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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풍경을 찾아 2 _ 증도 가는 길보물섬은 가는 길도 즐겁다!
윤민 기자  |  paper@newspea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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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06  19: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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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도가는 길에는 자연만큼 예쁜 집과 거리 그리고 사람이 있다. ⓒ 뉴스피크

보물섬 가는 길


보물섬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정말 멀기도 멉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면 군산, 고창, 함평 등 언제가 들어본 익숙한 지명들이 줄을 지어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하나씩 꼽아 보며 달리고 또 달려 지칠 때쯤 무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타납니다. 거기서 가지를 친 길로 갈아타고 끝에 도달하기 전 아래로 내려가면 길게 뻗은 작은 국도를 만나게 됩니다.
거기서부터 세발낙지로 유명한 무안인데, 바다의 짠맛은 느껴지지만 주변에 보이는 것은 황량한 시골이고, 공사장을 오가는 대형덤프들이 내뿜는 노란 먼지만이 먼 길을 온 사람을 맞아줍니다. 그렇지만 실망도 잠시 그 먼지바람을 헤치고 조그만 달리면 주변 풍경이 어느 순간 변한 걸 깨닫게 됩니다.
시골로 가는 길에 항상 기대하고, 상상하던 풍경이 하나둘씩 나타나는데, 섬세한 구릉들을 빼곡히 채운 밭들은 질서정연한 구획과 색을 나눔으로 마치 누비이불과 같은 두툼한 따사로움을 전달해줍니다.
비로서 깨닫습니다. 예전에 우리 생활을 따뜻하게 해주었던 이불과 밥상보는 바로 자연의 그림을 가져와서 만든 것이라는 걸. 그 소박하고 뭉클한 아름다움에 계속 고개가 돌아가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데, 그 너머로 옥빛 바다까지 마침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현실은 상상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확고해집니다. 그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욕구가 시작됩니다.

   
▲ 섬의 가장자리로 바다가 보인다. 그 안쪽으로는 예쁘게 수놓아진 누비이불과 같은 밭이 옥빛 바다와 그 화려함을 겨루고 있다. ⓒ 뉴스피크


목적지가 있더라도 어차피 가는 곳이 바쁨을 위해 찾는 곳이 아니지 않는가.
가다 못가면 또 어떤가. 이렇게 좋은 풍경을 무시하면 생이 더욱 각박해지지 않겠는가.
나를 유혹하는 속삭임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데 마침 좋은 공터가 나오고, 그곳에는 작은 트럭이 환영의 플랭카드를‘ 붕어빵’,‘호떡’이라는 문구로 붙여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차를 멈추고 팔다리를 펴면서 주변을 감상해 봅니다. 밭과 바다가 교차하고, 섬들이 서로를 붙잡고 있는 그 하얀 길이 그리고 있는 그림을요.
시각과 휴식 그리고 호기심은 식욕을 자극하나 봅니다. 트럭으로 다가가 붕어빵과 호떡을 한 봉지씩 부탁하며 말을 건네 봅니다.
“이런 곳에서 장사가 잘 되시나요?”
“다들 그런 얘기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데 이렇게 있는 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궁금했나 봐요. 그렇게 한두 분씩 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단골들도 제법 생겼어요.”
무뚝뚝해 보이는 주인장의 살갑고 수다스러운 이야기가 가만히 가슴으로 스며듭니다.
이제 일 년이 되어 간다는 이 작은 가게 아닌 가게가 제법 된다는 이야기에 또한 흐뭇함까지 생깁니다.
아마 자연은 마음의 넉넉함까지 주나 봅니다. 주인장이 덤으로 봉지가 넘치게 붕어빵을 담는 것을 즐겁게 바라봅니다. 의외로 맛있는 붕어빵과 호떡의 맛을 감상하고, 다시금 길을 떠납니다.
여행이 즐거우려면 눈과 귀가, 그리고 입과 마음이 동시에 흡족해야 하는데, 증도 가는 길은 차례로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 줍니다.
보물섬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 증도 가는 길에 만난 붕어빵가게. 친절하고 맛있고 주변 풍경도 멋지니, 여기야말로 최고의 맛집이 아닐까? ⓒ 뉴스피크

