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간의 여수 엑스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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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간의 여수 엑스포 2
  • 윤민 기자
  • 승인 2012.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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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 기자의 여수엑스포 체험기] 극과 극의 여수

 

▲ 왼쪽 끝 부분에 팝 페스티발이 열리는 특설무대가 있고, 중앙에 빅오쇼가 열린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아쿠아리움과 오동도가 있는데, 시민의 말 때문인지 왠지 허전해 보인다. ⓒ 뉴스피크

밤이 더욱 화려한 여수엑스포

줄을 서다 밤이 되기 시작한다. 어둠이 내리면서 건물들이 화려한 색으로 치장하니,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는 듯하다. 그리고 밤마다 시작되는 다양한 공연을 알리는 안내방송으로 사람의 마음과 발걸음이 한껏 분주해진다.

특히 오늘의 팝 페스티발은 아이비와 바비킴의 공연이다. 7시가 되기 전부터 엑스포 특설무대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가니 자연스럽게 공연장에 닿는다. 공연장 입구에는 치킨과 맥주 그리고 음료수와 먹거리 가게가 있고, 저녁을 미처 챙기지 못한 사람들은 비닐봉지와 관객을 위한 방석을 하나씩 손에 들고 무대 앞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날마다 이어지는 공연이어서인지 공연을 찾는 관객도, 행사 진행자와 자원봉사자들도 이미 익숙해진 느낌이다. 관객석도 가족과 어린이, 노약자석이 구분되어 있고, 젊고 열정적인 관람객은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가볍게 저녁을 해결하고 나니 어느덧 공연시간.
아이비 공연부터 바비킴의 공연까지 숨 가쁘게 이어진다. 시원한 밤 바람. 가수도 신 나고, 관객도 흥겨워한다.

바비킴은 두 번째 공연이다. 고맙다며, 오늘 밤 책임진다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흥분하여 즐거워한다. 관객의 문화는 한국이 최고라더니, 여수엑스포의 공연문화도 남부럽지 않은 듯하다.
다음날 여수의 시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여수엑스포가 너무 재미있다고, 벌써 4일째 저녁마다 행사장을 찾았고, 그날 다시 동네 사람들과 올 것이라고 한다. 5천 원만 있으면 생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문화행사에, 온갖 종류의 사람을 볼 수 있으니 이보다 즐거운 저녁이 또 어디 있겠나?

누구 말대로 문화의 황무지에 살던 여수 사람이 제대로 문화를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어느덧 시간은 9시가 넘어서고 있다. 바비킴과 부가킹즈의 공연은 끝을 향해 가고 있고, 엑스포 행사장 중앙에서 펼쳐지던 빅오 쇼 역시 끝나고 있었다. 빅오 쇼는 이번 엑스포 최고 인기행사라 할 만하다. 누구를 만나도 빅오 쇼를 봤느냐는 말이 엑스포를 갔다 왔느냐는 말과 함께 딸려온다. 그날도 미처 못 본 이들을 위해 9시 30분부터 재공연을 할 예정이다.

여전히 행사장의 사람들은 분주하고, 아직 볼 것과 할 것이 너무 많은 엑스포이다.
하지만 먼 길을 온 늙은이와 어린이는 이제 지쳐갈 시간이다. 그렇지만 셔틀버스를 탈 곳이 너무 멀기만 하다. 몸이 불편한 부모를 위해 휠체어를 빌리러 뛰어온 어떤 중년 아들은 9시가 넘으면 대여가 끝난다는 소리에 힘없이 발길을 돌린다. 다리 쉼을 하고 있던 한 할머니는 행사진행자가 타고 다니는 전기차를 보더니 우리도 태워주면 안 되나 하고 혼잣소리를 한다.
밖에서 행사장으로 오는 셔틀의 흐름도 아쉽지만, 노소를 위한 안의 흐름과 배려도 조금은 아쉽다.

▲ 엑스포 주차장은 여수라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지도에 표시된 곳에 차를 주차하고, 엑스포를 다녀온 경우 여수엑스포를 다녀왔다고 하는 게 더욱 정확한 표현인 듯하다. 이런 외곽의 주차장보다는 시내 돌산대교 아래 어항단지에 있는 주차장 이용을 권한다. 식당과 여관이 많고, 주변 여수의 삶터와도 가깝다. ⓒ 뉴스피크

누구를 위한 엑스포인가

급하게 온 길이다 보니 숙소를 잡지 못해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온다. 마음이 급해 택시를 타고 빠져나오는데, 셔틀 정류장에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어 실랑이가 끊이질 않는다. 밤늦게까지 주변 도로의 정체가 풀리지 않는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한소리를 한다. 준비가 너무 안 된 듯하다고. 그랬더니 택시 운전사가 발끈한다. 이 정도 발전했으면 됐지, 더 뭘 바라냐고. 그러면서 여수가 바뀐 모습을 흥분해서 설명한다. 얼마나 발전 않던 깡촌이었는지 아느냐고. 도로도 새로 깔리고, 간판도 무료도 다 바꿔주고, KTX도 들어왔다고. 만약 엑스포가 아니었으면 몇십 년이 걸려도 어림도 없었을 것이라고.

