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가족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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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가족을 찾다.
  • 윤민 기자
  • 승인 201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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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레건 코스트와 컬럼비아 강

▲ 오레건코스트의 Dune. 끝없이 이어지는 숲과 호수를 지나다보면 갑자기 파도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따라 들어가면 갑자기 아득한 모래해변이 보인다. 시간의 감각이 사라지고, 바다마저도 한참 뒤에야 들어온다. ⓒ 뉴스피크

눈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인천공항에서 눈을 오른쪽으로 쭉 돌려보면 대륙에 닿게 된다. 그 즈음이 바로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이자 우리 교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州다.
샌프란시스코, LA 등 익숙한 도시가 많은 만큼 가보지 않아도 친숙하고 이미지가 그려지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리고 시선을 대륙의 서쪽 해안을 따라 쭉 올라보면 캐나다에 닿게 되는데, 그에 앞서 시애틀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워싱턴 주州라는 주 명칭은 익숙하지 않더라도, ‘시애틀의 잠 못 드는 밤’이라는 영화를 보지 못해도 그 도시를 모르는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이 친숙한 이름 사이에 오레건 주州가 있다. 아무래도 낯선 이름의 지역이다.
그렇지만 낯설다는 것은 묘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알 수 없는 미지의 것들이 다가올 것만 같은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 하늘을 담고 흐르는 컬럼비아 강. 그 옆을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하지만 국도를 따라가면 폭포와 함께 강과 자연이 한 눈에 보이는 전망대도 만나게 된다. ⓒ 뉴스피크

오레건 주의 끝에는 워싱턴 주와 구분을 짓듯이 흐르는 컬럼비아 강이 흐르고, 왼편으로는 거대한 태평양이 해안선을 이루고 있다.
거대한 대륙을 여행하는 일은 힘겹다. 운전은 참으로 편하고, 보이는 풍경은 참으로 아득하고 아름답지만,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에 지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도시를 가는 것도 몇 시간이 필요하지만, 해안에서 내륙으로 오가는 것은 하루의 대부분을 차에서 보낼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도 오레건의 해안가와 컬럼비아 강을 도는 거대하고도 광활한 도로의 궤적을 쫓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는 치장하지 않은 거대한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풍경에서 자연을 말할 필요는 없다.
너무 거대한 자연이지만, 거기에는 다른 사람이 없다. 오로지 나와 가족만이 있을 뿐이다.
너무 가깝기에, 그리고 일상적이고 작게 느껴지기에 보이지 않았던 가족이 너무 광활한 풍경에서 너무 선명한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끝이 없는 노란 모래해변에 찍히는 것은 나와 가족의 발자국 뿐이다.
컬럼비아 강으로 가는 국도변에 있는 작은 폭포에 있는 인간의 유일한 흔적인 돌계단과 난간은 진한 초록의 이끼로 덮여버렸다.
조용하고, 깊은 풍경은 인간에게 초라함과 동시에 소중함을 깨우쳐 준다.
그 소중함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의 가족이다.

▲ 작은 도로 옆으로 작은 표지판과 돌계단 그리고 작은 폭포를 만난다. 서늘한 숲속 초록 이끼가 무섭도록 아름답다. ⓒ 뉴스피크

* 오레건 코스트 Oregon Coast
미국 오레건 주의 해안가 명소를 일컫는 말이다. 모래해변과 기묘한 바위 그리고 아득한 다리와 고즈넉한 도시까지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캘리포니아의 거대한 해변과는 또다른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 컬럼비아 강 Columbia River
오레건 주와 워싱턴 주를 나누며 흐르는 강으로, 처음 미국인들이 서부로 진출했던 통로가 되었던 곳이다. 강을 따라 폭포와 수림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고속도로보다 국도로 여행을 하면 한적하고도 눈과 마음이 넉넉해지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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