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그녀의 눈에 비친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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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그녀의 눈에 비친 남북관계
  • 이주현 목사
  • 승인 2012.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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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목사(매원감리교회,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이주현 목사(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요즘, 하지원이라는 한 여배우에게 푹 빠져있다. 하지원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면 언제든 볼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을 정도다. 노년에 들어선 배우들 이름 서너 명 외우는 게 고작인 데 요즘 신세대 배우의 이름을 기억하는 건 하지원이 거의 유일하다. 물론 얼굴은 알지만 이름을 모른다는 뜻이다. 이는 배우나 탤런트에 대한 무관심이기도 하지만 순전히 퇴화되는 50대 중년의 기억력 탓이기도 하다.

하지원이라는 이름을 뚜렷하게 기억하게 된 것은 요즘에 봤던 영화 <코리아>와 드라마 <더 킹 투하츠> 때문이다. <코리아>라는 영화는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 선수권대회 때 사상 최초로 결성되었던 남북단일팀 '코리아'의 46일간 감동을 엮어낸 영화이다.

당시 출전한 실제 인물인 현정화 역에 하지원이 출연했다. 현정화와 짝을 이룬 북의 리분희 역에는 눈빛 연기가 뛰어난 배두나가 맡았다. 남북 단일팀이 힘을 합쳐 세계 최강 중국을 이기는 장면은 단순히 스포츠 드라마를 뛰어넘는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매주 수목 드라마로 방영되는 <더 킹 투하츠>는 남의 이재하 왕제(이승기 분)와 북의 특수부대 엘리트 장교인 김항아(하지원 분)가 펼치는 사실상, 로맨틱 드라마이다. 그들의 진실한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것은 누가 봐도 이 드라마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남북화해와 통일까지 염두에 둔 의제 설정이 자칫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화해와 평화를 반대하는 무리들로 묘사된 사람들이 보수 정치인과 강경파 군인들, 군산복합체 사업가들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과 북이 힘을 합해 그러한 걸림돌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참 의미 있게 와 닿는다. 남과 북이라는 특수한 관계 속에서 다루기 힘든 주제들을 입헌군주제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피해나가는 장면이 흥미롭지만, 남과 북의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모습이 참 높게 평가되는, 모처럼 칭찬하고 싶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그 <코리아>라는 영화와 <더 킹 투하츠>에서 다루는 문제와 지향하는 바는 철저하게 동포와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반세기 이상 분단의 세월 속에서 겹겹이 쌓여있는 이질감은 어느새 스크린 속의 주인공들과 함께 감동으로 녹여낸다.

반세기 넘게 대치해온 이념과 체제 그리고 경제적 문화적 우월감은 민족과 동포라는 수천 년을 이어온 유산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대신, 영화를 보는 관람객들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게 한다. 그렇게 남북 관계의 대립과 모순을 이렇게 재미있게 연출해낸 작가들과 연출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이를 너무 잘 소화해낸 배우 하지원 씨를 주목하게 된 셈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목적을 가진 행위로서 인간의 의지가 담긴 행동을 담고 있다. 곧 무엇인가 나타내려는 행위가 스토리를 갖고 배우를 통해서 사실처럼 생생히 묘사되는 게 영화요 드라마의 실체인 것이다. 본질적으로 픽션, 즉 허구이지만 그러나 그 픽션은 단순히 허구가 아니라 개연성, 필연성, 당위성을 가진다는 차원에서 시대의 담론을 이끌어내는 기능도 부여된다.

즉 허구 속에서 인생과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것이 드라마요 영화라는 점에서 그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호응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더구나 남북관계가 거의 재앙수준으로 파탄이 난 MB정권 말기 아니던가? 그것도 파업 중인 방송사에서 그러한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관심과 호응 속에 방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반갑다.

영화 <코리아>와 드라마 <더 킹 투하츠>에서 하지원 씨는 눈물을 참 많이 흘렸다. 북의 리분희와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 하지원이 남긴 인사는 대충 이랬다. "우리 다시 만나요, 분희 언니!" 그 장면에 가서는 꾹 참고 있었던 눈물샘이 터져버려 한참동안 자리를 뜨질 못했다. <더 킹 투하츠>에서도 하지원은 눈물연기가 참 많았다. 분단의 서러움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한민족 모두의 응축된 눈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뛰어난 연기자의 의도된 눈물일지 모르나 모순덩어리 이 분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더불어 시대적 과제를 던져주는 눈물이었다.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기본부(대표 윤기석 목사)에서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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