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서호초, 터키 초등학교와 ‘자매결연’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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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서호초, 터키 초등학교와 ‘자매결연’ 추진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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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스란 하찬 옥찰 주한 터기 대사, 이병준 교장 초청으로 서호초 방문
수원시 국제자매도시인 터키 얄로바시의 초등학교와 자매결연 ‘합의’

[뉴스피크] 한국·터키 수교 60주년인 올해 학교 체육관 이름을 ‘앙카라관’이라 지어 화제가 됐던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소재 서호초등학교(교장 이병준)에 지난 19일 주한 터키 대사관의 알스란 하칸 옥찰(Arslan Hakan Okçal) 대사가 방문해 터키 초등학교와의 자매결연 추진을 합의했다.

이날 옥찰 대사의 서호초 방문 일정은 터키 초등학교와 서호초의 자매결연 논의, 학생들을 위한 터키 역사·문화 소개 및 ‘앙카라 학원’(앙카라 학교) 설명,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 지난 19일 주한 터키 대사관의 알스란 하칸 옥찰(Arslan Hakan Okçal) 대사가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소재 서호초등학교에 방문해 이병준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이 함께 한 가운데 서호초와 터키 초등학교의 자매결연 추진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옥찰 대사의 오른쪽에 앉은 사람은 앙카라학원을 졸업한 오수업 씨(75세)와 최정자 씨(80세). ⓒ 뉴스피크
옥찰 대사를 주차장에서 맞이해 교장실로 안내한 이병준 교장은 “어려운 걸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 뒤 “서호초에 부임해 학교 근처에 있던 ‘앙카라 학원’의 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걸 알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터키와 서호초의 인연을 전했다.

이 교장은 “한국전쟁 때 어려웠던 우리나라를 도와 준 터키의 고마움을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터키와 우리나라, 터키와 우리학교가 좋은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리에 함께 한 민정순 교감, 김은선 교무부장, 주한 터키 대사관과 연락 업무를 맡았던 김남영 영어교사를 옥찰 대사에게 소개했다.

서호초가 체육관 이름을 ‘앙카라관’으로 짓게 된 사연은 한국전쟁 당시 터키군의 인도주의적 지원과 관련돼 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서둔동 일대에 주둔했던 터키군은 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막사로 데려와 보살폈다. 아이들이 늘자 터키 수도인 ‘앙카라’에서 이름을 따 ‘앙카라 학원’이라는 고아원까지 세웠다. 단순히 먹고, 입는 것뿐만 아니라 고등학교까지 다닐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1966년까지 약 700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국에 거주한 지 3년 반 정도 됐고 수원을 가끔 방문한다는 옥찰 대사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수원 서호초등학교 방문이 즐겁고 기쁘다”고 화답했다. 이어 옆에 앉은 오수업 씨(75세)와 최정자 씨(80세)를 “‘앙카라 학원’을 졸업한 분들로 형님과 누님”이라고 소개하며 “터키도 한국과 문화가 비슷해 손위 사람을 공경한다”고 전했다.

옥찰 대사는 “올해는 터키와 한국이 수교한 지 60주년으로 여러가지 문화 행사를 준비 중이고, 진행 중인데 앙카라 학원도 빼 놓을 수 없이 중요한 곳”이라며 “특별한 해에 ‘앙카라관’ 개관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뻐 이렇게 달려 왔다”고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준 것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특히 옥찰 대사는 “서호초등학교와 자매결연 맺을 초등학교로 터키 수도 앙카라시에 있는 학교 1곳 또는 수원시와 자매결연 도시인 얄로바시에 있는 학교 1곳을 추천드린다”고 밝혔다.

서호초 방문 전 수원시청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을 만난 옥찰 대사는 “염태영 시장이 오는 7월에 터키 얄로바시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수원화성문화제(9월 22~24일 예정)에는 얄로바시에서도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교장은 “서호초가 수원시의 국제자매도시인 얄로바시에 있는 초등학교와 자매결연 맺으면 더 의미 있겠다”고 답했다. 옥찰 대사는 “얄로바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다. 훌륭한 학교도 많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며 자매결연 추진을 약속했다.

