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진 신발끈은 고쳐 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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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진 신발끈은 고쳐 매야 한다
  • 박길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2.0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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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길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박길수(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스스로 생각하건대 필자는 하나의 조국이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 총칼을 겨누며 대치하는 나라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감격에 겨워 부르면서 통일을 염원하는 대다수 건전한 국민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단지 통일운동을 하는 단체의 임원으로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적인 통일 주장한다는 이유-북한 체제의 말살이 아니라-만으로 진보 계열로 분류되고, 때로는 ‘좌경’이라는 지적까지 받기도 한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좌경이 되곤 하지만, 그것은 ‘조중동’식 관점에 의한 것이기에 헛웃음 한 번 짓고 말면 그뿐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과 더불어 통일된 조국을 향해 함께 가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통일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가를 시시때때로 확인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통합진보당 사태는 남과 북의 분단과 이질감을 걱정하거나 문제 삼기 이전에, 분단과 분열은 우리 안에 이미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음을 다시금 절감하게 하는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그동안 통합진보당에 속한 많은 사람들은 평화적인 통일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보수 진영에서 ‘좌경’으로 지목되어 왔기에, 나는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심정적인 동조 이상의 지지를 그들에게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내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지금도 여전히 통일운동의 진정성은 진보 진영이 더 많이 갖고 있다고 믿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진보당이 하루속히 지금의 사태를 극복하고 정치 부문은 물론 통일운동에서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를 국민들로부터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지켜보고 있다. 

나와 입장을 달리 하는 적지 않은 분들은 이번 사태를 접하고, “역시나 좌빨!” “이번 기회에 종북주의 척결”이라는 식의 언사로 진보 진영 전체를 몰아붙이고 있다. 그 기세가 무서워서는 결코 아니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나 역시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만큼 놀랐고, 여전히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사태의 처음부터 오늘 이 시점까지 문제가 되는 상황의 실체적인 진실을 정확하게 알 수 있거나 직접 책임져야 하는 처지에 있지 않다. 또한 보수언론이나 거기에 경도된 인터넷 포털의 논조들이 어떤 식이든 간에, 그것만을 전부로 알면 안 된다는 건전한 상식(?)을 갖추고 있으나, ‘진보’라는 이유로, 같이 돌멩이를 맞는 심정인 것만은 사실이다. 현재 소위 ‘구당권파’의 사퇴와 응분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진보 진영의 사람들도 나와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통일이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 상상해 보면, 설령 남과 북의 최고 권력자를 포함한 정치권이 상호 협의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한 일련의 조치들을 순조롭게 처리하는 가운데 남북의 통일이 진행되어 간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우리가 치러야 사회적인 제반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누구나 예측하고 있는 일이다. 그러한 예측이 짐작을 넘어 확신이 되는 것은 최근의 통합진보당 사태 같은 경우에 직면할 때이다.

우리 사회의 ‘통일 일꾼’들이거나 혹은 앞으로 그렇게 되어야 할 사람들이, 통일을 염원하고 그것을 최상위 가치로 여기며 달려가는 동안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불신과 불협의 요소들을 자기 안에 기르고 있는가를 화들짝 재확인해 보게 되기 때문이다. 

‘통일세’ 논의를 포함한 ‘통일비용’ 논의가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통일 준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우리가 통일을 최대한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맞이하고 성취하려면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통일 준비가 절실하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재삼 확인하게 된다. 지난 “67년”(1945-2012) 동안 통일은 단 한순간도 우리의 소원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그러나 통일이 갖는 의미와 그것에 접근하는 방식 그때그때의 최우선 과제는 항상 같지 않았으며, 그것을 주도하는 세력 또한 항상 같지는 않았다.

최고 권력자가 보수 진보를 포함한 전체 민중보다 앞서 가는 경우도 있었고,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우리나라보다 앞서서 남과 북의 통일문제를 이끌고 가는 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 세월 동안 일관되게 ‘진보 진영’의 사람들은 ‘보수 진영’의 사람들이 ‘통일’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은 전쟁을 불사하는 반통일적 행태와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치부하면서 ‘비교우위’를 자신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에 즈음하여 필자는 그러한 자신감 자체를 재점검해 보아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그동안 본인의 의도나 성향과는 관계없이 ‘진보’로 분류되어 온 많은 통일 일꾼들이 이번 사태로 인하여 억울한 돌팔매질을 맞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진보’와의 차이와 차별을 강변하며 억울함을 강변하고 회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지랖 넓게 남의 일까지 참견하거나 책임지려는 것도 안 될 일이지만, 또한 사태를 너무 침소봉대하여 받아들이는 것도 경계해야 할 태도이지만, 때로 스스로를 돌아보아 부끄러움이 없는지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달려갈 길이 아무리 멀고 바쁘더라도 신발 끈이 풀어졌다면 쪼그리고 앉아 그것을 고쳐 매야만 완주할 수 있다. 등위나 기록 단축만을 생각하고 마구 달리다간 풀어진 신발 끈을 밟고 넘어져 다치고야 말 것이다.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기본부(대표 윤기석 목사)에서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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