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크]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강헌) 경기학연구센터는 ‘경기 그레이트 북스’ 그 열일곱 번째 책으로 『경기백성실록 - 일하고 생산하고 노래하다』를 최근 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책은 조선시대 지배층의 통치 행위에 반응하고 지배전략에 대응하며 나름의 세상살이를 펼친 경기지역 백성의 고되면서도 질긴 생의 사연을 담았다. 500년 조선이라는 한 시대에 경기라는 특정 지역에 살며 생산하고 노래하고 고통받았던 농부와 목자, 어부, 수공업 장인, 상인, 노비, 광대 등의 일과 삶에 대한 보고서다.
경기 백성은 다른 지역 백성과 마찬가지로 지배층의 통치 행위에 대해 순응과 체념, 굴종과 영합, 반항과 저항이라는 큰 틀 내에서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삶을 영위했다. 하지만 왕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비교적 부담이 많은 진상과 요역, 전국 물자유통의 거점 등 수도를 둘러싼 경기지역만의 특성이 작용해 경기 백성의 일과 일상은 다른 지역 백성과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이 책은 한편으론 이 사실을 고려해 경기 백성을 바라보고 이들의 삶을 풀어나갔다. “경기 백성 또한 조선시대의 피지배층인 전체 백성에 속한 이들”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경기지역에 살면서 겪어야 했던 경기 백성 특유의 삶의 양식을 부각했다.
목차는 1장 농토의 주인은 누구인가?, 2장 가진 자의 농토, 신음하는 경기 농민, 3장 경기지역 농사법을 개발하고 습득하라, 4장 말과 소를 기르고 번식시켜라, 5장 강과 바다의 생산자들, 6장 만들고 제조하는 경기 백성, 7장 경기 장인의 삶과 애환, 8장 경기 상업을 진작하라, 9장 경기도의 상인세력과 정치권력, 10장 우리도 조선의 백성이다, 11장 복종과 저항 사이에서, 12장 비애 어린 가무 등이다.
최근까지 경기도를 다룬 책은 대체로 “경기도의 특성”이라는 관점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지배계층의 시각에서 그 역사와 문화의 긍정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현실에서 이 책은 “조선사 전체의 흐름과 조선 팔도 전체와 관련된 경기도”라는 관점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선사 전개에서 경기도가 보인 역사적 특성을 포착해 이를 사건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양반과 관료가 아니라, 이들 지배계층의 삶과 위신을 유지하기 위해 물질을 생산하던 일반 백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도 이 책 특유의 가치이다. 이들 경기 백성은 지배계층의 통치 행위에 대해 크게 보아 순응과 체념, 굴종과 영합, 반항과 저항이라는 세 가지 유형을 보이며 생존을 도모했는데,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일어난 억압과 착취라는 조선사의 그늘진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저자 조윤민은 20년 동안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다 2013년 『성城과 왕국』을 출간하며 역사 저술 작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배와 저항이라는 인식 틀로 조선 사회를 천착해 『두 얼굴의 조선사』 『모멸의 조선사』 『조선에 반反하다』 『문화유산의 두 얼굴』을 잇따라 펴냈다.
지식과 권력의 관계, 이데올로기와 지배전략, 지배의 양식과 저항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역사 탐구와 저술 작업에 힘쓰고 있다. 빼앗긴 자, 밀려난 이, 억눌린 사람에게 관심을 두고 이들의 숨결과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다. 이 책 『경기백성실록』도 작가의 이런 역사 관점과 역사서 저술의 연장선에서 쓰였다.
현재 이 책은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의 ‘경기도메모리’에서 원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출간본은 3월부터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분량은 319쪽이며 가격은 15,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