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의 민낯! 조선시대보다 엄격한 신분세습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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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의 민낯! 조선시대보다 엄격한 신분세습사회!
  •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 승인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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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뉴스피크] 얼마 전 안타깝고 절박한 청탁(?)이 들어왔습니다. 거두절미하면, ‘기아차’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일용직’ 청년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도록 도움과 조언을 부탁한다는 것입니다.

심심찮은 일입니다. 몇 년 전에는 구구절절한 사연과 함께 ‘기아차’에 취업을 부탁한다는 이메일을 받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제가 기아차 노동조합과 함께 자리한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몇 날 며칠을 고민고민하다 보내셨다고 합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런 류의 청탁에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도는 없습니다.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대표적인 ‘노동천시’ 사회였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을 ‘공돌이 공순이’라고 우습게보지 않았습니까? 처음 기아차가 화성에 공장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 ‘기아차 취직’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회자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고 번듯한 사무실에 근무하게 하는 것이, 대부분 부모들의 바램이었으니까요.

지난 2-30년간 대한민국에 도대체 그 무슨 급격한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노동천시’ 사회가 갑자기 ‘노동존중’ 사회가 되어 ‘생산직 노동자’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선망의 직장이 되기라도 한 걸까요? 만약 그런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노동을 천시하던 대한민국은 지금, 훨씬 더 무섭고 잔인하며 참담한, 살인적인 ‘계급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기아자동차’ 안에만 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뛰어넘기 힘든 4개의 계급이 존재합니다. ‘정규직 노동자’ 아래 보통 ‘사내하청’이라고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습니다. 오직 인건비를 줄여보겠다고 동일한 업무를 사내하청으로 둔갑시킨 이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현재 대법원의 판단이 진행 중입니다.

연차나 조퇴 등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결원을 충원하기 위해 ‘일용직’ 제도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24시간 대기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루 단위로 충원되는 ‘일용직’을 넘어 월 단위의 ‘고용 계약’이 맺어지면 ‘계약직’이 됩니다.

일당 7-8만원 정도를 받는 일용직은, 매일 일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한달 수입 100만원을 넘기기도 어렵습니다. 장기휴가 등 다양한 이유로 결원이 생겨 시한부 ‘계약직’이 되면 그 기간만큼은 일시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만큼의 임금을 받습니다. 업체와 상황에 따라 다르겠으나 보통 월평균 250만원 정도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가 되면, 역시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대략 월 350만원 정도에서 시작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기아자동차 안에서만도 이렇습니다. 공장 담벽을 넘으면 1차 하청업체, 2차 하청업체 등 내부 서열이 엄격한 신분들이 줄을 잇습니다. 사장도 노동자의 처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중소기업을 지나, 근로기준법의 적용 예외를 받는 4인 이하 사업장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단기 알바’를 거쳐, 마지막으로 그 바깥 테두리를 거대한 ‘실업군’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체감실업률은 12%가 넘는다고 합니다. 가히 말 그대로 ‘살인적인 사회’입니다.

이 와중에 현대기아차 그룹의 총수 정몽구는 지난해 92억8200만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재벌 총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아 3년 연속 ‘연봉 킹’ 자리를 지켰다고 합니다. 월급으로 따지면 7억7350만원입니다. ‘억’ 소리가 절로 나신다구요?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천문학적 액수의 주식배당금은 따로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2016년에 받은 주식배당금은 무려 773억원이었습니다. ‘억’ 소리도 안 나오시죠?
 
이러고도 과연 대한민국이, 헌법 제1조에 천명된 것처럼 ‘민주공화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양반-중인-상민-천민’으로 나뉘었던 그 옛날 조선시대의 신분제보다, 2017년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래도 더 나아졌다고 감히 누가 이야기나 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신분 세습’은 더 엄격해지지 않았습니까?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해에 보수로만 21억5300만원, 주식배당금으로 501억원을 챙겼습니다.

조선시대보다 엄격한 신분세습사회,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헬조선’의 민낯입니다.

글 :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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