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1.4킬로그램의 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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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4킬로그램의 배움터
  • 윤민 기자
  • 승인 201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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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과학을 통해 인간의 모호한 가능성을 믿다

▲ 뇌는 작은 뇌는 무한한 가능성이다. 지금도 신문에는 뇌의 새로운 영역을 발견했다는 기사가 항상 발표된다. ⓒ 뉴스피크

아이를 키운다는 것. 그건 때로는 종잡을 수 없는 여행이기도 하고, 기약할 수 없는 공부이기도 하다. 나름 책을 좋아했던 시절이 있다보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기다보면 이런저런 이유와 주제어를 찾아 도서관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이 답을 찾을 수 없다. 아이는 정말 오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나둘씩 찾고, 던져버린 책들에서 건진 지식들이 알게 모르게 내 머리에 남아 아이의 행동과 대화를 이해하는 지표 역할을 할 때가 있음을 가끔 깨달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다시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내 발걸음을 분주하게 이끄는 힘이 되어준다. 하지만 그 놀라운 깨달음의 사이에 내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분야가 항상 있게 마련이다. 도대체 읽고, 또 읽어도 이 사람들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머리에 남아 있지 않은 그런 책들이다. 오히려 그의 말에 감명을 받기 보다는 사회에 무뎌진 불만과 반항을 끄집에 내려고 작정한 책과 저자들이 의연하게 책장을 무수히 차지하고 있는 분야 역시 아직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들의 잘못보다 내 무지의 소치가 적지 않을 때도 많은 데, 그 중 한 분야로 고백을 하게 되는 게 바로 ‘뇌’ 과학에 관련된 책들이다. 

▲ 이제는 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많은 발전이 잇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알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다. 가능성이 열린 것일 뿐이다. 부모에게도, 학자에게도 그리고 교육자에게도 겸손함이 필요하다. 사진과 그림으로 다양한 실험을 설명하고 있다. ⓒ 뉴스피크

이제 아동 교육 관련 방송에도 적지 않게 다루고 있으니, 아동 하면 당연히 뇌에 관한 이야기가 한둘씩 들어가지 않으면 신뢰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마당이니 도서관이나 서점에도 서가의 한쪽 면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종류의 책이 쏟아져 나와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 제목도 다채롭고, 접근하는 방식이나 다루고 있는 주제도 신기할 정도로 다르다. 문제는 그것을 하나하나 쫓아가기에는 내 배움이 너무 짧다는 것이고, 왜 그것을 읽어야 하는지 내 자신이 책을 읽는 동안 설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건 이렇다라고 선언하고 넘어가면 네 그렇습니까 하고 긍정을 할 정도로 나나 내 주위의 기성세대들이 학창시절 용모단정하고 바른 학생들도 아니었다. (놀랍게도 우리의 아동 관련 저자 분들은 뇌에 관한 어떤 사실을 이야기할 때 마치 선언을 하듯 정말 짧게 단정을 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금이라도 다른 가능성이나 여지를 두지 않는 것처럼.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책에서 본 듯하다. 사기꾼을 주의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나를 믿고 따르라. 나 아니면 모두 거짓이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다 라고.) 

▲ 뇌 과학은 가끔 역사를 넘나든다. 그게 이 책의 재미이고, 장점이기도 하다. 다만,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해 온 인간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 뉴스피크

그렇게 몇 권 보지도 않으면서 ‘아, 나는 이쪽 분야는 맞질 않는가 보구나!’ 하는 절망감에 휩싸이고, 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중요한거야 라는 나름의 위안을 찾고 있을 때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뇌, 1.4kg의 배움터’라는 작고, 그리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책이었다. 글은 빼곡했고, 그림은 유치했다.
그렇지만 그의 말이 내가 진한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놀랍게도 뇌 연구와 실제 교육 정책 사이에 연관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뇌 영상 그림을 보여주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교사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도대체 뇌를 왜 연구하고, 많은 유아와 아동 교육연구자들은 뇌 과학을 그렇게 부르짖는가? 그저 부모님을 놀라게 해주기 위해서?
이 책은 계속 질문을 해댄다. 다만, 답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또한 그게 너무 마음에 든다. 왜 답을 내지 못하는가? 우리가 아는 게 너무 적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현재 주장하는 것들의 근거가 되는 뇌 과학의 성과와 그 근거를 차분히 되짚는다. 그러면서 그것을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과 여지를 남겨놓는다.
그렇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뇌에 관한 지식은 내일이라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가능성은 믿고, 지금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행하는 것이 것이다. 그 행함에 가장 필요한 것들을 찾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으로 뇌과학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조기교육 열풍이 거세다.
그 근거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뇌를 충분히 훈련시키고, 지식을 넣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절대적인 지식이 있는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저자와 연구자들은 조심스럽다. 서두르지 말고 인간의 가능성을 믿으라고 말한다.