시골장터의 미학

섬의 구릉을 넘어 다시 새로운 섬으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니 사람들로 왁자지껄한 삼거리가 나옵니다.
이제 증도가 코앞인데, 유혹을 이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침 화장실도 급하니, 농협의 공터에 차를 세우고 넓지 않은 시장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마침 장날이었습니다.
세상이 편해졌다고들 하는데, 고속도로에서 조금만 옆으로 빠져나오면 교통과 거래가 불편한 시골이 됩니다. 그 불편함을 나름의 지혜로 극복했던 장날은 그래서 거대한 자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늙고 주름진 손에 의해 구석구석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도 원색의 파라솔은 이곳저곳에 꽃을 피웠고, 한껏 차려입고, 머리에 수건으로 마무리한 할머니까지 도로와 길의 경계를 없애며 복잡하게 오가고 있습니다. 느릿한 활기가 그곳에 가득합니다.
 

   
▲ 무엇 하나 가리는 것 없이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물건이 햇볕을 가리는 넓은 천막 아래서 거림낌없이 펼쳐져 있다. ⓒ 뉴스피크

시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봅니다.
다 둘러본대도 모두가 시선의 거리 안에서 움직이니 그리 힘들 것도 없습니다. 무질서한 좌판이고 번잡하기 이를 데 없지만, 가짓수는 많지가 않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외국인이라면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해 보이는 할머니들이 그 모든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업종변천사가 작은 유리벽에 모두 새겨진 상점 역시 시선을 잡아끕니다. 그 풍경이 만족스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합니다.
진열된 옷보다 화려해 보이는 차양막을 빠져나오면 한산한 거리가 됩니다.
 

   
▲ 조그만 시골 도시에서 장인의 손길을 느낀다. ⓒ 뉴스피크

오르막으로는 성당의 십자가가 보이고, 그 입구에는 늠름한 개가 지키고 있습니다.
거기를 지나면 간판쟁이의 예사롭지 않은 솜씨가 빚은 간판을 만납니다.
처음은 인쇄된 것으로 착각할만한 그런 간판을, 이런 한적한 시골에서 저런 공력을 들여 만들 필요는 모르겠지만, 여유가 인간에게 좀 더 높은 능력을 부여하는 것은 확실한 듯합니다.
그 간판마저 지나면 이곳 지도와 다음 섬을 연결하는 작은 다리이자 둑이 나옵니다.
옆의 폐가 때문에 더욱 황량하고, 더욱 작게 느껴지는 다리는 이곳 섬들이 얼마나 가까운 삶으로 연결되었는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바다라는 것은 때로는 이렇게 개천의 흐름으로 이어질 때도 있으니, 그 작은 사실이 사뭇 감동이기도 합니다. 소박함에 물들면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게 되나 봅니다. 다시 그곳과 작별을 하고, 사옥도를 지나 드디어 증도로 접어듭니다.

   
▲ 섬과 섬 사이는 조그만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그 옆으로는 재개발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 뉴스피크


이미 길 주변은 크고 작은 염전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전 완공된 다리는 아직 주변의 정리는 끝나지 않은 듯, 입구 또는 출구가 모두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그런 어수선함 보다 다리의 깨끗함이 지난 온 길의 따뜻함과 왠지 어울려 보이지 않습니다.
든든해 보이기는 하지만, 지나온 섬에 비해 지나치게 딱딱해 보입니다.
어쩌면 버려진 선착장의 아쉬움 때문에 그런 감상이 튀어나오는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사연을 스쳐보내고, 여기저기 깊은 주름이 새겨져야만 이 많은 섬과 맞춤인 다리가 되지 않을까 홀로 생각을 해봅니다.
 

   
▲ 증도의 태평염전. 섬과 섬을 지나, 풍경과 사람을 만나는 마지막에 이곳이 있다. ⓒ 뉴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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