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수업제,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상태바
주5일 수업제,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 이철호 기자
  • 승인 2012.0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의 토요 방과후학교 컨설팅 참관기

▲ 익숙한 얼굴, 친숙한 공간이어서인지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의 놀이는 자유롭기 그지없다. ⓒ 뉴스피크

지난 3월 17일 안양에 있는 안양동초등학교에서는 주5일 수업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컨설팅이 이루어졌다. 토요 방과후학교 등의 운영 현황 파악과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을 위한 이 자리에는 경기도교육청 박주상 교육역량혁신과장과 경기도안양과천교육지원청의 송병진 교육지원과장 그리고 안양동초등학교의 이시희 교장 등이 현장 실무자와 함께 했다.

하나의 정책이 올바르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세심한 정책과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그것을 제대로 구현할 사람이 필요한 법이다. 그게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일 때는 시행착오는 적을수록, 또한 적응은 빠를수록 좋은 법이다. 3월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된 주5일 수업제와 그에 따른 토요 방과후학교는 그런 그동안 교육계의 고민과 역량이 제대로 성숙되었나를 알 수 있는 좋은 시금석이 될 만하다.

▲ ⓒ 뉴스피크

먼저 이시희 교장의 발표로 이루어진 안양동초등학교의 토요 방과후학교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일차적인 평가가 가능할 듯하다.

현재 안양동초등학교의 토요방과후교실은 방송댄스, 축구, 농구, 꼬마마술사, 이렇게 4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원래 15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학부모에게 안내문을 발송했으나, 부모의 관심이 저조한 프로그램이 적지 않아 최종적으로 4개 프로그램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토요돌봄교실은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개별적으로 담당 교사들이 알아본 바로는 이 지역의 학부모와 아이들은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고 한다.

어느 곳이나 지역적인 편차는 존재하는 법이다. 특성에 맞게 진행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다만, 프로그램의 개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4개로 줄어든 이유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선생님들이 열심히 준비한 프로그램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 일수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가 고려되었을 수도, 그도 아니면 프로그램이 다채롭기는 하지만 좀 더 아이들의 선호를 담아낼 수 있는 경험 등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안양동초등학교만의 고민이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통계를 도출해냄으로써 좀 더 다양한 요구와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 댄스수업이 한참이다. 3년 동안 배운 6학년 학생부터 이제 처음 배우는 4학년 학생까지 다채로운 학생이지만, 진지함만은 모두 같다. ⓒ 뉴스피크

자연스럽게 논의는 지역의 현황과 관심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갔다. 안양교육청 임현상 장학사에 의하면 대략 지역사회에 40여개의 단체에서 200여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약 1,0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컨설팅 자리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통계를 파악하고, 지역사회와 가정 그리고 학교간의 공동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교육은 학교나 교육당국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가정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하는 문제이다. 지역사회와 가정의 참여가 이루어진 프로그램이 더욱 장기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유네스코의 연구결과도 있다.

▲ 마침 비가 오는 날이 축구수업이 교실에서 열렸다. 아이는 몸이 근질거리는지 쉬는 시간을 이용해 공놀이를 하고 있다. ⓒ 뉴스피크

그럼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안양동초등학교에서의 프로그램은 동안구청소년수련관과의 업무협약으로 진행되고 있는 게 많다고 한다.

아이들은 학교가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활동하고 싶은 호기심과 기대도 있지만, 청소년수련관의 프로그램이 학교에서 똑같이 실시된다는 것에 부모들은 무척 반가워한다. 아무래도 버스 등 교통수단을 이용해 짧지 않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불편 역시 적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알차고, 거리도 가깝고 그 장소가 안전하면서도 익숙하다면 더욱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보다 편리한 게 없을 것이다.

교장 선생님이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교무부장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프로그램의 성패는 프로그램의 충실성, 그중에서도 강사의 역량에 많이 좌우된다고 한다.  괜찮은 프로그램은 계속 신청자가 늘어내고 있는데, 그중 바이올린, 바둑, 주산 등은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을 만나고, 호흡하는 강사가 보다 흥미롭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어떤 프로그램은 오히려 수련관보다 좋은 강사가 참여하는 경우도 있어서 학부모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지역사회와 지방자치제의 공동의 책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수한 강사의 육성과 확산은 단지 한 단체와 학교의 책임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질이 선생님과 강사에 의해 많이 좌지우지된다 했을 때 경제적인 문제와 시간의 문제와 같이 좀 더 현실적인 문제가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방과후학교는 수업료를 받고 있고, 그 비용으로 강사료 등을 지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수납과 관리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안양동초등학교는 신청은 분기별로 하지만, 수납은 학부모 입장을 고려해 월별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송병진 교육지원과장은 수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강사료의 지급에 어려움을 겪던 예전의 경험을 토로하면서, 현장의 어려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해결방안의 모색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밖에 토요 방과후학교가 진행되면서 선생님들의 근무일수가 늘어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안양동초등학교에서는 역할분담을 통해 일 년에 3, 4일 정도만 출근하면 된다고 한다. 물론 과도한 것은 아니고, 그 부분이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업무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인 셈이다. 이는 선생님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해당된다.

수업시수는 그대로이면서, 수업일수가 줄어든 것이기에 아이들 역시 무척 바빠졌다고 한다. “선생님, 하루가 너무 바빠요!” 라고 말했다는 아이가 있다고 하는데, 혹시 일정상의 부담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특히 안양동초등학교는 교육의 혁신을 위한 연수, 가정과 부모의 참여를 위한 교육 등이 지속적이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로 평가받고 있다.

▲ 쉬는 시간, 학교의 물건들은 아이들의 장난감이 된다. 진지하게 춤을 추던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 되자 담을 쌓고, 장난스러운 아이가 된다. ⓒ 뉴스피크

선생님과 부모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변해야 교육이 변하는 법이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는 무척 긍정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부담을 요구하는 부분이 없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주5일 수업제와 토요 방과후학교는 아직 시행초기이다. 열정적인 선생님과 학교의 노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정착해가고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시행착오에 흔들리지 않고, 좀 더 나은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학교와 지역사회의 공동의 노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