자매결연 논의를 한 뒤, 옥찰 대사는 서호초 체육관인 ‘앙카라관’으로 이동했다. ‘앙카라관’ 2층에 도착한 옥찰 대사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학생들이 만들어 전시한 앙카라학원 역사 알기 작품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 19일 알스란 하칸 옥찰(Arslan Hakan Okçal) 주한 터키 대사가 서호초등학교 체육관인 앙카라관에서 이병준 교장의 소개를 받자 일어나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며 밝게 웃고 있다. ⓒ 뉴스피크
▲ 19일 알스란 하칸 옥찰(Arslan Hakan Okçal) 주한 터키 대사가 수원시 서둔동 소재 서호초등학교 체육관인 앙카라관에서 학생들에게 터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강연한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스피크
이 교장이 옥찰 대사를 소개하자, 학생들은 박수와 환호로 반가움을 표현했고, 옥찰 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밝게 웃었다. 서호초 학생들이 큰 소리로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하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응대한 옥찰 대사는 “서호초의 앙카라관 개관 소식을 듣고 왔다. 기쁘고 반갑다”고 말했다.

옥찰 대사는 학생들에게 중앙아시아부터 몽골에 이르는 대제국으로 고구려와 가까웠던 돌궐(Göktürks, 곡투르크제국) 이야기를 비롯해 터키의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 등을 프리젠테이션으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

1923년 터키공화국을 세운 아타튀르크(Kemal Atatürk, 1881년 5월 19일 ~ 1938년 11월 10일, ‘아타투르크’라고도 함), 한국전쟁 때 터키군을 파병해 지원한 이야기,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같은 도시들도 소개했고, 현재 인구는 8천 만 명이라고 했다.

특히 옥찰 대사는 2002년 월드컵 당시 3~4위 전 경기가 대구에서 열렸을 때의 사진을 보여주며 “터키와 한국은 서로를 응원하면서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터키는 한국과 ‘형제 국가’임을 강조한 뒤 “좋은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 함께 발전해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앙카라 학원’을 졸업한 오수업 씨(75세)는 “농촌진흥청이 있던 자리에 터키군 의무중대가 있었다. 전쟁 중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모아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줬다”면서 “지금은 공부하는 조건도 많이 좋아졌으니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사람이 돼 앙카라관이 있는 학교를 빛내 달라”고 서호초 학생들을 격려했다.

옥찰 대사는 강연 후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걸 묻자, “좋은 질문이다”면서 정성껏 답변했다. 서호초 학생들을 위해 준비해 온 선물로 사탕과 책을 전달하기도 했다. 마지막 순서로는 1~3학년, 4~6학년으로 나눠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옥찰 대사는 2학년 학생이 사진 촬영 뒤 “사랑합니다”라면서 갑자기 껴안자 어깨를 다독여 주기도 했다.

▲ 19일 알스란 하칸 옥찰(Arslan Hakan Okçal) 주한터키대사가 수원시 서둔동 소재 서호초등학교 체육관인 앙카라관 앞에서 이병준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뉴스피크
한편, 수원시는 지난 1999년 6월 터키 얄로바시와 자매결연을 맺었으며, 같은 해 8월 얄로바시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자 ‘수원시의료지원봉사단’을 파견해 부상자를 진료하는 등 다양한 교류 협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수원시는 한국전쟁 당시 터키군이 설립해 운영했던 ‘앙카라학원’ 근처인 서호초 진입로에 지난 2012년 ‘앙카라길(Ankara-gil)’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했다. 2013년 6월 25일에는 서호초 앞 공원에 꽃과 나무를 심고 새롭게 단장해 ‘앙카라학교공원’을 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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