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대구 동촌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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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대구 동촌유원지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0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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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도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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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날이 따뜻하고,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아이는 몸을 가볍게 하고 엄마를 재촉해 유원지의 바람과 물을 만나러 나왔습니다.

작은 가게를 지나는 데 작고 지저분한 강아지가 앞을 지나갑니다.

아이의 호기심이 거기에 머무를 때,

갑자기 다른 검정 강아지가 튀어나오더니,

어른에게는 감히 짖지를 못하고 아이에게 흥분하여 소리를 칩니다.

강아지의 호기에 호응을 하듯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트리고,

바로 할머니가 몽둥이를 들고 쫓아옵니다.

이놈의 강아지!

사태는 진정되고,

다시 평화로운 바람을 그 작은 골목을 감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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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넘어서면 나무와 공원이 그럴싸한 공중화장실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 너머로 독특한 다리와 잔잔한 강물이 보입니다.

물내음은 진하지 않지만,

작은 물결의 풍경이 마음을 흐뭇하게 해줍니다.

강과 공원의 경계에는 나무로 멋진 길을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걷기에는 돌보다는 흙이, 흙보다는 나무가 편한 듯싶습니다.

그 편함을 방해하는 것은 인근 부대에서 날아오르는 전투기의 굉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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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연을 찾아 도시를 떠납니다.

그들의 용기가 놀랍기는 하지만,

살다보니 도시도 우리에게 또다른 자연이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어느덧 도시는 새로운 자연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다만, 사람이 만드는 자연이라는 게 좀 다를 뿐입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무서움이 되기도 하고,

또한 편안한 보금자리이기도 합니다.

도시가 인간에게 어떤 자연이 되는가는 결국 인간이 만들기 나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려한 건물보다 낡고 작은 집들이 더욱 다가오는 공원에서,

잘 가꿔진 길과 화장실보다,

푸른 하늘을 조용히 만드는 게 더욱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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