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VR세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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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VR세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윤민 기자
  • 승인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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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틱 VR8의 문종훈, 오은실 감독 인터뷰

[뉴스피크] 가상현실! 익숙한 듯 하지만 환상적이면서 너무도 낯선 단어. 내 일상 가까이에서 접하지만 실제 제대로 만나고, 본 경험은 거의 없다. 어쩌면 신호일지도 모른다. 가상현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준비해야 될 때라는 사회가 보내는 울림일수도 있겠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게임과 관광, 교육과 같은 현장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실험과 꿈을 쉼 없이 소개하지만, 그래서 이미 익숙하고 많이 아는 듯이 반응하지만 사실 그게 무엇인지는 정작 모르고 넘어가고 있다. 아마 이때를 놓치면 다음의 변화에는 아예 만남 자체를 포기해야 될지도 모른다. 이제 귀를 열고, 눈으로 변화를 응시할 때라는 말이다. 

영화 역시 그 준비가 분주하다. 가끔 해외영화제에서 VR영화로 상을 받기도 하고, 실무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몇 년 전부터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는 차세대 영화기술인력 양성(KAFA+ NextD) 사업 중 하나로 ‘VR단편영화 제작교육 과정’을 시작하였다. 입문, 일반 그리고 심화단계로 진행되는 이 교육과 지원을 통해 새로운 VR영화인들이 배출되는데, 그중 2018년 일반과정을 제작하던 8명의 영화인이 지속적인 작업과 교류를 위해 ‘시네마틱 VR8’이라는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VR8 첫 번째 인터뷰로 문종훈 감독과 오은실 감독을 만났다. 새로 작업할 영화를 위한 정보를 주고받느라 두 사람 모두 바쁘기만 하다. 많지 않은 VR영화인과 기술자들 중에서 가장 적정한 팀을 구성해야지만 가성비 높은 VR영화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뉴스피크
VR8 첫 번째 인터뷰로 문종훈 감독과 오은실 감독을 만났다. 새로 작업할 영화를 위한 정보를 주고받느라 두 사람 모두 바쁘기만 하다. 많지 않은 VR영화인과 기술자들 중에서 가장 적정한 팀을 구성해야지만 가성비 높은 VR영화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뉴스피크

시네마틱 VR를 말하다 

시네마틱 VR이란 내러티브가 있는 VR영화를 말한다. 단순 체험이나 효과가 아닌 이야기가 있는 실사 VR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의 모임이 바로 VR8이다. 그들의 출발점과 고민은 그래서 영화의 현재와 미래에 맞닿아 있다. 그 이야기를 위해 첫 번째로 <Alone>의 문종훈 감독과 <좀비네 반찬가게 : 오늘의 첫주문>의 오은실 감독을 만났다. 

1895년 영화가 탄생한 이래로 영화는 무성에서 유성으로, 흑백에서 컬러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2D에서 3D로 발전을 거듭하며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이제 영화는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기술 그리고 또 다른 현실과 만나게 되었다. 

불편함이 현실적인 스타일로 다가온 '레디 플레이어 원'.  이전에도 가상현실의 이야기는 적지 않았다. '트론'부터 '매트릭스'까지 적지 않은 영화가 전혀 다른 세상을 창조했다. 하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은 현실적으로 가능할 듯한 가상현실과 그 재미와 감동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불편함이 현실적인 스타일로 다가온 '레디 플레이어 원'. 이전에도 가상현실의 이야기는 적지 않았다. '트론'부터 '매트릭스'까지 적지 않은 영화가 전혀 다른 세상을 창조했다. 하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은 현실적으로 가능할 듯한 가상현실과 그 재미와 감동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 만남에 대해 문종훈 감독은 “프레임이 없고,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VR에 기존 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 영화는 감독이 연출과 구성을 통해 전달하는 정보만을 얻게 되는 매체이지만, VR은 관객이 선택하고, 유추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문 감독은 “영화는 뭘 보여줄 지에만 고민을 하는데, VR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뭘 보고 싶어 하는지 의문점을 찾게 해준다. 체험적 요소가 강하고, 관객의 입장에서 고민하게 해준다.”며 VR영화만의 특징을 말해준다. 극영화 프로듀서 출신인 오은실 감독 역시 “감독이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관객이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여준다. 

