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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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
  • 윤기석 목사
  • 승인 201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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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석 목사(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수원교회 원로목사)
▲ 윤기석 목사(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수원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23일 밤 수원시 연화장 ‘작은비석’ 옆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수원시민추모제’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며 쓴 글을 낭독하고 있다. ⓒ 뉴스피크

[뉴스피크] 5월 23일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신지 8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자서전을 보면,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돈이 없어 수모를 당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며 자라났다.

초등학교 때에 사친회비를 내지못해 여러 번 교실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중학교에 합격은 했으나 입학금을 내지 못하자 중학교 교감으로부터 농사나 배우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기도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했고 ,자의식이 강하고, 무엇을 해도 지지않는 성격을 타고났다. 다행히 공부를 잘해서 장학금으로 상고까지 겨우 마치고, 독학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판사를 거쳐 변호사가 되었다.
 
그가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기는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로 학생들과 지식인들이 강제연행되고, 투옥되고 고문을 당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그는 시국사건에 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약간 양심의 가책은 있었지만, 오로지 그의 관심은 세상을 즐기고, 노후대책으로 부동산도 좀 사두고, 시골에 농장이나 별장 하나쯤 장만해 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삶이 갑자기,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찾아왔다. 그것은 1981년 9월에 전두환정권이 부산 지식인들의 독서모임을 정부전복을 위한 반국가단체로 몰아 회원들을 체포, 구금, 고문한 소위 부림사건이었다. 그는 뜻하지 않게 다른 변호사의 부득의한 사정에 의하여 대신 그 사건의 변호를 맡게되었다.

그는 구속자들을 보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심한 구타와 고문과 학대로 젊은이들의 온 몸이 시퍼렇게 멍들고, 몰골이 초췌해진 모습을 보는 순간, 그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그전에는 운동권 학생들과 지식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왜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앞날이 보장된 자들이 자기 앞길을 망치는 어리석은 일을 고집할까? 이것이 운동권에 대한 그의 기본 인식이었다. 그러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점차 그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들의 주장과 행위가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르게 살고 좋은 나라를 만들려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난 뒤로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성적으로 시위에 참가하고 변론을 하고 강연을 했다. 또한 민중의 고통에 동참하는 뜻에서 요정과 룸살롱 같은 고급 술집에는 발길을 끊고 즐겨 타든 요트타기도 그만 두고 승용차 대신에 버스로 출퇴근하고 고급 음식점 대신 시장통 국밥을 먹고 돈이 생기면 부산지역 시민단체를 돕는데 썼다고 한다.

그의 삶의 변화는 목사인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는 정치에 입문하면서 ‘어머니’라는 민중가요에 나오는 바 ‘사람사는세상’이라는 구절을 그의 꿈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가 꿈꾼 사람사는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1)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의로운 세상, 2) 언론·집회 결사가 보장되는 자유로운 세상, 3) 가난한 자와 약자들도 보호받는 함께 사는 세상, 4) 남북간에 전쟁없는 화해 평화 통일의 세상. 그의 글을 보면 대충 이런 것들이다.

그는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직을 마칠 때까지 이 꿈을 이루려고, 맨 땅에 헤딩을 한다고, 바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우직하고 치열하게 살다가 우리 곁을 떠났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다 이루지 못한 꿈이 이제 살아남은 우리의 꿈이 되기를 기원한다.

* 글  : 윤기석 목사(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수원교회 원로목사)
* 이글은 윤기석 목사가 지난 23일 밤 수원시 연화장 ‘작은비석’ 옆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수원시민추모제’ 때 낭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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