단지 가능성만이 아니다. 책에는 놀라운 사실들, 우리의 잘못된 상식을 배반하는 지식도 적지 않다.
“ 우리의 뇌 세포 가운데 실제로 사용되는 것이 얼마나 적은가(5퍼센트일까? 10퍼센트일까?)에 대해 널리 퍼진 생각을 예로 들어보자. 그런 생각에 대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손가락으로 두드리기를 하거나,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뇌 전체는 거의 활성화할 것이다.”
이럴 수가! 학교에 다닐 때부터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들은 무엇인가?

“시냅스 형성이 처음으로 입증된 것은 시각체계에 있는 한 뉴런당 시냅스 개수가 처음으로 빠르게 증가하다가 점차 성인의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것이 발견된 때인 1975년이었다. 이 연구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후속연구들은 시냅스 밀도가 출생 후 2-4개월 무렵에 최고치에 달하며 구 후에 솎아내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시냅스 밀도는 점진적으로 감소하여 약 3살 무럽에 성인 수준이 된다. (원숭이의 경우 3살이면 성적으로 성숙해진다.) 일 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이 과정이 전체적인 시냅스 밀도를 성인 수준으로 감소시킨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아기 뇌의 연결점은 증가하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어느 연결점이 살아남아서 계속 자라고 어느 연결점이 사라져서 죽게 되는지는 아기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일부 결정되고 나머지 일부는 아기의 초기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아기들을 일찍부터 가능한 한 많은 학습 경험에 노출시켜야 하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사람의 경우에도 시냅스 형성과 솎아내기의 진생이 원숭이의 경우와 같은 것으로 여겨지는데...원숭이의 발달이 인간의 발달보다 더 빠르고 원숭이의 아동기가 인간보다 더 짧은 것을 감안하면 인간의 뇌 발달에서 빠른 성장이 일어나는 기간은 원숭이에 비해 더 길 가능성이 크다. 원숭이는 3살이 되면 성적으로 성숙해지며 이는 인간의 발달에서 약 12-13년에 해당한다.”
우리의 조기교육 열풍은 바로 원숭이에게서 비롯된 것인 셈이다. 물론 극단적인 비유이겠지만, 현재 우리가 근거로 삼고 있는 여러 가지 과학적인 상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게 된다면 우리의 교육은 훨씬 더 유연해지지 않을까?
어쩌면 이 책에서 배우는 것은 지식보다 오히려 철학적인 관대함과 유연함이 아닐까 싶다. 지식은 계속 변화하고, 채워지는 것이다.
현재 무섭도록 몰아치는 아이들의 교육과 부모들을 집착을 보면서, 과학의 유연함을 부모부터 먼저 교육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부모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작은 책이지만, 각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척 다를 수 있을 듯하다. ⓒ 뉴스피크

뇌는 학습을 위해 태어났다.
뇌, 1.4킬로그램의 배움터

사라 제인 블랙모어, 우타 프리스 지음/ 손영숙 옮김
해나무 출판사

뇌과학과 교육학의 만남
배움에 결정적 시기란 존재하는가?
생애 최초의 10년 동안 아기들은 무엇을 배우나?
좌뇌와 우뇌는 정말 다른가?
뇌는 어덯게 문자를 읽을까?
읽기를 잘하는 뇌와 못하는 뇌는 무엇이 다른가?
마음이 아픈 아동들의 뇌는 뭐가 다를까?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성인의 뇌도 학습을 통해 바뀔 수 있나?
뇌는 배운 것을 어떻게 기억하나?
공부할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나?
공부 잘하는 뇌를 만드는 비결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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