일단 VR, 가상현실은 스크린이라는 프레임의 제약이 없다. 그리고 360도(180도 VR도 있지만) 전체 공간을 대상으로 한다. 결국 가상현실 영화의 내러티브 구조는 선형적인 서사 구조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기존 영화와 다르게 다양한 형식을 취할 수 있음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이는 곧 카메라 워크, 인터랙션과 내러티브 구조 등 영화 제작의 모든 것이 바뀐다는 것을 말한다. 

일단 촬영방식이 달라진다. 가상현실 영화의 360도 환경은 기존의 영화와는 다르게 360도 열린 공간을 모두 담기 때문에 사각형의 프레임이 아닌 공간을 생각한 카메라 워크가 필요하다. 그건 다시 말해 촬영할 피사체나 공간, 즉 카메라에 담는 모든 것의 접근이 달라진다는 말과 같다. 

전통 영화의 서사 구조가 미리 짜인 이야기에 의해 흘러가는 것과 다르게 VR영화는 관객이 360도 영상 안에서 어디를 얼마나 바라보며 무엇을 느끼는가에 따라 자신만의 영화적 경험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특징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관객의 시선을 연출자가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관객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VR 영화를 상영해보니 관객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면서 지루하게 된다는 문제도 발생했다. 

오 감독은 그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영화를 보면서 “선택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그 환경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이다. 그에 반해 아이들은 쉽게 적응하고, 즐기는 것을 보면, 이전 세대와 매체가 주어주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스크린이라는 프레임의 제약과 VR의 만남은 촬영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은 뜻한다. 그건 곧 촬영할 피사체나 공간, 즉 카메라에 담는 모든 것의 접근이 달라진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VR영화는 기존 영화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줄 때가 많다. ⓒ 뉴스피크
스크린이라는 프레임의 제약과 VR의 만남은 촬영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은 뜻한다. 그건 곧 촬영할 피사체나 공간, 즉 카메라에 담는 모든 것의 접근이 달라진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VR영화는 기존 영화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줄 때가 많다. ⓒ 뉴스피크

VR영화의 매력과 한계 

우리에게 아직 가상현실은 너무나 생소한 경험이자 미래이다. 비록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VR 기술들이 몇 년 사이에 VR 페스티벌이나 VR 카페(테마파크) 등을 통해 빠르게 공개되고, 고글을 쓰고 가상 세계에서 생활하는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을 통해 실제 가능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VR영화를 우리가 접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지원사업을 통해 기획, 제작 후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구조와 환경 때문일 수밖에 없다. 두 감독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게 “VR 배급 구조와 수익 구조 그리고 유통 플랫폼과 같은 게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희미하게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다음 단계로의 발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투자도 미미하고, 만들기도 어렵다는 것은 아직 사람들과 시장의 관심이 그곳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연히 VR영화를 만들기도, 만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오 감독은 현재 제대로 된 VR영화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영화제의 VR영화 세션이 거의 유일하다고 말한다. 비록 통신사 등에서 VR 플랫폼을 만들기는 했지만, 아직 그곳에 있는 VR영화는 절대적으로 적은 숫자이며, 시기가 지난 경우가 많다. 의미 있는 VR영화가 만들어지더라도 전 세계 온갖 영화제와 행사를 방문한 뒤 그제야 플랫폼에 상영되기 때문이다. 최근 올라온 VR영화가 재작년 것인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VR과 같은 첨단영상에서 2년은 아득한 시간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관심이 VR영화와 가까워지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오 감독은 “관심을 갖고 만들어내고, 새로운 매체의 호기심으로 만나게 되고, 거기서 재미를 느끼게 되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흐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유튜브라는 것도 사람들이 자유롭게 올리고 거기서 수익이 발생하다보니 현재와 같은 폭발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관심이 필요한데, 접한 사람은 드물다. 장비는 비싸고, 번거롭다. 이 상태에서 필요가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 만든 것들이 자유롭게 올라가고, 보고, 그러다가 수익도 발생하는 구조, 환경이 되면 VR 역시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말인데, 과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계속 VR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문종훈 감독은 영화의 역사를 말한다. “처음 영화가 만들어지던 100년 전에도 수익 구조는 없었다. 다만 처음 만들었던 사람들의 시도가 원동력이 되어 영화가 이렇게 발전한 게 아닌가. VR도 이런 프론티어, 원동력과 같은 개념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은실 감독은 변화와 발전의 과정임을 이야기한다. “몇 년 전에 영화아카데미에서 처음 VR 입문과정이 시작됐고, 이제 그 과정을 통해 VR 전문 인력들이 일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 몇 년 동안 갈수록 재미있어지고 있다. 그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이런 시도 끝에 다른 뭔가가 나올 수 있다.” 

