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으로 가는 도서관과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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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으로 가는 도서관과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서점
  • 윤민 기자
  • 승인 2020.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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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 자전거와 같이 함께 가는 독서문화

[뉴스피크] 도서관이 쉬는 와중에도 도서관에 관한 소식은 끊이질 않는다. 안양 평촌도서관은 증축계획이 진행 중이고, 지역 각 도서관은 다양한 문화 활동과 온라인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도서관 역시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그 변화의 흐름에 맞춰 두 개의 풍경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일본 센다이미디어테크 시민도서관. 3, 4층이 이어져 있다. ⓒ 뉴스피크
일본 센다이미디어테크 시민도서관. 3, 4층이 이어져 있다. ⓒ 뉴스피크

독서는 인간의 가장 전통적인 지식습득의 수단이다. 이 수단은 주로 두 군데에서 획득하는데, 한 곳이 집 근처의 도서관이고 다른 한 곳은 서점이다. 물론 도서관은 꾸준히 늘고 있고, 서점은 놀랍도록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흥망이 일방적인 흐름은 아니다. 계속 만들어지면서도 변화에 적응하려는 몸부림이 있고, 사라지는 와중에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여유도 보인다. 

이제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이 오직 독서만이 아니게 된지 오래이다. 오히려 인터넷이나 영상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는 이때. 그 두 곳의 다르면서도 비슷한 풍경을 통해 우리 주변의 독서공간과 그 문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독서에서 문화로, 종합문화센터가 되어가는 도서관 

 

센다이 시내 도로 중앙은 가로수가 이어진 숲길이고, 그 사이로 유리 외관의 센다이미디어테크가 보인다. ⓒ 센다이미디어테크 라이브러리
센다이 시내 도로 중앙은 가로수가 이어진 숲길이고, 그 사이로 유리 외관의 센다이미디어테크가 보인다. ⓒ 센다이미디어테크 라이브러리

얼마 전인 5월 22일 경기 남양주에서 ‘정약용도서관’이 개관하였다. 이 소식이 독특했던 건 모두가 휴관 중일 때 개관한 게 아니라 일반 도서관과는 다른 복합 커뮤니티 ‘생활혁신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대부분 자료실과 열람실을 중심으로, 그래서 대여점이자 독서실로 운영되는 일반 도서관과 다르게 정약용도서관은 공연장과 세미나실, 6개의 컨퍼런스룸과 베이커리 카페,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태어난 것이다. 

사실 요즘 도서관은 자신만의 특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악도서관, 예술도서관 등 단지 책을 읽고, 빌려주는 공간만이 아닌 새로운 문화와 소통의 공간으로서 자신의 미래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는 게 다양한 문화의 복합과 첨단시스템이다. 물론 이런 시도는 오래전부터 시작됐었다. 2001년 개관한 일본의 센다이 미디어테크(영어: Sendai Mediatheque. SMT)도 그 중 하나의 사례라 하겠다.  

센다이미디어테크 6층 갤러리. 광활한 전시장에 미로 같은 전시가 이어진다. 7층의 미디어테크는 다양한 즐거움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뉴스피크
센다이미디어테크 6층 갤러리. 광활한 전시장에 미로 같은 전시가 이어진다. 7층의 미디어테크는 다양한 즐거움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뉴스피크

처음 시작은 센다이 시의 한 예술단체가 89년에 제출한 미술관 건립을 위한 진정서였다. 진정서는 92년에 시민 갤러리 건립으로 이어지고, 그때부터 시민들의 의견 수렴과 설계공모전 등이 진행되었다. 점차 미디어테크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갤러리이자, 영상문화 공간이며, 도서관이라는 형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2001년 지하 2층, 지상 7층의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섰다.

설계는 나중에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이토 도요(伊東豊雄) 건축가가 맡았다. 이토 씨는 수상하던 해 가장 자랑스러운 건축물로 센다이미디어테크를 꼽았다고 한다. 그건 건물 자체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버텨냈기 때문이었다고.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지진 당시 이 건물의 슬래브는 만취한 사람의 머리처럼 휘청거렸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며 “주변 다른 건물들이 처참히 무너지는 가운데 구조의 놀라운 완성도를 증명해낸 것”이라고 평했다. 

센다이미디어테크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외관. 동일본대지진을 버텨낸 건물이다.  ⓒ flickr, arditpg 퍼블릭도메인
센다이미디어테크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외관. 동일본대지진을 버텨낸 건물이다. ⓒ flickr, arditpg 퍼블릭도메인

지금도 가로수가 멋들어진 도심부에 그 아름답게 자리한 채 문화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센다이는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1시간 30분이 걸리는 곳이다. 거리가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니다.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풍경이 점차 북방의 그것으로 변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당시 그곳을 찾은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사진전시가 열렸기 때문이다. 

