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문종의 한마디] - 삼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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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종의 한마디] - 삼천포
  • 뉴스피크
  • 승인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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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장.
▲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장.

[뉴스피크] 삼천포시는 1995년 사천군과 통합하면서 사천시로 바뀌었다. 지난 봄, 한 달 반 정도 사천에서 생활하면서 삼천포지역 시민들과 늘 논리를 갖고 품격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옆길로 새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은 철도가 주요 교통수단이었을 때, 차선을 바꾸지 못해 전라도 광주로 갈 기차가 삼천포로 갔다는 일에 빗댄 옛 추억꺼리일 뿐이다.

하지만 철도시대로 되돌아갈 생각이 1도 없는 언론들이 자꾸 삼천포로 빠진다. 한 단체의 기부금 사용처가 이상하다 하여, 그 단체가 관련 내용을 상세히 밝혀주었다. 그럼 그것을 바탕으로 잘잘못을 따져보면 될 일이다.

옆길로 가지 말고, 사용처만 살펴보면 된다. 개인사를 뒤져보고, 가정사를 따지고 들면 안 된다. 전라도 광주로 가면서 옳고 그름을 토론해야지 삼천포로 빠지면 안 된다.

오래된 영화의 한 대사처럼, 학생을 혼내면서 아버지의 직업을 물어본다면, 스스로가 교사의 품격을 버리는 짓이다. “니 아버지 뭐 하노?” 이런 천박한 질문이 어디 있을까 만은 요즘 보수언론들이 꼭 그 꼴이다.

사용처를 아무리 뜯어봐도 별다른 잘못이 없나보다. 그러니 삼천포로 스스로가 빠지면서 엉뚱하게 가정 경제를 캐묻는다.

자녀 유학비, 그 돈 어디서 났나요? 질문은 질문하는 사람의 격을 보여준다. 정치인이 국정감사장에서, 기자가 기자회견장에서 하는 질문만이 아니다. 국회의원이든 기자이든 그들이 던지는 질문 또한 그 의원과 기자의 격을 드러내준다.

그런 정치인의 말이나 기자의 기사를 실은 언론사의 수준을 보여준다. 제발 격을 높여보자.

더 고약한 행태는 옆길로 새면서 시민을 선동하는 기사다. 삼천포로 빠지는 낭만적 추억은 왜곡, 선동, 허위 보도로 암울한 현실이 되고, 당사자들에게는 비수가 된다.

내용과는 전혀 다른 제목을 뽑아, 사실을 왜곡한다. 진실을 가리고 거짓을 믿게 만든다. 상식적인 눈으로 읽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행사를 거액의 유흥비 낭비라는 허위로 둔갑시킨다. 이제 그만 멈추길 바란다.

우려되는 일이 현실이 되었다. 기다렸다는 듯 악의적 고발에 시작되었다. 어마무시한 공권력을 동원하는 검찰이 또 어떻게 나올지 걱정된다. 검찰이 가볍게 움직이지 않길 바란다.

언론이든, 검찰이든 당사자가 이번 매듭을 풀어나갈 시간을 빼지 말아야 한다. 수 십 년 동안 힘겹게 싸우며 이뤄왔던 대한민국 시민의 성과를 무너뜨리면 안 된다.

역사에 꼭꼭 숨어있던 전쟁성범죄를 인류에 고발하여 더디나마 정의를 세워왔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흔들림 없이 정의의 길을 가기를 응원한다.

당사자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설명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지켜보자. 언론도 사실만을 그대로 시민에게 전달하고, 검찰도 몇 몇이 제기하는 의혹만 가지고 나서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헌신적으로 고난의 길을 걸어왔던 당사자들을 믿고 차분히 기다려보자.

[글 :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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