문종훈 감독 ⓒ 뉴스피크
문종훈 감독 ⓒ 뉴스피크

문종훈 감독은 그 시도의 끝을 습자지와 같은 얇은 벽이 막고 있다고 말한다. 그 벽만 뚫으면 뭔가 다른 게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고민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게 또한 현실이다.  

문 감독은 “VR은 제약조건이 많다. 연출할 때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속임수 등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고차원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어떤 면에서는) 연극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한다.   

VR영화의 제작이 “프레임이 없다보니, 이미지나 공간 자체의 상상과 구현에 자유도가 높”고, 그런 자유도는 책임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중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비용의 문제이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촬영과정에서 미술비용 등이 적지 않게 들 수밖에 없고, 후반비용의 경우 2D보다 두 배 정도는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듯하다.” 

사실 적은 비용, 일반영화 중 실험적인 영화를 찍는 비용으로 VR영화도 찍을 수는 있다고 한다. 다만, 단점이나 질적인 아쉬움은 일반영화보다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가상현실이란 것은 오히려 더욱 현실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문 감독은 영화아카데미 VR단편영화 심화과정에 선정된 VR영화를 제작 준비 중이다. 타임머신을 개발한 과학자가 과학자였던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다른 것보다 타임머신을 구현을 해야 하는데, 단지 단면만을 보는 게 아니라 입체감과 공간감에서도 무리가 없으려면 미술비용이 일반 영화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상현실 영화의 공간은 전통 영화의 사각형의 프레임이 아닌 360도 환경을 담기 때문에 연출된 특정 장면이 아닌 전체 공간과 분위기를 모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가상현실 영화를 연출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지만 반면 가장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사각형의 제한된 프레임이 아닌 360도의 전체 환경이 관객에게 주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공간과 상황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가상현실의 궁극적인 목표인 실제 공간에 가지 않아도 마치 그 공간에 실재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식을 다르게 취해야 한다는 것인데, 오 감독은 제작방식을 공연화 하는 시도가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2달 정도 리허설을 통해 배우와 상황이 준비되면 그때 VR로 구현을 하는 것이다. 일반영화의 방식으로는 답이 없다. 롱테이크 방식을 생각해보자.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에 5분간의 롱테이크 신이 있다. 이건 배우들의 합이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한 것이다. VR도 그렇게 찍어야 한다. 배우의 숙련되고 노련한 연기가 필요하다. 최소한 한 달만 연기 준비를 해도 VR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장르가 혼합된 VR의 특성을 잘 구현하기 위해 연극, 희극을 차용하자는 것이다. VR을 알린 것이 <태양의 서커스>와 같은 공연 VR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공연을 그대로 VR로 옮겨놓은 것은 재미가 없다. 어떻게 VR로 구현할 것인가는 고민과 모델 그리고 시도가 필요한 것이다. 

VR로 구현된 곳이 실질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 마치 관객이 무대 위에 있는 듯한 느낌과 감동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고민되어야 한다. 

그에 대해 문 감독은 또 다른 고충을 말해준다. “감독 머릿속에 있는 그림이 스태프들이나 배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보여줘야 이해한다. 기존에 없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극적인 VR 영화의 특성상 배우가 중요하다. 촬영 중에 개입이나 디렉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기가 끝난 후, 편집과정에서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은 게 VR영화이다. 그러다보니 좋은 배우의 참여도 쉽지 않다. 일단 비용이 적은 프로젝트이다 보니 좋은 시나리오를 통해 좋은 배우를 섭외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시나리오 읽어본 배우들이 대뜸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거야?’ 라고 반응할 때가 대부분이다.” 

 

지속가능한 한국 VR 영화를 위해 

오은실 감독 ⓒ 뉴스피크​
오은실 감독 ⓒ 뉴스피크​

오은실 감독은 대만의 경우를 예로 든다. 