정갈해 인상 깊은 역과 풍성하고 단정한 가로수 길을 지나면 높은 유리건물이 반긴다. 센다이미디어테크이다. 처음 갤러리로만 알고 왔기에, 그 건물의 규모와 입구에 받은 소개 자료에 나와 있는 다양한 시설에 먼저 놀랐다. 1층은 친절한 안내원과 카페가 있고, 7층은 스튜디오와 녹음실이 있다. 우리가 찾은 갤러리는 6층에 있었고, 그 아래인 5층도 역시 갤러리였다. 

그 아래 3~4층은 센다이 시민도서관이며, 2층은 각종 시청각자료를 볼 수 있는 라이브러리이다. 

6층을 올라가니 넓은 전시장과 풍성한 전시에 감탄을 하고, 마치 광활한 예술공간을 탐색하듯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보다보다 지칠 때쯤 아래로 내려오니 마치 카페와 같은 도서관이 펼쳐진다. 단정한 공간, 깔끔한 색, 조용한 책 넘김 소리. 이런 공간이라면 자주 오고 싶고, 오면 머물고 싶고, 떠나면 다시 오고 싶지 않을까?  

센다이미디어테크 시민도서관. ⓒ 뉴스피크
센다이미디어테크 시민도서관. ⓒ 뉴스피크

정보의 습득은 단지 텍스트와 책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도서관이라는 가장 고전적인 지식의 장은 라이프스타일과 정보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지식의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거기서 처음 느꼈던 듯하다. 

더욱 흥미를 느낀 것은 이 공간이 공익재단법인인 센다이시 시민문화사업단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운영 자체를 알 수는 없지만, 함께 만드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의 미래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 지점이다.  

센다이미디어테크 시민도서관. ⓒ 뉴스피크
센다이미디어테크 시민도서관. ⓒ 뉴스피크

 

오래된 포르투갈 서점과 제주의 작은 도서관들 

 

책의 처음 집은 도서관이었지만, 근대 이후 새로운 집은 서점이다. 하지만 인터넷서점이 활성화되고, 다른 매체가 많아지면서 책을 찾는 이가 줄어들면서 서점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지식과 독서의 집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 그때부터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하던 서점은 가장 원초적이고 고전적인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 듯하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지식창고인 책과 그 보관과 나눔의 공간이라는 본연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경쟁력으로 삼은 것이다. 

렐루 서점의 2층. 아름다운 곡선의 계단은 렐루 서점의 자랑이다.  ⓒ 뉴스피크
렐루 서점의 2층. 아름다운 곡선의 계단은 렐루 서점의 자랑이다. ⓒ 뉴스피크

그중 하나가 오래된 아름다움을 자신의 자랑으로 삼는 포르투갈의 한 서점이다. 포르투의 렐루서점은 론리플래닛이 2012년에 가장 아름다운 서점 1위로 선정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꼽을 때 항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지역민 뿐만 아니라 여행객들도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다. 

포르투는 스타일, 역사, 태도가 있는 도시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이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좁은 중세 골목길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강변의 역사 중심지 히베이라 지구이다. 도시는 호화로운 바로크 양식의 교회와 깔끔하고 아담한 광장, 위풍당당한 미술 건축물이 늘어선 넓은 대로를 품고 있으며, 거기에 렐루 서점이 있다. 조앤 K. 롤링이 포르투에서 영어 강사를 할 때 이곳에서 영감을 얻어 〈해리 포터〉를 집필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포르투의 렐루 서점. 이제 서점은 입장료를 받는다. 그리고 그 입장료는 책을 사면 그만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또 전세계 여행객을 위한 서점만의 문고판도 준비되어 있다. ⓒ 뉴스피크
포르투의 렐루 서점. 이제 서점은 입장료를 받는다. 그리고 그 입장료는 책을 사면 그만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또 전세계 여행객을 위한 서점만의 문고판도 준비되어 있다. ⓒ 뉴스피크

마침 비가 오는 날 찾은 렐루 서점은 마치 마법의 공간에 들어온 듯한 고풍스러운 풍경과 냄새로 방문객을 반긴다. 특히, 둥글고 붉게 혹은 금빛으로 빛나는 것 같기도 한 나선형 계단은 공간을 더욱 환상적으로 연출하고,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책은 그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나무로만 이루어진 내부 책장과 탁자는 천장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 채광이 더해지면서 우아한 모습까지 갖추고 있다. 

