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知1] 막걸리에 색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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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知1] 막걸리에 색을 더하다.
  • 윤민 기자
  • 승인 2012.0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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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진화, 백련막걸리를 찾다!

▲ ⓒ 뉴스피크

“어라, 괜찮은데!”
다음날 두통을 감수하며 마셔야했던 막걸리, 하지만 어느새 맛있어서 마시는 막걸리가 되었다. 막걸리가 제 맛을 찾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 막걸리에 대한 규제가 하나둘 풀리면서부터다.
제일 먼저 판매구역 제한 규정이 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막걸리는 1965년부터는 시행된 법률로 인해 양조장이 속한 시, 군에서는 다른 막걸리가 판매 주조될 수 없었고, 양조장은 경쟁 없는 독과점시대를 지내고 있었다. 또한 종전에 6% 이상으로 한정지었던 알코올 도수를 3% 이상도 가능하도록 완화했으며, 과실 원액을 20%까지 넣을 수 있도록 해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도록 했다.

▲ 독에 새겨진 날짜는 술 만드는 이의 정성과 전통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우리 술은 결국 정성으로 만든 게 아닌가. ⓒ 뉴스피크

‘쌀로 술을 빚을 수 없다’는 1965년의 양곡제조법 때문에 밀가루나 값싼 전분질 등으로 질 낮은 막걸리를 만들었던 양조장은 맛으로 승부해야 하는 경쟁에 돌입했다. 이제는 고두밥을 짓는 쌀마저 우리쌀, 수입쌀을 따지고 충분할 발효를 거치지 않고 첨가물로 맛을 낸 싸구려 막걸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좋은 막걸리가 나오자 소비자의 선택도 달라져 막걸리의 부활, 막걸리의 열풍으로 이어졌다. 동네 양조장에 머물던 양조장들은 이제 전국을 무대로 자신의 술을 뽐낼 수 있었고, 막걸리 열풍의 힘으로 판매량도 많이 늘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막걸리전쟁에 뛰어들어 시장을 장악해가면서 다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 가운데 고군분투하며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충남 당진군에 있는 신평 양조장의 ‘하얀 연꽃 생쌀막걸리 백련’이다.

▲ 양조장의 주인은 갑자기 찾아온 길손을 박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꼼꼼히 알려준다. ⓒ 뉴스피크

‘백련막걸리’를 찾아 도착한 신평면의 신평양조장은 파란 양철지붕을 이고 있고, 오른편 마당에는 오래전에 사용했던 커다란 술독이 골동품처럼 한자리를 차지한다. 허름한 외관이지만 이곳은 당진에 있던 15개의 양조장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아 3대에 이어 80여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삐걱거리는 낡은 문을 열고 들어선 양조장에는 막걸리를 술통에 담는 작업이 한창이고, 왼편의 커다란 통 안에서는 잘 익은 막걸리의 가스를 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막걸리의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탄산은 막걸리 특유의 ‘톡’ 쏘는 맛을 주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많을 경우에는 트림이 나거나 술맛이 개운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막 세상에 나온 막걸리는 입에 절로 침이 고이게 만든다. ⓒ 뉴스피크

공개적으로 운영하는 견학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평양조장에서는 술에 관심이 많은 일본 관광객이나 양조장 개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양조장 이곳저곳을 안내해준다. 술맛이라는 것이 한두 번 보는 것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는 자신감과 우리 술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현재 양조장 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은 김용세 옹이지만, 대기업에 잘 다니던 그의 아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내려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업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김용세 옹의 안내를 받아 술 냄새 가득한 양조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김용세 옹은 막걸리를 만드는 데 기본이 되는 발효실의 문을 열어준다. 밑술을 만드는 발효가 술의 맛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문을 꼭꼭 잠가둔다. 발효실 안에는 넓은 탁자위에 효모를 뒤집어 쓴 고두밥이 익어가고 있다. 입국식 주조방법이다.
이곳에서 2일 정도 발효 과정을 거친 고두밥에 물, 연잎을 섞어 다시 3~4일 정도 발효시키면 막걸리가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생막걸리이고, 여기에 멸균작업을 한차례 더하면 일반 막걸리가 되는 것이다.

