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 힘으로 ‘용인 평화의 소녀상’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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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 힘으로 ‘용인 평화의 소녀상’ 건립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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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치욕의 역사 청산하고, 평화와 인권 넘실대는 세상 만들어야”
▲ 지난 15일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용인시청 광장에 제막된‘용인 평화의 소녀상’ 과 함께 한 ‘용인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원회’ 공동대표들. 뒤 왼쪽부터 고기복 목사(용인이주노동자쉼터), 양기석 신부(송전성당 주임신부), 도원 스님(동도사 주지), 오영희 실무대표(해바라기의료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뉴스피크
▲ 지난 15일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용인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원회’(아래 시민추진위) 주최로 용인시청 광장에서 열린 ‘용인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는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도 ‘시민추진위’ 공동대표인 양기석 신부(송전성당 주임신부), 도원 스님(동도사 주지), 고기복 목사(용인이주노동자쉼터), 오영희 실무대표(해바라기의료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등 각계인사와 청소년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 뉴스피크

[뉴스피크] “꽃다운 나이에 일제의 침략전쟁에 끌려가 인간 존엄성 파괴와 여성인권 말살의 고통을 온 몸으로 겪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그 아픔과 치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인권이 넘실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용인시민의 의지를 모아 이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합니다.” (2017. 8. 15. 용인시민)

15일 용인시민들의 정성과 힘으로 경기도 용인시청 광장(용인시의회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의 건립 취지를 밝힌 ‘평화비’의 글귀다. 독립운동이 활발했던 지역인 경기도 용인에도 드디어 시민들의 힘으로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과 인권을 염원하는 상징인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 것이다.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용인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원회’(아래 시민추진위) 주최로 열린 ‘용인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는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도 ‘시민추진위’ 공동대표인 양기석 신부(송전성당 주임신부), 도원 스님(동도사 주지), 고기복 목사(용인이주노동자쉼터), 오영희 실무대표(해바라기의료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등 각계인사와 청소년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독립운동가 오희옥 애국지사, ‘평화의 소녀상’에 헌화

▲ 독립운동가 오희옥 애국지사(91세)가 지난 15일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용인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원회’(아래 시민추진위) 주최로 용인시청 광장에서 열린 ‘용인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 뉴스피크
특히, 용인 출신 ‘3대 독립운동가’인 오희옥 애국지사(91세)도 참석해 ‘평화의 소녀상’에 헌화했다. 수원시민의 정성을 모아 ‘수원 평화의 소녀상’과 ‘독일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데 앞장섰던 황의숙 수원평화나비 상임대표도 수원평화나비 관계자들과 함께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정찬민 용인시장과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국회의원(용인시을), 표창원 국회의원(용인시중), 경기도의회 남종섭 의원(용인5), 오세영 의원(용인1), 진용복 의원(비례)도 자리를 함께 했다. 용인시의회 김중식 의장과 박남숙 부의장을 비롯해 남홍숙 의원, 고찬석, 의원, 김대정 의원, 유진선 의원, 이건한 의원, 이은경 의원, 윤원균 의원, 김운봉 의원, 김선희 의원, 신현수 의원, 소치영 의원 등도 동참했다.

행사장 한 켠에 마련된 본부석 옆에는 ‘평화의 소녀상’ 모금에 참여한 각계각층 시민들이 이름이 가득 한 펼침막이 내걸렸다. 또한 행사장 객석 뒤 편에서는 ‘세월호 진상규명 1000만인 서명운동’과 ‘사드 배치 반대 서명운동’도 진행돼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용인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3월 1일 발족한 ‘시민추진위’가 열정적인 홍보와 시민모금을 통해 성금 5000만원을 모아 만들어 6개월도 안 되는 기간 안에 제막식까지 성사시켰다. 용인시민들이 정한 ‘용인 평화의 소녀상’의 이름은 ‘용인평화비’다.  

제막식에 참가한 각계 인사들은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과 인권을 위해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와 배상이 필요하며, 박근혜 정권 시절 졸속 추진된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는 폐기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거리의 춤꾼’ 이삼헌의 공연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진 제막

▲ ‘제막(除幕)’ 공연을 선보인 ‘거리의 춤꾼’ 이삼헌이 시대의 고난과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특유의 몸짓으로 고통스런 역사인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풀어내며 ‘평화의 소녀상’을 얼싸안고 있다. ⓒ 뉴스피크
이날 제막 의식은 기존의 여러 행사에서 봐 왔던 방식과는 달리 공연 도중 자연스럽게 이뤄져 감탄을 자아냈다.

‘제막(除幕)’ 공연을 선보인 ‘거리의 춤꾼’ 이삼헌은 시대의 고난과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특유의 몸짓으로 고통스런 역사인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풀어낸 뒤, ‘평화의 소녀상’에 씌워져 있던 흰 천을 걷어냈다. 그러자 ‘평화의 소녀상’과 함께 노란우산을 든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용인평화비’는 ‘베트남피에타’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 김운성 작가 부부의 공동 작품으로 가로 180㎝, 세로 160㎝, 높이 136㎝ 규모다. 작품은 청동과 석재(화강암, 오석, 대리석)로 만들었으며, 2011년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세워진 것과 같은 모양이다.