아름다운 곡선의 계단. 렐루 서점. ⓒ 뉴스피크
아름다운 곡선의 계단. 렐루 서점. ⓒ 뉴스피크

1906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약 110년 이상 된 서점이다. 사실 누군가는 한탄을 한다. 서점에 책을 사는 사람은 없고 사진 찍는 관광객만이 넘쳐난다며. 그리고 입장권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서점이기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한편 공감하지만, 그 입장권으로 서점이 유지됨을, 누군가가 꼭 들려야 하는 도시의 역사풍경에 서점이 되어 있음을 또한 다행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책과 서점은 가장 오래된 시간에 기대어 자신의 또다른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참 전에는 참 한가했던 서점이라고 한다. 정보통신의 발달은 이런 고풍스러운 서점을 이렇게 붐비는 곳으로 만들어준다. ⓒ 뉴스피크
한참 전에는 참 한가했던 서점이라고 한다. 정보통신의 발달은 이런 고풍스러운 서점을 이렇게 붐비는 곳으로 만들어준다. ⓒ 뉴스피크
렐루 서점, Livraria Lello /R. das Carmelitas 144, 4050-161 Proto, Portugal /9:30 A.M. ~ 7 P.M. / 입장료 5유로  ⓒ 뉴스피크
렐루 서점, Livraria Lello /R. das Carmelitas 144, 4050-161 Proto, Portugal /9:30 A.M. ~ 7 P.M. / 입장료 5유로  ⓒ 뉴스피크

렐루 서점이 옛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의 멋과 즐거움을 유지하고 있다면, 제주의 서점들은 책과 나눔의 즐거움을 통해 자신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요즘 제주는 작은 책방의 전성시대라 부를 만큼 다양한 책방들이 섬 전체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물론 많이 생기는 만큼 많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각각의 서점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기에 아직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작은 서점의 전형. 제주 만춘서점. ⓒ 뉴스피크
작은 서점의 전형. 제주 만춘서점. ⓒ 뉴스피크

책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지식이고, 새로운 풍경이다. 새 책을 만나게 됐을 때 즐거움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다시없는 기쁨이다. 그런 기쁨을 아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제주의 작은 책방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가장 다채롭고 많은 이들이 찾았던 소심한 책방. ⓒ 뉴스피크
가장 다채롭고 많은 이들이 찾았던 소심한 책방. ⓒ 뉴스피크

그래서 독립출판이나 지역출판 등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책들이 작은 공간을 채우고 있다. 서툰 듯 소박한 그 진열이 아름답고, 거기서 발견한 투박하고 생소하지만 귀중하고 독특한 책들이 즐겁다. 

작은 집을 그대로 유지한 채 책방이 꾸며지 있다. 그게 더욱 자연스럽고 독특하다. ⓒ 뉴스피크
작은 집을 그대로 유지한 채 책방이 꾸며지 있다. 그게 더욱 자연스럽고 독특하다. ⓒ 뉴스피크

어떤 서점은 개와 식탁이 있고, 어떤 책방은 아동책과 뜨개질 교육이 있다. 책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매개체가 되고, 서점은 그 생각을 얻고, 뿌리는 감성의 집이 된다.

옛 풀무질 주인이 내려와 만든 제주 풀무질. 마치 사랑방 같은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 뉴스피크
옛 풀무질 주인이 내려와 만든 제주 풀무질. 마치 사랑방 같은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 뉴스피크

이제 책은 단지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며, 감성의 매개체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서점은 생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나눔을 실현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이웃이 서로의 집을 넘나들면서 정을 나누고, 어려움을 함께 했던 것이 바로 책과 서점을 통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책방 풀무질의 안은 따뜻한 나무난로와 함께 마치 정갈한 시골집의 응접실과 같은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 뉴스피크
책방 풀무질의 안은 따뜻한 나무난로와 함께 마치 정갈한 시골집의 응접실과 같은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 뉴스피크

지금 독서를 하고 있나요? 어디서 하고 있나요? 이런 평범한 질문이 이제 범상치 않게 들릴 정도로 우리 주변의 환경을 놀랄 정도로 변하고 있다. 그 변화를 이기기 위해, 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도서관과 서점은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이야기한 그 방향이 맞다 틀리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단지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지켜나가느냐 하는 절박함이 있을 뿐이다. 도서관이 계속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은 우리가 아직 지식의 공유와 나눔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건 누가 만들어주기 전에 우리 스스로 지향하고 행동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 초등학교 앞 무인책방, 책약방. ⓒ 뉴스피크
한 초등학교 앞 무인책방, 책약방. ⓒ 뉴스피크

센다이의 미디어테크가 진정서 한 장에서 시작해 시민위원회와 시민재단에 의해 운영되듯이,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작은 집에 자신들만의 책방을 열 듯이 그렇게 지켜나가고, 원하는 것을 만들어가는 와중에 우리의 독서는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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