▲ 이제 술이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한다. 가벼운 막걸리라 우습게 보지 말기를. 그곳에는 정성과 과학이 있으니. ⓒ 뉴스피크

생막걸리의 유통기간은 보통 20일 정도지만 실제로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기간을 열흘정도로 짧다. 그리고 생산일로부터 2~4일 정도 지난 것이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백련막걸리의 깊은 맛은 이미 여러 차례 공인받은 바 있다.
청와대 만찬장 시음 품목, 2009년 세계 태권도 한마당 공식 지정 막걸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16강을 기원하며 ‘전국 대표 막걸리 16강’을 뽑는 시음 대회가 열렸는데, 여기에 출전한 백련막걸리가 전국의 막걸리를 제치고 국순당의 막걸리 ‘생생’과 함께 결승전에 올라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백련막걸리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시원한 뒷맛, 톡 쏘는 맛에 달착지근하면서도 입안에 감도는 은은한 향이 살아있다’며 백련막걸리를 극찬했다.
2011년 7월에는 일본 수출 활로를 열어 연간 30만병의 막걸리를 일본 시장에 선보이며 일본 사람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계획이다.

▲ 당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연잎은 여러가지 효능뿐만 아니라 막걸리의 뒷맛을 부드럽고 해주는 역할도 해준다. ⓒ 뉴스피크

이처럼 주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백련막걸리의 비밀은 당진평야에서 생산되는 해나루쌀과 지역적 색깔과 맛을 더해주는 연잎에 있다. 김용세 옹은 “국산 쌀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걱정이지만,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듯이 백련막걸리의 맛을 내는 것은 당진 쌀”이라고 한다.
당진의 쌀과 더불어 백련막걸리의 맛과 향, 건강한 기운까지 북돋아주는 연은 당진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연암 박지원이 면천의 군수로 있을 때 세운 ‘건곤일초정(乾坤一草亭)’이 있는 당진 면천면 골정지(骨井池) 연못은 당진의 명소로 유명하다. 당진의 역사와 함께한 골정지는 일제시대에 소멸되어 저수지로만 이용되어오다 2006년에 이르러서야 복원되었다. 그리고 건곤일초정을 복원하며 몇 뿌리의 연을 심었는데, 어느새 연잎은 연못을 가득 메우고 해마다 화려한 꽃을 피워낸다.
당진 신평면 상오리에 위치한 오봉저수지도 69만4700여㎡에 달하는 수면 위에 펼쳐진 연꽃이 장관을 이룬다. 아미산 자락에 있는 정토사 주변에 만개한 연꽃의 자태 또한 아름다워 해마다 여름이면 연꽃 축제를 열기도 한다. 
이밖에도 당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연잎은 항산화 효과, 체중 증가 억제 효과 등의 효능뿐만 아니라 텁텁할 수 있는 막걸리의 뒷맛을 부드럽고 깔끔하게 해준다.

▲ 누룩과 쌀이 어우러져 거품을 내며 익어가고 있다. 발효과학의 정수가, 우리 조상의 지혜가 바로 그곳에 있다. ⓒ 뉴스피크

자연의 기운으로 만드는 누룩

누룩은 곡식에 누룩곰팡이를 번식시켜 만든 술의 원료로 예로부터 ‘누룩을 빚는 것은 술을 빚는 것과 같다’고 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룩의 종류에는 내부비전국(內府秘傳麴), 신국(神麴), 이화주국(梨化酒麴), 백국(白麴)등 셀 수 없이 많은데 누룩을 빚을 때 들어가는 재료나 비율, 언제 만들었나에 따라 다르다.
누룩을 만드는 주재료는 밀이지만 보리, 옥수수, 쌀, 콩, 팥, 귀리, 호밀 등으로 만들 수도 있다.
누룩을 만드는 과정은 먼저 통밀을 빻아 물과 반죽한 뒤 누룩 틀에 넣고 형태를 만든다. 그 후 헝겊과 볏짚으로 싸서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키는데, 용도에 따라 7~40일가량 발효시킨다.
발효과정이 끝나면 ‘법제(法製)’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다 만들어진 누룩을 밤알 크기로 부수어 낮에는 햇볕에 두고 밤에는 이슬을 맞히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누룩이 햇볕에 있게 되면 자외선에 의해 누룩이 탈색되어 술을 만들었을 때 맑은 술을 얻을 수 있으며 바람에 의해 누룩의 향이 날아가 술에서 누룩향이 많이 나지 않는다. 또한 이슬을 맞히는 것은 햇볕에 의해 날아간 수분을 누룩이 또 다시 흡수하여 누룩 속에 있는 미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글 한동엽, 윤민 기자, 사진 한동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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