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크] 이 시는 정수자 시인이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독일 레겐스부르크 비젠트 소재 ‘네팔 히말라야 파비용(Nepal-Himalaya-Pavillon)’ 공원에서 열린 ‘독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뒤 쓴 것이다. 유럽에 최초로 세워진 ‘독일 평화의 소녀상’은 수원시민들의 성금으로 마련됐다.
정수자 시인은 5월 3일 오전 수원시청 앞 수원올림픽공원 내 ‘수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수원평화나비 주최로 열린 <수원평화비 제막 3주년 기념식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제1차 수원 수요문화제>에 참석해 이 시를 낭독했다.
평화의 소녀여
소녀여 소녀여 평화의 소녀여
더 이상 치욕으로 혼자 떨지 않기를
더 이상 혼자 아프고 외롭고 슬프지 않기를
머나먼 독일의 고도 레겐스부르크에
유럽 첫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고 와
다시 손 모아 숙이노니 빌고 또 비노니
슬픈 소녀들의 위무를 넘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만방에 꽃 피울 크나큰 평화를 꿈꾸노니
그리운 엄마라도 부르는 듯
가녀린 두 손 파르르 쥐고 앉아
맨발로 바르르 제 안을 응시하는 소녀여
아직도 전쟁과 억압과 유린의 그늘에 처한 여성들도
함께 나와 손잡고 마음껏 노래할 수 있기를
아침을 여는 새들처럼 저의 꽃날 노래할 수 있기를
하여 멀기만 한 평화가 이 땅에서부터 퍼져가기를
새로 솟는 저 잎새들처럼 초록초록 빛나기를
오늘 다시 뜨겁게 손잡고 부르노니 오라 평화여
참하디참한 한국의 딸 수원의 딸 순이
영원한 우리 평화의 소녀여
* 정수자 시인은 1957년 용인 광교산그늘에서 자라 수원에 와 글쟁이로 사는 중이다. 1984년 세종숭모제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한 후 <비의 후문> 외 네 권의 시집과 <한국현대시인론> 등 십여 권의 공저를 냈다.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등에 빚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