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만든 세상을 내 마음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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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만든 세상을 내 마음이 보는 것이다
  •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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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수산스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우리에게 익숙한 불교문장이다. 이를 글자 그대로 이해하면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를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라든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혹은 ‘세상이 어떻게 있든지 자신의 마음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볼 수 있다’라고 이해하는 것은 불교적 관점에서 정확히 이해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좀 더 교리적으로 들어가 보면 ‘유식무경(唯識無境)’라는 문장이 있다. 해석하자면 ‘오직 마음[식]만 있고 바깥 대상[경]은 없다’는 뜻이다. 대상을 보는 내가 여기 있고 바로 앞에 저렇게 보이는 대상이 펼쳐져 있는데, 없다고 하다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이것을 좀 더 쉽게 풀어 보자면 ‘우리는 세상이 이렇게 저렇게 있다고 하지만 실제의 세상은 우리가 본 것처럼 있지 않다’라는 의미로 설명된다. 다시 말한다면 ‘세상은 내가 본 것처럼 그렇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현재 상황에서 나의 입장에서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즉, 내가 그렇게 보았다고 해서 내가 본 것이 틀림없이 그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TV 속에서의 움직임을 우리는 대상이 움직인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정지 영상의 연속일 뿐이다. 내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그런 움직임은 애초에 없었다.

우리에게 ‘꼬기요오’라고 들리는 닭 울음소리를 서양에서는 ‘코크두들두’라고 하듯이 애초에 하나 된 닭 울음소리는 없다. 내가 보고 듣는 것을 그렇게 있다고 여기는 그것은 우리의 착각일 뿐이요 실제로 그렇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교의 입장이다.

어쩌다 접하는 정치뉴스와 큰길가의 플랜카드를 보자니 온통 ‘종북좌파의 척결’이 시대의 화두가 된 듯하다. ‘종북좌파’란 말이 결국은 ‘빨갱이’란 말과 다르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으니, 결국은 지금 우리 사회에 ‘빨갱이(=불순분자=간첩)’가 만연되어 있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어느 여당의 국회의원은 연일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간첩출신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모습들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국회의원의 사상검증까지 주장하는 것은 도저히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부할 수 없는 저열한 행태로 보인다.

더군다나 어느 장군출신의 국회의원은 종북좌파 의원의 색출방법으로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를 예를 들어 논란이 되었다. 천주교 박해의 악랄함으로 일본 막부시대 1614년~1635년까지의 통계로 28만에 이르는 목숨을 앗아간 ‘후미에’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후미에’란 예수의 십자가상이나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모습이 새겨진 목판이나 금속판을 말하는데, 그것을 일반인들이 출입하는 성문의 바닥에 놓고 밟지 않고 비켜 가면 체포하여 모진 고문을 가하고 목을 베었다고 한다. 참으로 인간의 내면을 갈기갈기 찢는 잔인하고 악랄한 방법이다.

그런 방법으로 종북좌파 의원을 가려내자는 사람이 이 나라의 자랑스런 국회의원이란 사실이 부끄럽다. 더군다나 그는 국가 내란죄와 반란죄로 역사의 죄인이 된 전직 대통령이 이 나라 육군을 이끌어 갈 장교를 배출하는 육군사관학교의 기념행사에서 생도들의 사열을 받은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하니 그 분의 사상이야말로 검증대상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종북좌파란 무엇일까’라는 점이다. 또한 누가 그 기준을 세우고 심사한다는 것인지도 납득이 되질 않는다. ‘전쟁의 위협 없이 남과 북이 평화롭게 상생하고 나아가 통일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대다수 국민들의 바람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바람을 실현하고자 함에는 ‘종북’도 없고 ‘종미’도 없다. 내 마음과 다르다고 척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제에 충성의 혈서를 썼던 만주군 군관 출신으로 좌익 남로당을 거쳐 정권찬탈의 쿠데타를 일으켰던 불행했던 전직 대통령과, 군사쿠데타로 잡은 정권을 정당화하고자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5⦁6공화국의 정권실세들을 부정하거나 미화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치욕스런 역사 속에서 때로는 그 역사의 주역이었던 사람들이 아무런 부끄럼 없이 궤변과 침묵으로 역사를 더럽히는 일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내 마음이 만든 세상을 내 마음이 보는 것이다. 욕심과 자기합리화로 가득한 마음을 통해 본 세상은 똑같이 욕심과 부당함으로 가득 찬 세상이다. 엄연한 역사를 부정하며 자신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세상을 보지 말자. 우리의 마음을 사랑과 화합으로 가득 채운다면 평등과 양심이 가득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살맛나게 살고 싶다.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기본부(대표 윤기석 목사)에서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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