추진위 공동대표인 양기석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겪은 아픔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 그 아픔을 함께 하고 치유하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오늘의 결과를 낳았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아픈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아픔에 관심 갖는 이웃이 돼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도원 스님도 “용인시민께서 동참한 결과가 오늘 여러분 앞의 평화의 소녀상이다. 사람은 살며 수많은 생각을 하지만, 생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100만 용인시민은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며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시청 광장이 역사와 학술, 그리고 정신적으로 시민 전체 세대를 아우르는 명소,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의 전송처가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역사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아픈 역사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 황의숙 수원평화나비 상임대표가 지난 15일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용인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원회’(아래 시민추진위) 주최로 용인시청 광장에서 열린 ‘용인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해 연대사를 하고 있다. ⓒ 뉴스피크
▲ 지난 15일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용인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원회’(아래 시민추진위) 주최로 용인시청 광장에서 열린 ‘용인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자들이 독립군가를 부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중식 용인시의회 의장, 표창원 국회의원, 김민기 국회의원. ⓒ 뉴스피크
고기복 목사는 “3월 1일 발족식 땐 눈발이 날리더니, 오늘은 빗발이다. 핏발 같은 세월을 보내신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어찌 날씨를 탓할 수 있겠나”라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를 요구하며 오랜 세월 희생하신 할머니들께 감사드린다. 정대협 윤미향 대표와 추진위 실무위원, 자원봉사자,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격려’라는 주제로 공연을 한 가수 강허달림과 기타리스트 전성우는 ‘꼭 안아주세요’ 등의 노래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오희옥 애국지사는 축사를 통해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일제 강점기 힘 없는 나라 때문에 희생되신 분들을 기억하기 위해 세워지는 ‘평화의 소녀상’의 뜻이 후손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 이런 아픈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황의숙 수원평화나비 상임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께서 일본의 만행을 고발한 뒤 정부에 등록한 분이 239명이었으나 현재는 27분만 생존해 계신다”면서 “오늘 용인시민 여러분이 힘을 모아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것처럼,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일본이 진심어린 사죄와 배상을 하도록 할 수 있다. 함께 해 주셔 달라”고 호소했다.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도 연대사에서 “전국에 여러 소녀상이 생기고 있음에도 일본은 아직 사과와 반성을 할 줄 모르는 상태의 전쟁범죄국가로 남아 있다. 우리는 피해자 국가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 이 현실이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면서 “소녀상의 또 다른 의미는 여성인권이다. 소녀상이 많이 세워지는 만큼 우리 사회의 성매매, 차별 등도 빨리 해결되도록 여러분들도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을합창단 ‘밥챙알챙’은 ‘엄마야 누나야’, ‘내 나라 내 겨레(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에 이어 ‘독립군가’를 불러 ‘평화의 소녀상’ 제막의 의미를 더해 줬다. ‘독립군가’를 부를 때는 독립운동가 오희옥 여사와 표창원 국회의원, 김민기 국회의원, 용인시의회 김중식 의장 등 내빈들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합창했다.

“제막 장소 선정 과정, 용인시장에게 깊은 유감 표명”

▲ 정창민 용인시장이 지난 15일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용인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원회’(아래 시민추진위) 주최로 용인시청 광장에서 열린 ‘용인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해 제막 장소와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시민추진위 오영희 실무대표의 경과보고를 듣고 있다. ⓒ 뉴스피크
한편, 이날 제막식 중 평화의 소녀상 경과보고를 맡은 오영희 공동대표는 ‘제막 장소 선정 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작심한 듯 불편했던 심경을 털어놨다. 오영희 공동대표에 따르면, 애초 시민추진위는 용인시에 시청을 포함은 4곳을 제시하며, 장소 결정을 요구했다. 이에 시에서 시청을 제외한 3곳 중에서 시민추진위가 결정하라는 답변을 했고, 시민추진위는 시민여론 조사를 통해 ‘통일공원’이 건립 장소로 선정됐음을 통보했다. 추진위는 시청에 8월 15일 제막식의 시급식을 설명하고 면담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용인시의 요청으로 지난 8월 2일 오전 정찬민 시장과 오 공동대표, 도원스님이 면담했다. 다른 공동대표는 일정조절이 어려워 참석하지 못했다. 오 공동대표는 면담 도중 정 시장에게 시민여론 조사로 결정된 통일공원의 당위성과 제막식 후 시민관리위원회를 두고, 소녀상 시민지킴이를 구성해 관리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 시장은 건립 장소에서 제외됐던 시청광장과 교육관, 해설사 등을 전격 제안했다. 이에 추진위는 회의를 거쳐 논의해 보겠다는 뜻을 전달하고, 당일 오후 4시 긴급 추진위를 소집했다. 그러나, 긴급 추진위가 개최되기도 전에 시민들은 용인 평화의 소녀상 건립 예정 장소를 추진위가 아닌 시장(용인시)의 보도자료를 통해 알게 됐다는 게 오 공동대표의 지적이다.

오 공동대표는 “그에 따른 실망감으로 그동안 추진위의 헌신적인 봉사로 쌓아온 믿음과 신뢰가 무너져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또한 “(용인평화비가) 미래 세대의 교육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민들의 참여와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건립되는 평화의 소녀상은 관리 주체도 시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오 대표는 “소녀상 건립과정의 아픔으로 할머님과 시민들께 송구한 마음뿐”이라면서 굳센 어조로 말을 맺었다.

“용인시청의 주인도 시민입니다. 용인 평화의 소녀상 주인도 시민임을 말씀드리고, 저는 이 역사적인 자리에서 시장님께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경과보고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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