정말 바뀌기는 많이 바뀌었다. 3, 40년간 바뀌지 않던 도시가 불과 4, 5년 만에 놀랍도록 바뀐 게 사실이다. 그이의 말속에 천대받던 도시의 설움이 묻어 나온다.
하지만 엑스포가 여수라는 도시의 건물과 도로를 바꾸기 위한 행사였던가 고민이 된다.

택시 기사도 엑스포 행사장으로 손님을 데려오면 빠져나오기가 쉽지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불편함을 겪은 타지의 관광객이 다시 여수를 찾을까? 행사라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사람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 도시뿐만 아니라 이 나라가 함께 해야되는 행사였는데 과연 그랬나 문득 자문을 해본다. 여수 시민의 설움에 찬 고집도 안타깝고, 남의 잔치라는 듯 쳐다보기만 했던 이들도 아쉽기만 하다.

여수엑스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한 여수시민을 만났다. 한참을 자랑하더니 정부 등이 좀 더 빨리 지원을 해주었으면 훨씬 더 좋은 행사가 되었을 것이라며, 오동도 주변의 행사장이 썰렁한 이유가 그때문이라고 한숨섞인 안타까움을 토한 게 마음에 남는다.

매해 새로운 국제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안달이 난 대한민국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사인지, 그리고 그것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 엑스포 행사장과 구도심의 식당가 그리고 돌산대교 주변의 여관촌이다. 현재 지도에 나와 있는 곳이 옛 여수의 구도심이다. 행사장 주변을 제외하고는 한산한 일상의 모습 그대로이다. 가운데 강을 따라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 뉴스피크

그렇게 택시에 내려, 돌산대교 밑의 여관촌을 찾았다. 연말연시면 방을 잡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에 조금 걱정을 하면서 가끔 가던 모텔을 갔더니, 방도 있고 가격도 45,000원으로 차이가 없었다.

원래 40,000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금요일 저녁인 것을 고려하면 가격도 그대로인 셈이다. 행사장 안에는 사람이 넘쳐나지만, 여기 숙박촌은 왠지 한산하기만 하다.

이런 극과 극의 풍경은 다음 날까지 이어진다.
관광버스가 사람을 실어나르는 잘 알려진 관광지의 동선에는 사람이 넘쳐난다.

엑스포와 연계된 관광지인 향일함은 관광버스로 만원이고, 덕분에 암자로 오르는 길은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향일암만큼 여수 사람들이 사랑하는 돌산의 이곳저곳의 마을은 놀랍도록 한산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마치 돌산에는 향일암만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돌산대교 밑 여관촌 주변의 식당가 - 이곳에는 유명한 황소게장을 비롯한 장어집 등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 와 여수 구도심의 식당가는 식사 시간에도 한산하기 그지없다.

특히 구도심의 식당가는 졸업시즌에는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평범한 일상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식당에서 한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이 다 외곽에서 차를 주차하고, 엑스포만 보고 가니까, 광양이나 순천 같은 여수를 오가는 데에 있는 음식점과 숙박업소만 신 났다고.

그리고 처음에 여수사람들이 욕심을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 예약도 받지 않고, 값도 올리고 했다가 그게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더 오지 않게 되었다고 스스로 분석도 해주신다. 그이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거기에다 이런 구도심과 옛 거리의 작은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개발하고 알릴 방법을 찾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 여수에 살았던 기자나 이런 식당과 골목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지, 처음 여수에 오는 사람이 이런 곳을 어떻게 찾아오겠는가? 이번 여수에 오기 전에 엑스포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찾아보더라도, 다른 도시와 같은 작은 여행과 걷기 여행과 같은 속살 깊은 가치를 찾아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정보를 만날 수가 없었다. 

▲ 향일암의 돌거북과 소원을 담음 동전. 암자에는 사람도 많고, 돌거북도 많다. 번잡하지만, 시원한 바다가 있어 답답하지는 않다. ⓒ 뉴스피크

아쉬움이 없는 행사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여수와 엑스포는 가진 것에 비해 너무 만난 것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접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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