미술로 생각하기를 방문할 때마다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보통 몇 개월 정도를 다녀야 미술로 생각하기 프로그램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냐고?

아이마다 워낙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이상은 해야 최소한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술로 생각하기에서 미술의 기술과 같은 무엇을 배워나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은 사물과 세계에 대한 자신만의 인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자 놀이의 방법을 배워나가는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부모들은 1년이 지나면 아이의 그림 솜씨를 보고서 투입대비 효과를 판단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 부모들은 미술로 생각하기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투입 대비 효과로 계산하고, 재단하여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되고 재단된 것들은 아이의 무의식에 남아 평생 그 아이의 성격과 재능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많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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