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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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위험하다
  • 이종섭(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승인 201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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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이종섭(6.15경기본부 홍보위원). ⓒ 뉴스피크

다시 바람이 불고 있다. 새싹이 돋아나는 봄인데도 아이들은 낙엽처럼 떨어져 목숨을 버리고, 좌절하고, 생명을 죽이는 일조차도 무표정하다. 매일 언론을 보기가 두렵다. 대구, 부산, 경복, 인천, 오늘은 또 어디에서, 누가, 어떤 이유로 목숨을 버렸다는 소식이 실릴까.

한참 꽃피워야 할 나이에 폭력에, 우울함에,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버거워 소중한 목숨까지 버려야 하나. 45분 앉아있는 훈련만 하는 학교 현실이 갑갑하다는 유서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수업을 바꾸기 위해, 학교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더 빨리 더 많이 더 넓어져야만 한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요즘 아이들은 약하다, 너무 많이 봐줬다, 더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인권을 보장해서 그렇다는 것도 잘못 짚은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지 않은 지역에서 더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답답함을 호소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객관적인 사례를 보지 않고, 무조건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아이들이 망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쉽게 하는 것도 괜한 시비에 지나지 않는다.

기본적인 학생인권을 보장해주는 조례조차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학교의 자체적인 규칙(학칙)으로 정할 수 있게끔 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학교폭력을 단속한다고 학교생활기록부에 철저히 기록하라는 것은 평생을 죄인으로 낙인찍는 폭력에 다름아니다. 교육적 접근이 아니라 옛날의 노예와 같이 불명예로 덮어 씌어 더 이상 헤어날 수 없게끔 하는 것이 해결 방안인가.

학교폭력 학부모지도위원회, 학교폭력 대책 계획서, 학교폭력 점검 보고서, 학교폭력 포스터 그리기 대회, 학교폭력 글짓기 대회 등 교육청, 경찰서, 각종 기관에서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학교폭력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들에 교사들은 점점 학생들을 만날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심지어 친구와 싸우고 나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징계를 받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는 게 두려워 그냥 둘 다 자퇴를 선택하는 어이없는 현실이 만들어지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학교폭력을 기록에 남길 수 없어 선도위원회로 바꾸고 처리하는 것도 공공연한 현실이다.

이것을 밝혀내고 학교를 지도할 생각이라면 애초에 그만두시라. 학교폭력 징계 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지 않겠다는 선생님들의 선언은 눈물겹다. 학생들을 보호하고, 더 교육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혹시 모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교육자의 자세를 눈 여겨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들은 점수에 갇혀 살고 있다. 단지 성적만이 아니다. 학생을 선도한다는 목적으로, 대안으로까지 퍼져 있는 상벌점제도(‘그린마일리지’라고도 한다.)도 있다. 벌점이 일정 점수 이상이면 선도위원회를 열거나 각종 벌을 준다. CCTV도 아닌 것이 하루 종일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며 점수를 매기고 있다. 각 학교마다의 기준도 다르고 벌점을 부과하는 것도 주관적일 때가 많다. 아이들에게 점수를 매겨야 판단하고 지도할 수 있는 것인가.

최근 경기도 고양시에서 일어난 십대 청소년들의 집단 구타 살인 사건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9명이 모여 한 여학생을 집단 구타해 살해하고, 동산에 묻고, 태연히 현장검증까지 마치는 현실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대부분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이었다. 학교가 싫거나 학교가 더 이상 보호해줄 수 없어 내보낸 아이들이다.

이제 학교만 안전해서는 안 된다. 내 자식만 안전하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잘못을 저질렀다고 학교에서 내팽겨 쳐서 말 잘 듣는 학생들만 모아놓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안전한 학교와 더불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나서야 한다. 묻지 마 범죄, 무감각한 살인,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절실히 느껴야 할 때이다. 교사 탓, 학부모 탓, 나쁜 친구 탓 이런 것은 이제 대책이 될 수 없다.

요즘의 아이들은 뇌 과학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예측, 이성적 판단, 감정 조절 등을 하는 부분이 아직 완성이 되지 않고,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기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모자라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특히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은 IMF를 겪은 부모들의 자녀들이다. 힘들고 어려운 사회를 살아온 부모들의 뱃속에서부터 스트레스를 전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혼, 퇴직, 실업 등의 문제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통계와 현상, 과학적 분석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함께 살자”라는 노동자들의 구호를 무시할 것이 아니다. 귀 기울여야 한다. 단지 회사에서 자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의 설움을 어쩔 수 없다고 할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평화교육, 인권교육, 일상생활에서의 소통과 나눔이 절실하다. 함께 살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게 안내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어른들도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평화와 공존, 상생, 인권, 아이들과 대화하는 법에 대해 더 배우고, 더 느끼고, 더 실천해야 한다.

언론도 제 사명을 다해야 한다. 단순히 자살 소식을 전하고, 폭력을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넘어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심층 보도해야 한다.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는데 언론도 제 몫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정말 위험하다. 모두가 절실하게 느끼고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할 때이다.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기본부(대표 윤기석 목사)에서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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