“대만 가오슝의 VR이 성공적이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는데, 짧은 시간에 상당한 질적 발전을 가져온 듯하다. 우리가 참고할만하다고 생각한다. VR영화는 결국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변별력과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문 감독 역시 대만이 후반작업 노하우 등과 같은 자체 기술력이 있는 듯 하다고 말한다. 사실 규모가 크고 실험적인 VR은 전 세계 분업과 네트워크를 통해 완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 감독은 “대만 쪽에서 우리와의 협업에 대한 제안을 들어온 적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결국 무산되었다”라면서 아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한국의 상황을 지적한다. 

두 감독은 제3세계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에서 오히려 완성도가 높거나 실험적인 작품이 많이 보인다고 말한다. 아마 VR의 국제적으로 얼마나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까 싶다.  

그에 비해 우리는 실험작이라고 부를 만한 게 많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몇몇 기관에 의한 지원을 중심으로 몇 개월 내에 정해진 지표에 맞춰 완성하는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문종훈 감독의 VR 단편영화 'Alone'. “인류가 멸망한 후 홀로 살아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공간의 설정과 약간의 CG로 가성비 있는 SF VR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뉴스피크
문종훈 감독의 VR 단편영화 'Alone'. “인류가 멸망한 후 홀로 살아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공간의 설정과 약간의 CG로 가성비 있는 SF VR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뉴스피크

문 감독은 지금 한국이 “VR영화의 과도기”라고 말한다. 그 말은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실 VR에 대한 기대와 회의가 교차하고 있다. 국내의 많은 영화인들이 VR에 대하여 아직 회의주의적인 것 또한 사실이다. 얼마든지 2D 영화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그저 신기하고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VR 콘텐츠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모든 예술 분야가 마찬가지이겠으나 VR영화 역시 몇 년의 노하우와 인프라가 쌓였을 때 의미 있는 작품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오 감독의 말처럼 몇 년의 시도 끝에 점차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다. 정말 습자지처럼 얇은 막만 통과한다면 다른 뭔가가, 새로운 영화가 우리를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특유의 프로젝트성 지원 사업들은 단기간에 힘을 쏟다가도 성과가 없을 경우 이내 무관심해져 버리기도 한다. 지금보다는 더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해외 영화제나 한국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좋은 콘텐츠들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그림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고, 또 그런 그림을 위해 사람들이 VR에 대해 실질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두 감독에게 인생작이라 할만한 VR영화를 물었다. 

오 감독은 “다큐멘터리 VR 중 폴앤펠릭스 스튜디오 (Paul & Felix Studio) <Traveling While Black>”라는 영화를 추천했다. 극장 형식의 몰입형 VR로, 흑인 미국인의 사회적 차별에 대한 오랜 역사를 복기하며 사회적 타자를 사유하는 방식을 VR을 통해 제시한 영화이다. 오 감독은 “VR로 이렇게 다큐멘터리를 찍으면 좋겠구나 하는 공감을 했다. 만족스러운 기획이었고, 익숙한 VR기법을 잘 활용하였다”고 평했다. 

문 감독은 “아직 인생작이 나오지 않았다”고 답한다. 그 답 속에 한국 VR의 현재와 문 감독의 기대가 함께 담겨 있는 듯하다. 

오은실 감독의 VR 단편영화 '좀비네 반찬가게 ep1, 오늘의 첫주문'. 쉐프가 부재중인 날 들이닥친 촬영 팀을 맞이하는 보조 쉐프의 이야기이다. VR 시트콤을 만들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 뉴스피크
오은실 감독의 VR 단편영화 '좀비네 반찬가게 ep1, 오늘의 첫주문'. 쉐프가 부재중인 날 들이닥친 촬영 팀을 맞이하는 보조 쉐프의 이야기이다. VR 시트콤을 만들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 뉴스피크

- 문종훈 감독 

2019 단편VR <Alone> 연출 

2019 단편VR <혼연일체> 편집/다큐 

2019 단편VR <사건의 지평선> 편집/스릴러  _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2019 단편VR <유토피아> 편집/드라마 

2019 단편VR <휴가> 편집지원/스릴러  _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2018 단편VR <세이브> 연출&편집/드라마 

2018 단편VR <호로마루> 데이터매니저/공포  _ 부천국제영화제 상영 

2017 단편VR <파이널오디션> 편집 / 스릴러

 

- 오은실 감독 

극영화 프로듀서 

VR <좀비네 반찬가게 : 오늘의 첫주문> 연출  

VR <Artists> 연출 

VR  <예술가의 방> 연출

VR  <좀비네 반찬가게> 예고편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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